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툼벙 품던 추억
살메기
2009. 11. 29. 07:31
툼벙....
논 한쪽 구석에 조그맣게 있는 연못을
충청도 우리고향에서는 툼벙이라고 부른다.
예전에 가뭄이 들면 용질로
이 툼벙의 물을 퍼올려 논에 물을 대곤 했었다.
논마다 거의 한개씩 있다시피한게 툼벙이었는데....
벼가 익어갈 초가을 쯤부터 논에 물꼬를 터서 물을 빼주기 시작하면,
물고기들은 살기위해 항상 물이 고여있는 툼벙으로 모이게 되었었다.
내 어려서는 농약도 거의 안칠때이니 논에 붕어 미꾸라지 우렁 같은 먹거리가 많고
툼벙은 그야말로 물고기 백화점이었다.
가을걷이가 다 끝나고 한가한 요 즘같은 초 겨울날
툼벙의 물을 퍼내고 고기잡는게 일이었다.
동네 친구들 선후배들 대여섯이 모여 어떤 툼벙을 품을지 결정하고 나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1시간이상 용질을 한다.
물을 퍼낸 툼벙 바닥에는 붕어 미꾸리 참게 등등... 없는게 없었다.
기대보다 못한 경우도 있지만,
거의가 양동이로 한가득 잡아내곤 했었다.
잡은 물고기를 냇가로 가져가 여럿이 둘러앉아
배따고 씻어서 아무집이나 골라 친구네 집으로 들어가면,
친구 어머니가 커다란 무쇠솟에 그 많은 물고기를 쏱아 붓고는 고추장 듬북 풀고....
파 고추 듬성 썰어넣고...국수 집어넣어 끓여내면
그게바로 우리고향식 어죽이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지금도 고향가면 오가는 길에 예당저수지가 있는
대흥 쯤에서 어죽 한그릇을 시켜먹곤 하지만....
어딘지 옛날에 먹던 그 맛하고는 좀 달라서 아쉬운 맘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