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문학관

주막거리 - 김동근 (퍼온글)

살메기 2018. 2. 26. 07:45


동네, 동네 집은 모두가 산에 매달린 초가집들이다.


산천에 진달래 피면, 솔바람이 산으로부터 내려오고

숲 속에 걸쳐있는 계류에선 항상 맑은 물이 끊이지 않고 흘러내린다.


여느 산골 동네와 마찬가지로 뒤에는 동산이 있고

동네 앞 작은 분지엔 개천과 논밭이 어우러져 있어,

산동네사람들은 무리 지어 산과 들을 오가며 농사를 짓고 살아간다.


방문을 열면, 저녁엔 동산에 뜨는 달과 마주 하게 되고

낮에는 동구 앞의 버들개천이랑 작은 들판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자운영이 다보록하게 깔린 동 둑 너머에 뗏장다리가 걸쳐있는 개울이 있고,

다리를 건너 자갈밭 길을 한참 가다보면 지천 ( 支川 )이 하나 다시나오는데,

그곳에는 항상 맑은 물이 조잘대며 흘러내린다.


그 개천에 놓여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면 맥랑 ( 麥浪 )이 파도치는 보리밭 둑길이 있고,

그 둑길로 조금 더 가다보면 길옆에 주막집 하나가 고즈넉하게 엎디어 있는데,

사람들은 그곳을 주막거리라 부른다.


주막집은 밤나무 섶 울타리에 대 사립문을 해 달았는데 토막집이다.

주막집 앞을 가로지르는 한길이 있고, 길 쪽의 양지바른 곳에 툇마루가 있으며

그 마루 위에 가게라고 하기엔 너무 부실한 낡은 목판 두서너 개가 놓여있는데,

목판 위에는 막과자와 북어 따위의 건어류가 아무렇게나 진열돼있다.


가겟방 앞작은 마당엔 살구나무 고목이 있는데,

봄이오면 그 살구나무에 연분홍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그리고, 살구나무아래엔 맑은 우물이 있고 우물 옆으로 꽤 큰 석반 ( 石盤 )이 하나 있어

술꾼들이 그 돌 판을 주탁 ( 酒卓 )삼아 술자리를 버리기에 안성맞춤이어서,

살구우물은 모주꾼들의 술청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가게 목판 앞엔 항상 안면이 불그레한 얼굴의 노부 ( 老夫 )가 파리채를

이리저리 내 두르며 파리를 쫓다가 졸다가 또 쫓다가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있다.


심심 산천의 조그마한 분지, 분지 한가운데를 휘돌아 가는 교차도로,

그 도로 옆에 주막집이 있는 것이다.


주막집 앞 도로에로 지나다니는 행인은 별로 없다.

진일을 기다려 봐야 우마차 한두 대가 자갈이 깔린 신작로를 덜커덩거리며 지나 갈 뿐이다.


읍내 장날이나 되어야 장꾼들이 장을 보려 주막집 앞을 지나가는데,

그들이 오가다 가끔 들러 쉬면서 술을 받아 마시고 가고

그리고 주위 동네에 제 ( 祭 )라도 들은 집이 있으면 탁주 ( 濁酒 )됫박이나 사가는 것이 고작이다.


가난했던 시절이다.

산야의 조박 ( 粗薄 )한 땅에 씨를 뿌려 작물이 자라면 거두어 먹고,

가물어 흉년이라도 들면 나물이나 풀뿌리를 보태어도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워,

밥술을 놓으면 남녀노유 모두가 산야에 흩어져 먹을 것을 찾아 헤매던 시절이다.


김 생원은 동네 윗뜸에 사는 나이 든 농부이다.

그의 가계 ( 家系 )가 생원과 관계가 있거나 그가 관청에 입사 ( 入仕 )를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고

얘기책이나 각종 서지 잡서를 섭렵하면서,

이웃들의 방문 ( 榜文 )을 써 주거나 대소사에 육합 ( 六合 )을 짚어 주며 청빈하게 살아가므로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고, 그도 생원으로 불러주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산천에 진달래 만발했다.

해동이 되면서 부지런한 남들은 뒷간에 이어 잿간과 두엄발치까지

거름을 멀끔히 치워 버리고 다른 농사 준비에 분주한데,

그는 뒤늦게 마지못해 장군과 똥바가지를 챙겨 뒷간거름을 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인지 사위가 부유스레했고 봄도 무르익었다.

지표에선 온열이 이는 듯 했고,

지천에 있는 작은 소택 ( 沼澤 )의 수면에선 새벽운무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다.


생원은 거름지게를 지고 개천 건너 자갈밭 길을지나,개신 거리며 주막거리로 향했다.

주막집 뒤에 그네의 마늘밭이 있기 때문이다.


벌써 보리와 호밀 싹이 자라 우부룩 하게 올라오고 있고

밭둔덕에는 활짝 핀 풀꽃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힘이 부쳐 허정거리며 발짝을 떼 놓던 생원은 마늘밭을 거의 다 와서 둔덕의 턱에 지게를 내려놓는다.

힘이 부쳐 쉬어가기 위해서이다.


엉거주춤, 똥장군 지게를 둔덕의 턱에 내리고 돌아서서 작대기를 받치려는데 지게발목이 퉁겨지며,

지겟고다리가 빙그르르 돌더니 아뿔싸, 털썩 - 석대 ( 石臺 )위에로 내동댕이쳐지고

또 장군이 박살나면서 온통, 똥으로 매대기쳐진다.


억지로 떠 받쳐 막아보려던 생원도 바짓가랑이고,

옷소매고 심지어 얼굴에까지 모두 똥 감태기를 썼다.


“ 이런 -제미 씨펄 -- "


우거지상이 된다.

울고싶다. 오물 묻은 지게를 수습하며 알 수 없는 말로 계속 투덜거린다.


