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마을 전통... 미신....

살메기 2008. 12. 15. 08:32

예전 우리동네에는 미신과 같은게 있었는데...

하나는 서낭당이고 또 하나는 산제당산이었다.

 

서낭당은 중말에서 대동으로 가는길 중간쯤 철수형네 집 옆에 있었는데...

길 양옆으로 돌무덤을 쌓아놓고 거기에 장승까지 세워두었는데...

여름철이면 돌틈사이로 뱀도 들락거리고 분위기까지 으스스하니

훤한 낮에는 물론 어스름 저녁에는 거길 지나기가 더욱 께름칙했었다.       

 

또 하나 산제당산은 우리산인데 그리 높지는 않지만....

정상에는 산제터가 있었다.

거길 함부로 올라가면 큰일난다는 소문이 돌아 감히 누구하나 올라가려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기어코 거기를 올라가보고 말았던 것이다.

 

어느 여름날 동네 형들이랑 같이 거길 올라갔었다.

매년 음력정월이면 어른들이 거기에 올라 제사를 지내는데...

거기에는 이상한 코끼리 같은것도 있고 그렇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호기심 많던 우리는 진짜 뭐가 있는지 보자며 올라갔었다.

 

정상에는 수십년? 아니 수백년 묵은듯 한 느티나무 두세그루가 있고

그 아래로는 조그마한 제단과 궤짝 같은게 놓여있었다.

호기심에 그 궤짝을 열려고 하자 누군가가,

"야! 그거 열면 큰일난디야... 열지말어..." 하기도 하고....

하여튼 좀 께름칙한데도 난 용감하게도 거길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는 조그만 주먹만한 크기에

사기로 만든 돼지며 쥐... 심지어는 정말 코끼리도 있었던듯 하다.

 

막상 호기심을 해결하고 나니 별것도 아닌걸 가지구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궁금증을 해결하고 내려온적도 있었다.       

 

 

우리동네에서는 정월에 산제가 열리곤 했다.

 

그때 쯤이면 집집마다 모두 초가집 지붕을 새로 얹어 산뜻한데...

정월보름 전에 길일로 날을 잡고...

祭主가 될 사람을 하나 뽑아서 제를 지냈다.

 

제주가 된 그집 바깥마당에는 길다란 대나무 끝에 무슨 깃발인지를 매달아 세워두고...

동네 어르신들은 흰색 농악복장에 꽹매기 징, 장구 등을 둘러메고...

제사날이 되기전 약10일 가량을 동네 집집마다 돌았다.

 

성격이 칼칼하시던 우리 할머님은 교회를 다니셔서 미신을 멀리하셨지만...

모두가 참여하는 동네 행사이니 어쩌지 못하고

이들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셨던 듯 하다

 

이들이 집안에 들어오면... 안마당 ..부억... 뒷곁에 까지 두루두루 돌면서

꽹매기를 치고 잡귀를 몰아내는 행사를 치렀고....

그럴때면... 집에서는 쌀되박이라도 퍼주며 인사치레를 하곤 했었다.

 

어르신들 이야기로는 마을을 지켜주는 산신령에게 

마을사람들의 무병과 풍년을 빌기 위해 드리는 마을제사라는데....

 

해가 바뀔 때마다 음력 정월이 되면 날을 잡아 살목산 산신에게

마을에서 공동으로 올리는 주기적인 제사였고

동네 집집마다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였던 듯 하다.

 

그러던게 새마을 운동 바람이 불면서 모든게 사라졌다.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풍습은 미신이니 뭐니 해서

새마을 운동 정신에 맞지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타파되었다.

 

서낭당도 없어지고...

장승은 우리 삼촌이 뽑아서 지게로 져다가 아궁이에 장작으로 불때버리셨고...

산제도 더이상 지내지 않았다.

 

몇년전에 고향에 내려가 산제당산에 혼자 올라보았다.

 

예전에 서있던 커다란 느티나무도 한그루인지만 남아있고

그때 보았던 산제터도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있고

주먹만 하던 사기로 만든 코끼리나 돼지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언젠가 고향에 내려갔을 때 누군가가

산제를 다시 부활하려 한다는 말을 한 것도 같은데...

다시 부활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