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벅찬일
올해로 학교 지킴이 2년차...
지난 한해 1년 동안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경험하고 목격했다.
몰래 흡연하다 적발되는 학생,
선생님에게 반항하거나 심지어 욕설까지 한 학생,
허구한 날 지각하는 학생,
쌈박질 폭력행위로 문제를 일으킨 학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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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2학년 남학생.....
키도 크고 덩치도 좋고 얼굴도 미남형이고 인상이 아주 순하게 생긴데다 아무리 보아도 귀여워만 보인다.
그런데 친구랑 교내에서 몰래 흡연하다 내게 적발되었는데
나 말고도 다른 선생님들한테 교내흡연으로 두 세 차례 더 걸린적이 있었으며,
게다가 불량끼 있는 친구랑 어울려 지각도 자주하곤 하였다.
이 학생과 잠시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학교에는 취미가 없고 당구를 좋아하는데 오로지 당구만 재미있단다.
그래 몇 점치는지 물어보니 200점 이라길래
그럼 학교 끝나고 선생님이랑 한 겜 하자고 했다.
그리하여 어느 날 수업종료 후 그 학생과 당구장에 들러 한 겜 하게 되었다.
당구장에 들어간 후,
“너 당구장에서 자장면 시켜먹어 봤니?”
“아뇨”
“야 임마, 당구 200점 치는 넘이 아직 당구장 자장면을 안먹어 봤어? ”
하고는 자장면 두 그릇을 시켜 같이 먹었다.
그리고 게임결과는 내게 참패를 했다.
200점이 500점인 내게 지는 건 당연하고...
특히 몰아치기에 능한 고점자에게 4구 경기는 보나마나였다.
너무나 무력하게 패한 뒤,
“선생님, 저요 친구들한테 아직 한 번도 안 져봤는데요, 이렇게 져보긴 처음이예요” 한다.
그 후로 종종 “선생님, 오늘 학교 끝나고 시간되세요?”하고 물을 때마다 시간되는 날은 함께 당구를 쳤고,
물론 당구를 칠 때마다 승패에 관계없이 게임비는 내가 계산하곤 했다.
이제 3학년이 된 이 학생,
며칠 전 지각하여 등교 하길래,
“야 00야 너 왜 또 지각이냐? 너 이러다 짤리면 2년 동안 다닌게 아깝지도 않니? 남은 1년동안 짤리지 말고 잘 다녀야지”
“선생님, 저요 지킴이 실에 좀 앉아있다 들어가면 안돼요?”
“안돼, 지각했어도 얼른 교실로 들어가”
“첫 번째 수업이 00과목인데, 저요 그 선생님 싫어서 수업 안 들어갈래요. 그 선생님 이상해요. 맨날 교회얘기랑 이상한 얘기만 하고, 지난번에는 수업시간에 내가 잠잔 것도 아니고 떠든 것도 아니고 조용히 다른 책을 보고 있었는데요, 날보고 수업태도가 나쁘다며 앞으로 나오래요. 그래서 제가 뭘 잘못했냐며 선생님에게 따졌어요. 그랬더니 선생님께 주목하지 않고 다른 책을 보고 있었다며 뭐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 선생님 마주하기 싫어요. 저 그럼 차라리 화단 어디에 앉아 있다가 다음시간에 들어갈래요” 하길래,....
“아무리 싫어도 선생님께 대들면 안돼, 그래 알았다. 들어와라.... 그럼 오늘은 대신 선생님이랑 인생공부나 하자”
하고는 지킴이실 안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알고 보니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아버지는 부산에 어머님은 수원에 살고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넌 키도 크고 체격도 좋고 인물도 좋아서 경찰하면 딱 좋겠다. 어때 한번 도전해보지 않을래?” 했더니,
“그거 어떻게 되는건데요?” 한다.
경찰시험에는 학력제한이 없어 대학을 안가도 시험에만 합격하면 채용될 수 있음과
시험과목, 승진과정, 봉급 등 여러 가지를 설명해줬다.
설명을 들으며 눈이 반짝 빛나더니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한다.
이 학생은,
“제가요 중학교 때 전교2등까지도 해봤는데요, 고등학교 와서 너무 공부를 안해서 공부에 자신이 없어요” 한다.
난 이 학생에게 대통령은 물론이고 네 나이면 뭐든 못할게 없다는 것과,
내가 알고 있는 어느 분의 딸이 말썽부리고 학교에도 잘 안 나가던 불량 학생이었는데
어느 순간 독하게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하여 변리사가 된 이야기....
그리고 어려서부터 비행기 조종사가 꿈이던 어느 청년이
30대 중반에 회사를 그만두고 조종사가 되는 길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가
조종사 양성학교를 수료하고 한국에 돌아와 민간항공사의 조종사 양성과정에 등록하여
기간을 마친 후 드디어 조종사의 꿈을 이루었으며,
한순간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길을 찾아 성공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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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이 학생 학교를 마치고 하교 길에 지킴이 실에 들렀다.
그리고는 “선생님, 저요 엄마한테 경찰이 될 거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지금부터 공부할거라고 말 했는데요, 엄마가 너무 좋아 하셨어요” 한다.
“너 정말 잘했다. 그리고 정말 큰 효도를 했다. 어머니께서 네 얘기를 듣고 기뻐하셨다니 그보다 더 큰 효도가 어디 있니?... 잘했다 정말..” 하고 칭찬해주었다.
그리고 더 며칠이 지난 월요일 점심 무렵 이 학생을 만났다.
“선생님, 저요 지난 주말에 열 몇 시간 공부했어요. 국사랑 영어랑요.... 애들이 날보고 미쳤대요”
“잘했다... 장하다....너 오늘따라 정말 예쁘고 자랑스러워 보인다... 그 결심만 변치 않으면 넌 꼭 경찰 될 수 있을 거야... 믿는다”
“네”
이렇게 가슴 벅차고 보람을 느껴보긴 처음이다.
지킴이 정말 잘 시작한 것 같다.
이 학생, 정말 부디 그 결심 변치 말고 도전하여 경찰에의 꿈을 이루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