얼마나 공들여 모은 거름인가,

밖으로 나돌다가도 변의 ( 便意 )가 느껴지면 집으로 달려가 뒷간을 찾았고,

밤 마을을 갈 때도 반드시 오지그릇을 잊지 않고 챙겨,

소피를 받아다가 겨우내 알뜰하게 모은 거름인데,

생각하면 박살이 난 장군도 장군이려니와 둔덕에 쏟아버린 거름이 아까워 가슴이 쓰리다.


여명 ( 黎明 )이 짙어오며, 어둠이 물러가고 풀꽃이 모습을 확연히 들어낸다.

< 우라질 놈들 - > 새끼 못 미더워서인가 아니면 생원 꼴을 내려다보고 요절복통을 하는가.

노고지리 몇 마리가 공중 높이 부유 ( 浮遊 )하며 자지러진다.


“ 여 봐유. 김생원 - ”

주막집 뒤꼍 수채에 개숫물을 버리다 말고 울타리 사이로 생원의 꼬락서니를

넌지시 내다보던 주부 ( 酒婦 )가 속으로만 한번 대소 ( 大笑 )하고 생원을 향해 소리친다.


“ 왜 그러우 - ”

잔뜩 골이 난 생원의 퉁명스런 대답이다.


“ 대강 씻구 들려서 가시우 - ”

“ 알엇씨유. ”


팔다 남은 술 찌꺼기가 나우 있으면 그렇게 불러 주곤 하는데,

가끔 있는 일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날이 밝았다.

개천 소택의 수면위로 김이 자욱히 피어오르고 못자리로 들어가는 봇도랑 가득한,

물이 벌창하는데 내리쏟는 맑은 물 속에 더러는,

굵직한 피라미 섞인 송사리 떼가 도랑아래위로 세차게 휘돌아 다니고 있다.

씻고, 씻고 또 씻고 아무리 씻어도 온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가셔지지 않는다.


“ 뭐 혀 - 생원, 빨리 오잔쿠. ”

한번 더 히죽 웃으며 주막집 여인이 소리쳤고,

재촉을 받은 생원이 똥바가지까지 도랑물에 깨끗이 씻어 지겟가지에 걸어 지고 주막집으로 향한다.


“ 어떨라구 - 내외할게 뭐 있남. 방으로 들지. ”

주모가 소반 ( 小盤 )에 술 주전자와 시래기 국그릇을 차려 내 오며 가겟방 안으로 안내한다.

흘끔 방안을 들여다보니 떠돌이 소쿠리장수가

대소쿠리 같은 죽제품들을 쌓아놓고 가게에 딸린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남루를 걸쳤는데 몸매와 안면은 반듯하나 살짝 곰보이다.

생원은 망설이다가 주춤주춤 방으로 든다.


주모가 국 대접을 하나 더가져와 소쿠리 장수에게 건넨다.

“ 괜찮지 뭐. 자네도 같이 한술 떠봐. ”

여인에게 말하며 생원과 겸상할 것을 권한다.


주모는 나가고, 생원과 소쿠리 장수가 매우 어색한 자세로,

소반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여인이 먼저 막걸리를 대접에 가득 따라 권한다.


막걸리는 죽처럼 걸쭉했고 맛도 시어 터졌다.

보릿고개이라 지난 저녁에 멀건 시래기죽 한 그릇을 휘저어 마셨을 뿐,

빈속이라 허리가 휠 정도여서 시고 떫고 를 가릴 형편이 아니다.


생원은 여인에게서 막걸리를 건네 받아 단숨에 대접을 비우고 다시,

술을 대접에 가득 따른 다음 여인에게 조심스레 권한다.

소쿠리장수 역시 체면치레 할 여유가 없다.


지난해 든 기황으로 인심도 전 같지 않아 굶기를 밥먹듯 하던 터여서

초면이라 처음엔 주춤거렸지만,

그녀도 술대접을 받아 맛있게 마신다.


소쿠리장수란 대나무가 흔한 남방에서 죽 ( 竹 )제품을 가져다

적치해 놓은 것을 화주로부터 여자들이 그 소쿠리와 바구니 등속을 떼어 이고,

지고 농촌으로 떠돌아다니며 파는 행상을 말한다.


“ 국을 좀 더 떠올까? ”

주모가 문을 열고 들여다보며 말한다.

“ 됏시유. 많이 먹었구먼유. ”

더 했으면 싶었으나 미안스러워 사양한다.


“ 아이쿠 - 냄새 좀 봐. 기왕이면 좀 나우 씻지 않구,.. 코를 못 두르것네. ”

“ 여러 번 씻었는데두 그렇구먼유.


생원의 몸에서 나는 오물냄새 때문에 고개를 외로 꼬며

말하는 주모에게 생원의 민망한 듯한 대답이다.


탁주 두 대접 가득 마시고 시래기 국 한 사발을 단숨에 그러넣었더니 배가 불끈 솟았다.

고맙다는 인사를 한 생원은 주막을 나왔다.


어느새 동네 사람들이 들판 여기저기에 많이 퍼져 일들을 서두르고 있다.

“ 벌써 들에 갔다 오시우. 생원어른, ”

동네 사람들이 일을 하다말고 말을 건넨다.


“ 야 - 일찍두 덜 나왔네유. ”

생원의 지겟고다리에 매달린 똥바가지가 덜렁덜렁 그네를 뛰고 있다.

“ 장군은 어디다 해 자시구 오남유 - 하하 - ”

” 하하 -- “


보리밭을 고르던 무리 중 젊은 축들이 장군 깨먹은 눈치를 채고는

허리를 잡으며 웃고 농담을 하는데,

이에 화가 잔뜩 난 생원이 묵묵 부답으로 개천을 건넌다.


소쿠리장수가 영 마음에 걸린다.

처음에는 내외를 하며 주저주저하던 그녀는 권하는 막걸리를 받아 마시고는

생원이 말을 걸자 고분고분 대꾸도 했고 묻지도 않는데 자기주변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그녀의 고향은 남쪽지방이고,

일찍 출가했는데 시모의 구박이 심해 시집에서 도망하여 친정살이를 하다가

돈이나 벌어보자고, 행상에 뛰어 들었다 했다.


