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우기
요즘의 추위와 예전의 추위를 비교해보면.....
아마 예전 추위가 훨씬 더 하지 않았나 싶다.
눈도 어찌나 많이왔던지...
겨울이면 눈치우는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눈 온날 아침 일찌감치 눈을 쓸어두지 않으면 그게 녹아서 마당이 질퍽거리게 마련이니...
일어나자마자 대빗자루 들고 안마당 바깥마당 눈치우는게 일이었다.
조금쌓인 눈이야 대 빗자루로 쓸어내면 될 일이지만
많이왔을땐 넉가래질을 해야만 한다.
넉가래라는게 가벼운 오동나무 같은거로 만든 커다란 나무삽 같은건데
눈치우는데 요긴하게 사용하곤 했다.
어느해인지 국민학교 2-3학년 쯤 되었을까....
눈이 너무많이 쌓여서 안마당의 눈을 마당 중앙에 모아놓고 보니 조그만 동산만큼이나 되었다
거기를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터널을 내고...
앉은뱅이 썰매를 타고 굴을 통과해 들락거리던때도 있었다.
안마당, 바깥마당에 이어 집에서 100미터 남짓한 옷샘까지 눈을 쓸고나면
한겨울에도 온몸에 땀이 비오듯 하곤했다.
옷샘은 샘 주위에 옷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붙게된 이름이지만.....
한겨울에도 절대 얼지않았고 여름에는 시원하였다.
겨울에는 샘물에 손을 넣어도 그리 시렵지않아
어머님을 비롯 가까운 이웃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말하자면 동네우물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옷샘 앞까지 눈을 치워두곤 했던 것이다.
엊저녁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데 일부러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좋아라 눈장난에 열중인데...
한편에서 빗자루질 소리가 나길래 보니 경비아저씨께서 눈을 치우고 계셨다.
옛날 땀흘리며 눈 치우던 기억이 떠올라 운동도 할겸...좋은일도 할겸,
빗자루좀 달래서 눈치우기에 나섰다.
조금 하고나니 힘들고 몸이 따라주지 않아
다시 빗자루 반납하고는 집으로 들어왔지만...
요즘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져 우리 한반도가 점점 따뜻해져가고 있다는데...
확실히 추위가 예전만 같지 못한 것같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된다는 생각과....
없이사는 사람들에겐 그래도 따뜻한 봄여름이 좋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