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연주에 대한 옛 사람들의 표현
연주회 때마다 좀더 잘해봐야지 하고 다짐 해보지만....
끝나고 나면 매번 실망만 하게된다.
옛 시를 접하다 보면 정말 대단한 연주와 그에 대한 표현들이 있다.
난 이미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르기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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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이는 비파행에서....
저녁 무렵 배타고 떠나는 손님을 배웅차 강변에 나갔다가...
문득 어느 배에서 비파타는 소리가 들려 소리를 찾아 다가가,
연주자가 누구였는지 묻고 연주를 다시 청하자,
한 여인이 비파를 가슴에 안은채 배안에서 나와 앉아 비파를 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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轉軸撥絃三兩聲 비파를 고쳐들고 줄을 긁어 두세 번 소리를 내보내니 (요즘으로 말하자면 튜닝)
未成曲調先有情 아직 곡조도 이루지 않았는데 벌써 감정이 깃들어있었네
絃絃掩抑聲聲思 타기시작하자 줄마다 억눌린 소리, 소리마다 생각이 스며있어
似訴平生不得志 흡사 평상시에 펴지 못했던 생각을 호소하는 듯...
低眉信手續續彈 눈섶을 내리깔고 손 가는대로 자유분방하게 연주하니
說盡心中無限事 마음속 숱한 사연 모두 털어 놓는 듯
輕롱慢撚撥復挑 가벼이 누르고 비벼 뜯고 다시 퉁기니
初爲霓裳後六요 처음은 예상곡... 뒤에는 육요 곡이라
大絃조조如急雨 큰 줄은 떠들썩한 소리로 마치 소나기가 쏟아지는 듯
小絃切切如私語 작은 줄은 하느작 하느작 마치 속삭이는 듯
조조切切錯雜彈 떠들썩한 소리와 하느작거리는 소리가 뒤섞여
大珠小珠落玉盤 크고 작은 진주가 옥쟁반에 구르는 듯
間關鶯語花底滑 때로는 꽃 아래 우는 꾀꼬리 소리 같고
幽咽泉流氷下灘 때로는 여울에 졸졸 흐르는 샘물소리와도 같은 듯....
氷泉冷澁絃凝絶 어느 사이에 샘물이 차게 얼어붙듯 현의 가락이 엉켜져
凝絶不通聲漸歇 소리가 끊기더니 잠시 뒤 멎고 말았다네
別有幽愁暗恨生 그러자 마음에 엉킨 슬픔과 남모르는 한스러움이 생겨
此時無聲勝有聲 이때.. 소리 없음은 소리 있을 때보다 더 좋았네
銀甁乍破水漿병 다시 정적이 깨지자 은 항아리가 깨지며 물이 쏟아지듯
鐵騎突出刀槍鳴 갑옷 입은 기마병이 창칼을 휘두르는 듯.....
曲終收撥當心畵 이윽고 연주 끝나 비파를 한번 크게 내려 그으니
四弦一聲如裂帛 네 현이 한번에 울리는 소리 마치 비단 찢어지는 듯
東船西舫消無言 동서에서 모여든 배 사람들 모두 감탄해 말이 없고
唯見江心秋月白 오직 강 가운데 흰 가을달빛만 비추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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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蘇軾은 赤壁賦에서,
明月이 떠오른 저녁무렵 적벽 아래 강에 배를 띄우고
삼국지의 영웅 조조, 주유 등이 천하를 호령하던 과거를 회상하며,
뱃놀이 할때 나그네중 한명이 퉁소를 부는데....
客有吹洞簫者 倚歌而和之 其聲嗚嗚然 如怨如慕 如泣如訴
손님 중에 퉁소를 부는 이 있어 노래를 따라 화답(和答)하니,
그 소리가 슬프고도 슬퍼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우는 듯... 하소연 하는 듯...
餘音嫋嫋 不絶如縷 舞幽壑之潛蛟 泣孤舟之嫠婦. 蘇者 愀然正襟 危坐而問客曰 何爲其然也?
여음(餘音) 가늘게 실같이 이어져 그윽한 골짜기의 물에 잠긴 교룡(蛟龍)을 춤추게 하고
외로운 배를 의지해 살아가는 과부를 울릴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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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白의 詩 聽蜀僧浚彈琴(촉 승 준의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듣고) 에선...
蜀僧抱綠綺(촉승포녹기) : 촉의 스님이 녹기라는 거문고를 안고
西下峨眉峰(서하아미봉) : 서쪽으로 아미산 봉우리로 내려왔다
爲我一揮手(위아일휘수) : 나를 위해 한번 손을 들어 거문고 타니
如聽萬壑松(여청만학송) : 온 골짜기 소나무 소리를 듣는 듯
客心洗流水(객심세류수) : 그 소리 나그네 마음 흐르는 물처럼 씻어주고
餘響入霜鐘(여향입상종) : 남은 소리는 절의 종소리에 빨려든다
不覺碧山暮(부각벽산모) : 청산이 저무는 줄도 몰랐거니
秋雲暗幾重(추운암궤중) : 가을날은 어두운데, 구름은 몇 겹이나 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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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음악이란... 감정이 실려있지 않는다면 죽은 음악일 것이요....
사람형상만 있고 생명이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