집 떠난 지가 달포나 되었는데 모두들 어려워 장사가 안되어서 밥 얻어먹기도 힘들다 했고,

생원은 건너 동네 윗뜸에 사는데, 지나다 저물면 더러 들러서 자고 가라고 인사치레를 했다.

자신도 어려우면서 그냥 한마디 해본 것이다.


숱하게 피던 봄꽃이 한쪽에선 지고있고,

나뭇잎이 피기 시작하면서 산야가 푸른빛으로 덧칠되어 가고있다.

뒷산에선 뻐꾹새가 진일을 무슨 심사인지, 이 나무 저 나무 옮겨가며 울고 있다.


저녁 해가 서산에 닿기 위해 부지런히 하늘을 건너가고 있다.

비 온 끝이어서 생원의 처가 집 옆 텃밭에서 씨를 놓기 위해 괭이로 땅을 고르고 있다.


“ 계셔유 - ”

소쿠리장수가 소쿠리와 바구니 등속을 주렁주렁 이고 지고

생원의 토막집 부엌 쪽을 기웃거리며 주인을 찾고 있다.


“ 여기 있구먼유. ”

생원 댁은 안 그래도 보리쌀을 삶아 저녁준비를 해야 하므로 하던 일을 끝내려던 참이다.

그녀는 괭이를 던지고 밭에서 나와 쪽마루에로 소쿠리장수를 안내한다.


“ 물건 좀 골러 보시유. ”

물건을 내려놓으며 소쿠리장수가 말했고 죽기 ( 竹器 )들이 낡아서

다시 구하려고 기다리던 참이라 말하며 생원 댁은 이것저것 죽제품을 고른다.


생원 댁 역시 시골 아낙네로 언행이 공손했으며 깔끔하고 착한 품성이 외모에 풍겼다.

말을 주고받으며 둘은 곧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두 여자가 물건을 흥정 하다가 심성이 착한 생원 댁이 날이 저물었으니 저녁을 해먹고 자고 가라 권했으며,

소쿠리 장수 역시 늦게 길을 나서기도 마음이 내키지 않아,

몇 번이고 고맙다는 사례를 하며 감사의 표시로 쓸만한 물건을 하나 골라주었다.


물건 흥정이 끝난 뒤 둘은 서둘러 보리쌀을 안치고,

마당 귀에 다듬어놓은 씀바귀며 냉이랑 봄나물을 데쳐 양념에 무치고,

텃밭 양지에 일찍 돋아난 아욱을 솎아 국을 끓여 저녁준비를 다했을 때, 생원이 가래질을 마치고 돌아왔다.


소쿠리 장수와 생원과는 재회인 셈이다.

구면인 생원과 소쿠리장수는 자연히 서로 반갑게 인사했고 셋은 어울려 저녁을 먹었으며

서로 오순도순 얘기한 뒤 소쿠리장수는 윗방에 여장을 풀고 일찍 잠자리를 폈다.


마침 생원의 처가 불임증 ( 不姙症 )으로 식구가 단출해서 그녀는 마음 편하게 쉴 수가 있었다.

곡우 ( 穀雨 )도 한참 더 있어야하는데 산과 들에는 풀 나무들이 우북하게 자라고 있고,

보릿고개이어서 궁한 집은 성급하게, 풋보리바심을 하는 집도 더러 있었다.


여름으로 향하는 계절이어서 농촌엔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밭고르기와 씨뿌리기, 갈풀 베어 논갈이하고 모내기 준비하기 그리고 못자리 관리하기로

애 어른 없이 모두 나서서 농사에 매달렸다.


소쿠리장수는 춘궁기여서 장사는 고사하고 다리품을 팔며 돌아다녀 봐야 장사가 될성싶지 않아,

아예 김 생원 집에서 며칠을 유 ( 留 )해 가기로 했다.


첫날이 마침 생원 집에서 일꾼을 얻어 갈풀을 하는 날이라,

생원 처의 청으로 일꾼들 뒷바라지하는 일을 거들었고,


다음날은 동네에 농사를 많이 짓는 부잣집 밭 김을 매주었으며,

사람들을 접촉하고 자꾸 사귀다 보니 품팔이 청을 받게되었고,

청에 의해 일을 다니다 보니 며칠을 지체하게 되었는데,

그녀 역시 고생스레 장사 다니는 것보다 끼니 걱정 없고,

품삯도 받을 수 있어 품팔이에 나서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한숨을 늘어지게 잔 생원의 처가 잠에서 깨었다.

밤은 칠흑인데 소쩍새 운다.

먼 산에 나물을 뜯으러 갔다가 무리를 해서인지 세상 모르고 너무 피곤하게 잣는가보다.


< 밤 깊어 소쩍새 울면 진달래 철쭉꽃이 모두 떨어진다는데 이제 봄이 무르익었나 보다 >

< 밤이 얼마나 깊었는가 >


생원 댁은 설깬 잠에, 정신을 추스르며 옆자리를 더듬어본다.

남편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 아니, 웬일일까? > 몸을 반쯤 일으켜 더 찾아보지만 남편은 없다.

아니 이 양반이 어디 갔을까? 뒷간에라도 갔는가.


< 어매  이게 뭔 소리여? > 이상한 소리에 귀를 곧추세운다.

가늘고 작고 이상한 여자소리....


머리에 선뜩 예감이 스친다. < 이런 오라질 것들 봤나 >

그게 여자의 희음 ( 戱音 )이라는 걸 선뜻 알아차렸다.


벌떡 일어나 윗방 문고리를 움켜쥔 생원 댁이 몸을 파르르 떤다.

< 요것들을, 그냥 요절을 내야 하는디  > 그녀는 속으로만 발끈 감정을 솟군다.


< 어휴  저년을 그냥 쫓아 버릴걸..., 일 바라지로 바빠 붙잡아 둔 것이 사단 ( 事端 )이 될 줄이야 >

뒤늦게 뼈아픈 후회를 하며 생원 댁은 방바닥을 더듬어 성냥을 찾는다.


