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의 추억
충청도 하고도 양반의 고장
충남 예산 광시면 백월산 아래 자리 잡은 안살메기.....
내 고향 어릴 적 추석때로 추억여행이나 해볼까 합니다.
어릴적 추석명절 하면 대뜸 떠오르는게 말놀이, 운동회,
그리고 콩쿨대회였던 듯 합니다
가을걷이도 끝나 황금벌판에 쓸쓸한 기운만이 감도는
추석 명절 때가 며칠 앞으로 다가오게 되면....
동네 형들이랑 앞산에 올라 말머리 만들기에 적당한
뿔 돋친 소나무를 한 토막 잘라옵니다.
그리고는 껍질은 깨끗하게 벗겨내고 자귀질로 잘 다듬은 후
솜씨좋은 친구가 하얀 나무바탕에 먹물로 말 눈과 코를 그려 넣지요
그렇게 준비를 마친다음 추석 둥근달이 뜨는 어스름 저녁이 되면....
개구쟁이 동네 친구들 예닐곱명이 모여서 말놀이를 시작합니다.
우선 말주변 좋은 친구로 마부를 정하고....
말머리부터 몸통... 꼬랑지까지 각자 역할이 정해지면,
덕석(둥글게 만든 멍석)을 뒤집어쓰고 그 속에 서너명이 들어갑니다.
맨 앞에 있는 친구는 말머리를 들고 말뚝밖기 자세로 엎드리고....
다음 두세명도 그런 자세로....맨 끝에 있는 친구는 빗자루나 새끼줄로
말꼬리를 하고 동네 집집마다 순회를 하지요.
대문앞에 서서 큰소리로 말이 왔음을 알리면...
그 집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나오십니다.
그러면 말잘하는 마부가
“염치불구하고 지나다 들렀습니다.... 에..이 말로 말하자면... 금강산 산천경계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온데... 날은 어둡고 세끼를 굶어 기진맥진하였으니 썩은 구정물이라도 한바가지 나눠 주시면 백골난망이올습니다” 하고 너스레를 떨지요.
그러면 어떤 집에서는 장난삼아 진짜 구정물을 한바가지 퍼서
"옛다!" 하면서 덕석위에 끼얹고는 송편 한줌을 내어주는가 하면....
대부분의 집들에서는 “고생들 한다.,,,, 떡 많이 얻거라..” 하시곤 웃으면서
송편이나 술떡, 전 같은 추석음식을 내어주곤 했지요.
우리는 그렇게 동네 한바퀴를 돌아 푸짐하게 얻은 음식을
한 친구네 집 사랑방에 들어앉아 맛나게 나눠먹던 추억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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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운동회지요....
요즘은 초등학교 운동회를 아무 때나 한다지만,
예전에는 추석 직후에 했던 듯 합니다.
너 나 없이 어려울 때이니 추석 지난 직후,
명절음식이 풍족한 때를 골라 운동회를 하는 것이었지요.
운동회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던게 부락대항 달리기 계주였는데
가장 경쟁이 치열했지요....
그러다 보니 1등을 해보려고 나름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
가을걷이가 끝난 동네 마른논 한뱀이를 골라 적장하게 타원형으로 트랙을 그린다음
어스름 저녁 달빛아래 선수 후보들이 모여 계주 순번에 따라
바톤터치 연습이랑 나름대로 작전도 짜고....
그렇게 해서 초등학교 운동회가 끝나고 나면....
분위기가 과열되어 이쪽동네 저쪽동네 촌놈들 끼리
치고받고 싸움도 종종 일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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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콩쿨대회가 열렸지요.
역시 콩쿨대회 장소도 가을걷이가 끝난 동네 마른논이나
넓은 공터에다가 엉성한 무대를 차려놓고,
동네 이장이나 누구 행세좀 하는 사람 몇이 심사위원으로 앉고....
반주래봐야 동네 날나리 형의 엉터리 통기타반주로....
상품은 어김없이 양은솥, 양은냄비, 고무다라, 검정신발.... 주전자 같은거...
콩쿨대회가 열린다 하면....
이동네 저동네 처녀총각 다 모여들고....
나팔바지로 폼좀 잡은 촌넘들... 울긋불긋 머플러로 치장한 새악시들....
주책없는 아저씨 아짐씨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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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억의 콩쿨대회가 다시 되살아 나고 있답니다...
추석명절을 맞아 동네 청년회 등에서 주최하는데...
본격적인 음향시설과 밴드도 준비하고 상품도 벽걸이 TV, 스마트폰에다가...
초청가수까지....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사람들과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선후배 친구들이
오랜만에 옛추억에 젖어보는 행복한 시간이 되겠다는 생각에 나도 고향 친구들에게
적극 권유해 볼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