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옛날옛적 크리스마스
살메기
2008. 12. 25. 11:42
어릴적 시골 고향에는 교회당이 달랑 2개 있었다.
하나는 침례교회....
또 하나는 울 할머니께서 댕기시던 안식일교회...
근데 안식일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믿지않았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때가 되어도 별 다른걸 못 느꼈는데...
어느 해인지... 눈이 무릎까지 빠질만큼 많이온 날...
마침 크리마스날인데 동네 형아들이 침례교회에 가면
사탕도 주고 선물을 많이 준다고 거길 간단다.
나도 호기심에 형들을 따라 나섰다.
검정고무신 신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며 오리길을 걸었다.
나이롱 양말은 물론 바짓가랑이까지 눈에 젖고 얼어 뻣뻣하고,
손발은 거의 동태되기 직전....
읍내에 도착해 나즈막한 언덕배기에 있는 교회에 올라가니,
교회 마당과 교회건물 둘레에는 우리말고도 온 동네에서 모여든 아이들이 초만원이었다.
물어볼 것도 없이 다들 사탕 같은 선물 받으려고 온거였다.
나두 어찌어찌하여 간신히 사탕하나 받아 넣고는
또 다시 오리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랑 할머니께서 어디 댕겨왔냐고 물으시길래,
사실대로 사탕도 주고 선물도 준다고 해서 읍내 침례교회에 댕겨왔노라고 말했다.
지금이야 먹을게 너무 풍족해서 탈이지만...
어려서는 모든게 부족하던 시절이었으니...
요즘엔 12월이 되어도 성탄절 기분을 느낄 수 없는 시절이 되었다.
가게 윈도우마다 번쩍거리던 크리스마스 트리도 없어지고,
캐롤송도 들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