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연주회에서 사회를 보다
2010년 색소폰 송년모임을 마쳤다.
12월에는 다들 이래저래 송년회 망년회 쫒아다니느라 바쁜날들이니,
일찌감치 당겨서 11월에 하기로 하여 날짜잡고.... 장소 물색하여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물론, 나 혼자 추진해서는 도저히 감당도 못할 일이지만....
추진력 강한 색소폰 모임의 회장이랑... 그 밖에도 심성 착한 울 회원님들 덕택이다.
모 예식장의 부페식당으로 자리를 잡고....
조명에 음향기사 까지 불러오고....
음향기기는 늘상 수고해 주시는 전문 연주자이신 한고문님이 맡아주셨다.
그런데, 회장님이 날보고 2부사회를 보란다.
원래 타고난 천성이 말 주변도 없고....
학교댕길 때부터 지금까지도 어디 교육이라도 가면
맨 뒷좌석에 앉아 남의 눈에 안 띄는 으슥한 곳을 좋아하는 성격인탓에,
어디 사회 같은 것은 감히 생각지도 못한터다.
처음엔..."나 못해요...." 하고 거절했지만...
"아... 왜 못해요.... 그전에 전국 색동모에서 사회볼때 만큼만 해주시면 되는데..."
하는 말에 "알겠슴다 " 하고 수락하고 말았다.
사실 전국색동모 사회가 내겐 정말 처음겪는 사회였었다.
그때도 반강제로 사회를 본 것이지만...
어떻게 했는지... 무슨말을 했는지 잘 기억조차 안난다.
그런데도 그걸 기억했다가 회장님이 날 지명해서 시킨것이다.
하지만...
색소폰이란 취미생활을 하면서 자주 무대에 서서 연주하다 보니...
이제는 남들앞에 서는게 어느정도는 익숙해진 듯도 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감히 사회라는건 나와는 정말 안 어울리는 자리인것 만은 확실하다.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웅변학원도 다니고....
학교에서도 발표나 토론 같은 것을 할 기회를 많이 주는 듯 하여 이런데 익숙해져 있지만...
어떻게 해야 사회를 잘 볼까....
나름 생각도 해보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답이 나왔다.
첫째...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을 많이 했더라도 막상 자리에 서면 무슨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잘 안나고
평소 생각해오던 멘트도 다 잊게 마련이니 아예 종이에 써서 준비하기로 했다.
초등생 국어책 읽듯 보고 읽는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두번째는,... 자신있게.... 큰소리로.... 명확한 발음으로 약간은 천천히.... 부드러운 분위기로...
때로는 약간의 위트까지 섞어가면서 라는 것을 명심했다.
그리고, 회원님들 소개에는 최대한 장점을 부각시켜서 청중들에게 소개하는것,
그 다음에는 회원님들 연주시 각 연주곡들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수집하고 소개 설명해주는것 등이었다.
이렇게 하여 미리 준비한 멘트를 프린트 해서 차에 갖고다니면서,
운전중에 잠시 신호대기에 걸리거나 하면 틈틈이 읽고 또 읽고 반복 연습을 했다.
드디어 1부 연주회가 끝나고... 2부연주회가 시작되어 내게 마이크가 넘겨졌다.
회원님들의 가족과 가까운 지인 등 약 60명이 모인 자리였지만...
그간 무대경험을 쌓은탓에 생각보다 긴장되거나 위축되지 않았다.
연습하고 준비한대로 차분하게 시작하여 약 1시간 반 동안의 사회를 무난히 마쳤다.
결과는?.... 반응이 참 좋았던듯 하다.
나중에 끝나고 집에오니 집사람 왈...."당신 이제는 어디가서 전문 사회자로 나서도 되겠네..." 한다.
"뭔소리여... 다시는 그런거 안할라니께 그런소리 하지말아줘..." 했지만 나름 흐믓한 순간이었다.
올해 송년 연주회는 연주도 사회도... 내게는 모든게 만족한 한해였던듯 하다.
앞으로 누가 또 사회를 봐달라면 이제는 좀더 잘 할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