덜덜 떨려서 얼른 성냥갑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가까스로 성냥을 찾은 그녀는 호롱심지에 불을 댕겼다.

어둠이 물러가고 방이 환해진다.


“ 아니 뭣덜 허능기유  ” 그녀는 윗방에 대고 작고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한다.

< 지랄들 하느라 안 들리는가. > 괴상한 소리는 계속 이어진다.


“ 빨리 내려 오잔쿠 뭐혀유,당신. ” 소리를 높인다.

“ 저런 년 봤나. 그냥 자빠저 자잔쿠  ”


잠시 후, 윗방에서 여인의 소리가 멎었고 남자의 거친 음성이 들리고,

윗방 문이 벌컥 열리고 그리고 화난 얼굴의 생원이 한 손으론 고의 ( 袴衣 )춤을 움켜쥐고

안방으로 성큼 내려오더니 엉거주춤 서있는 생원 댁의 뺨을 후려갈긴다.


눈에서 불이 번쩍 이는 듯하다.

그녀가 허리를 굽히며 얼 굴을 감싼다.


“ 몰르는칙 하먼 어디 덧나냐 이년. ”

“ 아니  뭘 잘했다구 그런대유 참 내원. ”

“ 뭐여 이년이 어디서 감히 서방한테 버르장머리 웁시. ”


다시 험상한 얼굴의 생원이 손을 번쩍 쳐든다.

호된 매에 겁이 난 그녀가 잘못했다고 하며 주저앉았고 그리고 생원은 번쩍 쳐들었던 손을 내리고 ...


< 눈까풀이 뒤집혔나보다. 이를 어쩐다나? >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는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감에 몸서리를 친다.


생원 댁은 분했다.

시집온 뒤로 입때 까지 눈 한번 곧추 떠본 일이 없는 착한 남편이었다.


아기를 낳지 못해 미안해하는 자신을 오히려 괜찮다고 하며 위로해 주었고,

시모 살아생전에 손 ( 孫 )을 보아야하니 버리고, 재취 ( 再娶 )하라고 졸라대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던 남편이었는데....


방바닥에 얼굴을 묻은 그녀의 두 눈에선 서러움에,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창 틈 실바람에 호롱불이 한번 몸부림 쳤고,

소쩍새가 그네들의 소리를 엿 듣고 있는가.

소쩍새 울음소리가 멎었고, 울 옆의 계류만이 쫄 쪼록 쫄쫄 쪼오록 싱겁게 밤의 정적을 깨고있다.


그렇게 하여 셋은 토막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생원 댁, 즉 김 생원의 본처는 안방을 쓰고 소쿠리장수는 생원의 후실 ( 後室 )이 되어 윗방에 거처를 정했으며

그리고 생원은 아래 윗방을 오르내리며 두 처를 거느리게 되어 처들이 불화가 없고

화목하게 지내도록 어우르며 열심히 살아갔다.


본실은 후회했다.

<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고 밤 구덩이 다람쥐 든 줄 모르고 구덩아가리 막아 논다더니 내 그짝 아닌가 >


본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소쿠리장수를 붙잡아 둔 것을 땅 패며 후회했고,

그의 행실이 요절을 내고 싶도록 괘씸하지만 자신이 여자의 몸으로,

남의 집에 입가 ( 入家 )하여 대를 사속 ( 嗣續 )해 주지 못하는 것이 큰 죄가 되어,

남편 앞에서 투기 ( 妬忌 )란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소쿠리장수 역시 후실의 입장에서 비둘기처럼 살아가는 생원내외 사이에 곁 붙어,

못할 노릇을 하는 것 같아 여간 미안한 게 아니어서,

생원에게는 물론 본처에도 형님이라 부르며 정성을 다했다.


소문이 조그마한 동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우물가가 아니면 주로 빨래터에서 여자들에 입방아이다.


처음엔 그저 내용을 모르고

<소쿠리장수가 김 생원 댁에 정처 하여, 남의 농사일을 거들어주는데 일을 참 잘하더라>

< 안팎일 모두를 잘하며, 남의 일도 해 준다니 데려다 품팔이를 시켜라 > 에서


< 생원 댁에서 눌러 살 모양이던데 >의 소문에서 급기야는,

김 생원이 아주 첩으로 들여앉혔다는 소문까지 돌아,

동네에서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보리걷이는 어지간히 끝나고 모내기에 들어갔다.

잦은 비로 보리 베고 타작을 하는데는 지장이 있었으나

모를 이앙 하기엔 수량 ( 水量 )이 풍부해 모두들 좋아했다.


처음에 생원집 세 식구는 우애롭게 살아갔다.

그런데 날이 가고 달이 지나며 두 여자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생원은 두 처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하자 가운데서,

두 여인을 눌러 큰 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지 않게 각별히 노력했다.


그러나 형님이라 부르며 본실에게 정성스레 대하던 후실인 소쿠리 장수가,

생원의 배려에 힘입어 기를 세우기 시작했고

특히 그녀의 몸이 예사롭지 않고 아랫배가 눈에 뜨이게 불러오면서,

생원에게 자주 앙살을 떨었으며 본처보다 더 유세 ( 有勢 )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에 대해 생원은 대를 잇지 못해 걱정을 했었는데 그것이 늦게라도 해소되어 몹시 기뻤으며,

그녀가 조금 눈에 거슬리는 행위를 하더라도 다독여 주며 무념히 보아 넘겼다.


그러나 생원의 본처는 그게 아니었다.

소쿠리장수가 난데없이 부부사이에 불쑥 튀어들어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도 미워 죽겠는데,

여우같이 헤살을 부리는데는 참을 수 없었다.


