옛날 이야기

휴가의 추억

살메기 2008. 7. 19. 08:08

여름휴가를 철 이르게 다녀오고나니 희망도 사라진듯 하고...

예전 즐거웠던 추억만 자꾸 새록새록 떠오른다.

 

여름휴가철 추억가운데 잊혀지지 않는게 

숭어를 마대자루로 주웠던 추억이다.


그러니까 벌써 7-8년전 쯤 되었을까....

 

같은 아파트 사는 4집이 부부동반 전남 거금도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녹동항에서 배타고 약 20분쯤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거금도가 있었다.


나환자촌으로 유명한 소록도 바로 옆에있는 섬이고

유명한 프로레슬러 (고) 김일의 생가터이기도 한 섬....


우리일행 가운데 한명이 잘 알고지내는 목사님께서 그곳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시는 덕택에 교회 사택을 빌려 묵었는데...

 

이른새벽에 동네가 부산하게 시끄럽고 이장님 마이크 방송소리도 나는듯 하고...

뭔일인가 해서 밖으로 나오니 모두들 마대자루 하나씩 들고

바로 앞의 갯펄로 뒤어가고 있었다.   


나도 마대자루 하나를 집어들고 갯펄로 다가가는데...

 

세상에나  물빠진 갯펄에 숭어떼들이 하얗게 널려서는,

조그만 물웅덩이에 갇혀서 살아있는놈...

뻘에 하얀배를 드러내고 퍼덕거리거나 탈진해 누워서 거의 반은 죽은놈...

이미 죽어있는놈...

어른 팔뚝만하게 큰놈...작은놈....



거짓말 안보태고 학교운동장 보다도 더큰 넓이의 뻘에

숭어떼가 새하얗게 누워있었으니...

 

갯펄에 길다란 나무기둥을 밖아두고 거기에 그물을 걸어놓았는데,

물이 빠지면 그물을 내려두었다가 물이 들면 배타고 들어가

그물을 올려두어 고기들을 가두어 잡는 식이지만,   



그 넓은 바다에 빈틈없이 그물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뻘 한쪽으로 약 1km 길이에만 쳐두는데...

 

영리한 고기떼들은 그물에 막혔다가도

양옆으로 돌아 그물이 없는 곳으로 다들 빠져나가기 마련인데

앞에 리더가 길을 잘못 택해서 걸렸는지

모두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물에 갇혀버린 것이었다.

 

현지 주민들 말로는 이렇게 숭어떼가 잡히는게 3-4년에 한번쯤 있기는 한데

이렇게 많이 잡히기는 처음이란다.


그물 주인이 아침일찌기 나와서 숭어떼가 걸린 것을 보고는

경운기를 몰고와 경운기에 숭어들을 가득 담아서 가져갔는데

너무 많기도 하고 그대로 두면 어차피 모두 죽어서 바다에 버릴판이니

이장님 마이크 방송으로 주민들에게 알려 모두 가져가도록 한 것이었다.

 

나도 마대자루를 들고 들어가서 큰 놈중에 살아있는 놈들로 골라서

커다란 마대자루에 집어넣다 보니 금새 한자루...

이걸 들고 나오려니 무거워 꿈적도 안한다.

 

다시 10여마리는 집어던져 버리고 간신히 질질 끌고

약50여미터 뻘 밖으로 나오는데 성공했다.


동네 아이들도 양동이를 들고와서 한가득...

아주머니 아저씨들...할머니들까지 모두들 함지박이나 커다란 고무다라 꿰미

이런 것으로 한 가득해도 절반도 줍지를 못했으니....


이게 너무 많다보니 숭어고기가 귀한줄도 모르고

마치 길가에 널려있는 자갈돌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우리 일행들 모두 한자루씩 담아서 리어카를 이용해 

가까이에 있는 깨끗한 바닷가로 가서는 즉석 숭어회 파티를 벌였다.



초장을 가져오고 소주도 가져오고...

2명은 바다물에 숭어를 요리하는데... 너무 많다보니 회도 맛이없었다.


나중에는 아가미쪽에 있는 닭똥집처럼 생건거(아삭아삭한 맛이 일품)만 골라내어 먹기도 하고...

 

그러다가는 너무 많으니 말려서 가져가기로 하고 배를 갈라 내장을 발라내고

머리와 꼬리 지느러미는 잘라낸 다음 굵은 소금을 뿌려 햇볕에 말렸다.


워낙 많다보니 한집당 30-40여마리씩은 가져오지 않았던가 한다.

 

우리일행들 휴가에 맞춰 떼로 걸려준 숭어떼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많은 숭어들을 잡아보거나

그런 푸짐한 숭어회를 먹어보기는 어려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