또 자신이 할 수 없는 회임 ( 懷妊 )을 쉽게 해내는데는,

같은 여자로서 투기가 일음은 물론 자신이 불임이라는 흠으로 몹시 괴로워지면서

그것이 후실에 대한 증오감으로 변해 자주 싸움으로 이어졌다.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그녀들의 싸움 소리가 담을 넘었고,

그 불화가 동네 구석구석에까지 소문으로 돌아다니면서,

생원 집의 분란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되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동네 사람들은 생원이 첩실 ( 妾室 )을 둔데 대해 이해하는 축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 해서는 안될 첩질로 시골의 선량한 풍속을 해하게 되니 용납해서는 안된 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생원 집에서의 싸움이 더 잦아져가고 소란해지자

급기야는

<동네가 시끄럽다, 아이들 본 볼까 두렵다,

자고이래로 첩이라는 걸 모르고 살아오는 동네에서 그런 일을 그냥 두어선 안 된다> 라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생원은 자신의 행실로 동네사람들 보기가 부끄러웠는데,

풍설까지 좋지 않게 돌고있음을 알아채고 집안 단속에 마음을 더 쓰는 한편

이장한테 찾아가 사과하고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동네 이장이 마침 생원과는 인척지간이었는데,

나이는 생원보다 십 여살 아래 이나 항열 ( 行列 )로는 재종숙 ( 再從叔 )뻘이 되는 사이이다.


등고개 너머에 있는 이장의 집으로 아침 일찍 찾아갔는데,

그가 마침 돼지우리를 치다말고 생원을 맞으며 회랑마루로 안내했다.


“ 조카님이 아침 일찍 웬일인가? 어서 마루로 올라오게. ”

생원의 나이가 한참 위인데도 제법 해라이다.


“ 예 . 종숙님네 모두 별고 없으신 가요. “

“ 응 - 우리야 다 괜찮네 만 ”

“ 면구시럽구먼유. 지가 종숙님 내락웁시 후사 땜에 첩실을 둔걸 아시잔유. ”

주춤거리며 생원이 말을 더듬는다.


“ 알고 말고서리. 그런데 동네가 시끼러워서 어짠다나. ”

“ 글쎄, 그래서 말이구먼유. 종숙님이 잘 덮어 주셔야지유. ”

“ 나야 여부가 있나만 워낙 말이 많은 동네라, 안 좋아. ”

“ 어쩌것시유. 홑몸두 아닌데 내보낼 수두 웁잔응개비유. ”

“ 그렇게 됐능가? 듣느니 반가운 말일세. 조카님으룬 아주 잘 됐네 만. ”

주언 부언 한참 얘기를 주고받았다.


“ 저 - 종숙님만 믿구 그만 가보것시유. ”

주춤주춤 물러나다가 생원이 일어선다.

“ 아녀, 조반 다 됐을틴디, 한술 뜨구 가게. ”

“ 아니 구먼유. 즈이두 아칙을 했구먼유. ”


종숙모까지 어떻게 알고 쫓아 나와 조반을 먹고 가라는 것을 굳이 사양하고 돌아왔다.


그 후, 생원의 두 처들도 한동안 탈이 없었고,

동네 여론도 이장이 생원을 싸도는 바람에 조용해져 말썽 없이 지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울타리 안에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동서 ( 同棲 )한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나보다.

생원을 가운데 두고 두 여인의 갈등은 점점 심해져갔다.


밥상머리에서도 서로 눈길이 냉랭함은 물론 밤에 잠자리 때문에도 싸움이 잦아서,

생원은 일몰후의 처신이 난처한 입장이라 이도 저도 아닌 아예 혼자 잠을 잘 때가 많았다.


< 첩을 두지 말걸 지금이라도 돌려보낼까> 생각하다가도,

조강지처인 본처와 사이에 느끼지 못했던 염정 ( 艶情 )이 생원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그래도 생원은 마음을 다잡고 윗방 첩실과 잠자리를 멀리하려다가,

앞에서 아른대며 애원 ( 愛願 )하는 그녀의 모습과 본처보다 젊고,

반듯하고 탄탄한 몸 그리고 그녀가 회임 ( 懷妊 )중이어서 생원의 마음은 자꾸만 흔들렸다.


다시 생원 집의 불화로 동네여론이 비등해졌다.


어떠한 경우라도 선량한 풍습을 해하는 일,

특히 건전하지 못한 남녀행위가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것,

후사 ( 後事 )를 그르치는 한이 있더라도 첩을 둔다거나,

남녀의 불순한 행위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것,


일부일처 의식이 철저히 지배하고있는 동네에서,

일부양처행위는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처가 배태 ( 胚胎 )능력이 없으면 애초에 본처와 합의해 이혼하고 재취하는 것은 있을 수 있겠으나,

한집에서 두 처와 함께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도리에 충실해야 한다며 유생 ( 儒生 )을 자처하는 생원의 입장에서도

시간이 지나며 한 지붕아래 두 처를 거느리는데 대해 몹시 괴로움을 느꼈고

더욱이 두 여자의 갈등을 막기에는 더 힘이 들었으며 남자로서 처신하기가 몹시 어려웠다.


그렇다고 후사를 위해 조강지처를 버리고 후처와 산다는 것은,

본심이 착한 생원으로써 더 못할 노릇....


< 역시 한 남자와 두 여자는 같이 동거할 수 없고, 동거해서도 안 되는 일인데,

대를 잇지 못한다는 것이 죄가 되는 것은 아닐텐데,

후사를 핑계로 첩을 두는 게 더 죄가 되는 것이 아닐까? 맞아, 한 남자가 두 처를 거느린다면

여자들은 사람 대우를 못 받는 셈이 된다> 사리의 변별력이 남보다 밝다고 자부하는 생원은 고민은 컸다.


이장으로부터 잠시 집으로 들르라는 전갈이 왔다.

한나절이 거욷하여 밭에서 돌아오니 이장아들이 아버지가 찾는다는 말을 이르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부랴부랴 등고개를 넘었다.

마침 이장이 회랑 쪽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고 있었다.


“ 부르셨는감유. ”

“ 어서 오시게나. "


이장이 자리를 권했고 생원이 마루에 엉덩이를 붙이고 궁금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 조카님한테 미안스런 얘기 네만, 나도 난처해서 말일세, 그 작은댁을 내보내면 안되겄능가? ”

이장의 단호한 말에, 생원이 깜짝 놀란다.


“ 야? -- 글씨유. 저두 곤란시럽구먼유.... 못할노릇 인디.... ”

생원의 대답이다.

“ 여부가 있나만 동네풍기가 그런걸 어쩌것능가.

나두 동네 어른들을 어지간히 삶어 보았네 만 워낙 여론이 안 좋아서 어쩌겄나. ”


둘은 서로가 난처한 듯 한참을 멍하니 앞산을 응시한다.

싱거운 놈들 황조 ( 黃鳥 ) 두 마리가 집 앞 감나무 위에서 사랑 놀음을 하고있다.


“ 워쩌것시유. 종숙님이 더 힘좀 쓰셔야지유.

저두 작은집 ( 副室 )을 가라구는 해보겄지만 워낙 인사가 아니라서유. ”

그렇게 대충 말을 끝내고 돌아왔다.


농촌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기는 농촌에서 일년 내내 빤한 틈이 있을 이 없다.

해동하면 겨우내 쌓인 뒷간, 잿간, 짐승우리의 거름 내기,


씨앗 골라 파종 준비하기, 해토된 논밭 갈아엎어야 하고, 씨 놓기 전에 땅 골라야하고

그리고 못자리와 가래질도 해야하고, 갈풀 베어 논 거름 해야하며

요즈음처럼 오뉴월이 되면 남정네들은 모내기에만 매달린다해도 손이 모자랄 지경이고,

여자들은 밭작물 모종과 우북하게 올라오는 잡풀 때문에

밭 김매기도 어려운 터라 집안일 돌볼 틈이 없다.


모내기다음엔 논 김매기와 피 골라내기, 논두렁 깎기, 풋나무 베어 겨울 땔감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고

그리고 가을이 오면 추수에 매달려야하고, 얼어터지기 전에 감이나 산과 ( 山果 )도 거두어야하고,

추수가 끝나면 추위가 닥치기 전에 고초로 이엉 엮어, 안 팍 각 채와 울 담 지붕까지도 멀끔히 해이어야 한다.


갈 일을 마무리했다고 일이 없는 게 아니다.

농사일이란 겨울에도 여름 못지 않게 분주하다.

새끼 꼬기와 가마니 치기, 가축 돌보기, 땔감 장만하기

그리고 틈틈이 왕골자리 짜기 등등이 그것이다.


보리타작과 감자 캐기는 끝냈으나 여자들은 콩밭 매기에 매달렸고,

남자들은 모내기에 이어 논 김매기에 들어가므로

일손이 모자라 아이들과 노인들까지 나서서 농사일을 거들었다.


생원도 이웃들과 품앗이하랴,

두렛일 나가랴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지경이어서,

여기저기 밭작물 도 돌보아야하는데 여가를 낼 틈이 없었다.

생원의 두 처들도 품앗이 다니느라 집안일 돌볼 틈이 없었다.


생원 댁 두 여자의 불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한번 어긋난 두 여인의 마음은 바로 잡혀질 줄 몰랐다.


한 남자를 두고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두 여자의 싸움은 여느 감정 싸움과 다른가 보다.

진일을 서로 말이 없다가도 말을 건네게 될 때엔

그 말에 가시가 돋치고 그것이 곧 싸움으로 변했다.


생원도 바쁜 철이어서 두 처의 갈등을 다독이는데 소홀히 하게되고,

처들의 갈등에 대한 동네사람들의 여론 따위를 까맣게 잊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렇게 생원이 자기집 일을 챙기지 못하는 사이에 두 여인의 갈등은 더해져갔고

따라서 동네 여론도 점점 나빠져 가고 있었다.


바쁜 철이어서 사람들이 무리무리 모여 일하게되고,

서로 대면을 많이 하게되고, 그렇게 대면하다보면 남의 말을 하게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생원의 집 얘기도 자연히 일터나 우물가에서 동네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었다.

“ 생원 댁에선 어젯밤에도 큰소리가 나더라네.

누가 보니께 두 마누라가 머리채를 휘어 잡구 싸우는데 대단 하더라네 ”


“ 어제 밤뿐인가. 하루에도 몇 번씩 싸우나 보던데. 생원도 큰 일이여

- 날만 어두우면 두 마누라가 서로 몸을 찢을라구 할 테니 말여. 하 하 - ”


“ 농담하지 마러 이 사람아. 그러나 저러나 큰일일세.

동네 꼴도 안되것구, 애들 교육에두 안 좋구 말여. ”


일터에서 일꾼들끼리 주고받는 대화인데 급기야는.

“ 안되겄어. 하루 이틀두 아니구. ”

“ 그려. 동네 대동계 ( 大同契 )가 나서서 세 년, 눔덜 모두 쫓아 내야되어. ”

“ 자고로 한 몸에 두 마누라는 못 그늘르는 벱여. ”

“ 왜 못 그느르남유. 일만 잘하믄 되지유. 나두한번 마누라덜한테 시달려봤으믄 좋컷다, 하하 - ”

“ 예끼 이사람, 젊은 사람이 못하는 소리가 없네나. ”

“ 여하튼 계장 ( 契長 )님 한테 얘기해서 무슨 수를 내야 쓰것어. ”


생원 댁에서 자정 ( 自淨 )해 지기는 어려울 테고

동네사람들이 나서서 처리해야한다는 여론이다.


며칠 후이다.

“ 오늘 저녁에 공회당 마당으루 덜 모여 - “

동구 앞 이장 댁 논에 두레패들의 논 김매는 자리에서

젊은 축들을 향해 나이 지긋한 이가 하는 말이다.


“ 알엇시유. ”

“ 아니 무슨 일이란디야 - ”

“ 생원댁 때매라네. ”


젊은이 중에 한사람의 알았다는 말이고,

모르겠다는 사람 의 물음에 알고있는 사람의 대답이다.


“ 그럼 생원 마누라들을 동네에서 쫓아낸다는 말인감? ”

“ 그래야지 어떡 하것나. ”

“ 우떡한디야. 작은댁은 애꺼정 있다면서, 큰일났네. ”

“ 할 수 읎잔능가베, 동네 대동을 위해서 말여. ”


산천은 푸르러 여름의 가운데로 들어섰고,

쪽빛 하늘엔 흰 구름 하나 한가로이 떠있다.


들판 군데군데 아낙의 무리들이 두런거리며 콩밭을 매고있고,

물이 귀한 산비탈 봉천답에 마냥모를 심는 이들도 더러 눈에 띈다.


< 미풍양속의 시골에서 일부양처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생원이 두 처를 거느린다는 것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인데,

그의 집 불화로 동네가 소란해서는 안 된다.


그 싸움의 원인이 생원을 가운데 두고 두 마누라가 투기하는데 있으므로

젊은 세대나 어린아이들의 교육에 좋지 않다.


생원의 후사를 위해선 조용하기만 하면 덮어둘 수도 있겠으나,

그네들의 불화가 점점 더해가므로 동네사람들이 나서서 수습해야한다.

그러니 바쁘고 농사일 때문에 좀 피곤하더라도 농한기를 기다릴 것 없이

당장 저녁에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생원들을 쫓아내야 한다. >는 얘기였다.


사방이 고산으로 둘러싸인 산촌, 외부와 차단된 문명이어서

기껏해야 초간한 읍내를 나가 등유 ( 燈油 )를 사 오거나

제 ( 祭 )가 들면 제물이나 보아 오는 정도이므로,

슨 사안이 생기면 동네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법을 모르고, 고소 ( 告訴 )를 모르고, 또 경찰서나 법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다.

선량한 습속을 해치는 자가 있으면, 그들은 관청에 고발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인습으로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잘못한자에게 잘못한 만큼의 사형 ( 私刑 )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적제재가 법에 의해 형벌을 가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혹독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인류가 부락의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면서,

체제 존립에 필요한 질서유지를 위해 자연히 발생한 하나의 관습이다.


인류가 생겨나는 과정에서 신화에서도 질서유지에 반하는 범죄에 대해

응징하는 것은 항상 있어온 일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의 주신( 主神 ) 제우스나,

제우스 아들로 도덕이나 법률을 주관한 태양신 아폴론도

잘못한 사안에 대해서는 잘못한 만큼 응징했다고 한다.


물론 성문화 ( 成文化 )된 것이긴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약 사오천년 전부터 잘못한 자에 대한 잘못한 만큼 벌을 주는 제도,

고조선시대에 팔조금법이나 바빌로니아 하무라비 왕조시대의 법전,

그러한 것들이 모두 사회의 질서유지에 필요한 소박한 형벌제도로써 탈리오법칙,

즉 잘못한자에게 잘못한 만큼만을 응징하는 응보원칙인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형사 ( 刑事 }문화가 발달하여, 십구세기부터 채택되고 있는,

목적형인 교도 교육형 주의가 아니고,

원시적인 응보형주의 인데 응보주의나 교도주의 모두가 장단점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골에서 관습에 의해 잘못한자에게 가하는 멍석말이나 매 때리기가 그러하고,

그리고 성범죄 자에게는 인륜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하여,

인격 무능력자에겐 똥을 먹여야 한다는 발상이 모두 고대로부터 면면히 내려온 풍습인데


그러한 각종 유형의 벌주기는 비용의 절감이나 번요한 절차가 생략되는

아름답고 소박한 습속이긴 해도 기준 없는 처벌로 개인의 인권이 무시될 수도 있고,

세태의 변화에 저항을 받을 수도 있으며, 또 공리주의에 흐를 수도 있는 폐단이 있다.


“ 진지들 잡수셨어유. ”

“ 진지들 잡수셨어유, 그런데 이 바쁜 철에 웬일이래유. ”

“ 저녁덜은 했는가? 글쎄 말일세. 곤해 주겄구먼시리. ”

어둠에 휩싸인 공회당 앞마당이다.


마당 귀에 앉고 또 엉거주춤 서있는 몇 명의 노인들에 대해

골목에서 마당으로 나오는 젊은이들이 저녁인사를 했고,

그에 대한 노인들의 대답이다.


마당의 또 한 귀퉁이에는 노부들과 어린이들도 어울려 떠들고 있다.

“ 아니. 벌써 이리 더운가, 모기땜에 영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

“ 이 사람아 하지 ( 夏至 ) 지난 지가 언젠가. 그런데 생원댁엔 열락이 됐능가? ”

무리무리 웅성거리는 중에 주고받는 말들이다.


“ 그려  계장님이 소임 시켜서 연락을 했다누먼. ”

소임이란 동네 경조사 때 잡일이나 각종 심부름을 도맡아 해주는 자로서,

동네 일을 해주는 대가로 동네소유의 논밭을 부쳐먹는 사환을 일음이다.


뒷산에서 소쩍새 구슬픈 울음이 어둠을 타고 내려온다.

무논에 와글대던 개구리들은 무엇에 놀랐는가.

개구리 울음이 일제히 멎었고, 여기저기에서 맹꽁이소리만 리듬 있게 들려온다.


호박넝쿨에 뒤덮인 잿간 지붕 위에 어지러이 깜박이는 수많은 반딧불이중 한 마리가

측백나무 울타리를 넘어 회당 위 허공을 가르며 마당을 건넌다.


“ 저녁진지들 자셨나요. 다들 나오셨는가요? ”

삼베옷 차림의 점잔은 이가 마당에 들어서며 인사하고 묻는다.

동네 대동계장 ( 大洞契長 )인데 이장이 계장 일을 겸해 보고있다..


“ 예. 어지간히 나왔나봐유. ”

마당 가득한 사람들이 멍석을 내다 깔고 앉아서

혹은 엉거주춤 서서 웅성대다 말고 조용히 계장을 맞는다.


“ 회의 준비는 다 됐는가? 소임 - ”

“ 예 - 다 됐구먼유. 계장님. ”

동네 사환을 천하게 여기므로, 그가 나이가 들었는데도 계장은 해라를 한다.


마당 가득한 흰옷차림의 동네사람들은 대충 줄을 맞추어 앉았고,

소임은 오물이 담긴 똥바가지를 앞에 가져다 놓는다.

죄인인 생원과 처들에게 강제로 먹이기 위해서이다.


계장은 공회당건물 추녀아래의 뜰을 연단 ( 演壇 )삼아 올라서서 일장 연설을 한다.

그는 여느 때와 달리 단 위에서만은 유식하게 표준말을 쓰고 있다.


“ 모두들 가내 평안하신가요. 우량 ( 雨量 )이 적당해서 농사에 다행이며,

요즈음 농번기여서 몹시 바쁘실 줄 알고 되도록 농번기엔 모임을 피하려 했는데,

오래 적조 해서 부득이 모이시라 했습니다. 에 - ”


주언 부언 동네의 두렛일 그리고 면사무소에서 배급되는 비료와 소금에 대해

한참 두서 없이 말을 늘어놓던 계장은 급기야 김 생원 집일에 대해 말을 이어간다.


“ 김 생원 댁 사건에 대해 말씀을 드립니다.

부끄러운 일인데요. 생원 후대를 위해 동네어른들이 이제까지 첩사 ( 妾事 )를 눈감아 주신 걸로 아는데,

요즈음 생원 양 댁들의 분란이 잦아서 동네가 몹시 소란스럽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교육에도 지장이 있으니 동네 재판을 해야 한다는

몇 분 어른들에 건의가 있어 말씀드리오니 여러분들의 의견을 많이 말씀해 주십시오. ”


“ 안디어, 분란이 너무 심햐. "

생원의 일을 못마땅해하는 고지식한 노인들의 말이다.


" 타동 ( 他洞 )사람들 알까 겁나네. 조용하던 동네에 무슨 소동이랴. “

혹은, 아이들 교육 때문에 안 된다는 말들이 어둠 속에 오가고,

심지어 이장이 생원과 척질간이라 이제까지 대책도 세우지 않았고,

그냥 지나가려는 게 아니냐는 노인도 있다.


“ 예, 알겠습니다. 저도 더 이상 묵과해선 안되겠다고 생각 되어

이렇게 모셨는데 여러분 뜻에 따르겠습니다. 에 그럼 생원 댁들은 출두 ( 出頭 )했는가요. ”


‘ 안왔능개벼. “

“ 나오라고 이르지 않았나요? ”

“ 연락을 했구먼요. ”

계장의 물음에 사환이 허리를 굽히며 하는 대답이다.


“ 그럼 젊은 축에 몇 명이 가서 끌구 와. ”

조용하던 회중 ( 會衆 )의 대열이 흐트러지며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노인들의 말에 젊은이들 몇이서 생원들을 데려 오기 위해 나서는데,

김 생원이 처 둘을 데리고 골목에서 나타난다.


“ 여기 와 있었구먼유. ”

“ 아  이사람아 왔으먼 빨리 나올 것이지 왜 숨어있는가. ”

“ 죄송허구먼유. 면목이 읍서서유. ”

“ 이 사람아, 바쁘구 고단헌데 자네들 땜에 이게 무슨 꼴인가?


엉거주춤 서서 사죄하는 생원을 향해

노인 축에서 원망의 말들을 한마디씩 한다.


다시 회중이 조용해지면서 단 위에 선 계장이 주관해

생원들 세 사람을 앞에 세워놓고 동네 재판이 시작되었다.


판검사나 변호사가 성문 ( 成文 )된 법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고,

사건을 심리하고 변호하고 판결하는 공권에 의해 절차를 밟아 하는 재판이 아니라

오랜 전통에 의해 관습대로 동네사람들이 모여 합의에 의해 개인을 린치 하는 것이다.


그들은 법이 있어도 법을 모르고 재판을 모르고 관청이 있어도

드나들 줄 모르고 드나들 일도 없는 것이다.


잘못하면 안 되는 걸로 아는 사람들, 남을 때리거나 남의 것을 훔치는 일은 물론이고,

어른에게 반말을 하거나, 인사를 하지 않거나, 남의 흉을 보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일을 하면

천벌을 받아야 하는 줄 아는 착한 사람들이다.


다만 야반 ( 夜半 )에 참외서리 닭서리를 하거나 그리고 무리무리 모여

남의 밥을 훔쳐먹는 행위 따위는 있을 수 있는 일 있을 수 있는 행위이면서도

오히려 아름다운 풍습으로 인정되어 처벌하지 않고, 피해를 본 사람도 웃으며 넘긴다.


계장은 사안의 개요와 논고 ( 論告 )를 장황하게 이어 나갔다.


< 김 생원은 처가 있는 자로, 절대 해서는 안될 첩 질을 했고,

그의 본처는 불임증으로 후손을 둘 수 없는 몸이고,

후처는 남의 평화로운 가정에 첩으로 들어와 같이 살게 되었으면

모두 남이 모르도록 조용히 살아가야 함에도 상호 ( 相互 ) 싸움으로 동네를 소란케 했다>는 내용에 이어


< 김 생원은 자손을 두기 위해 한 행위이고 두 여인은 여자로서 있을 수 있는 투기를 한 것뿐인데,

그 과오를 금번에 한해 관용해 주자>는 너그러운 의견을 한번 회중에 고했다.


계장의 일장 연설이 끝나자 어둠 속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동네사람들은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생원들은 계속해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을 빌었고,

모인 사람들은 모두 선량한 촌민 ( 村民 }들이어서 계장의 말대로 앞으로 반성하고

탈 없이 살아간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주로 여자들과 노인 축들이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이다보면 그 중에 까탈스런 사람이 꼭 있게 마련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첩을 두어선 안 되는 것이고,

이번 일을 그대로 넘어가면 그게 관행이 되어 앞으로 그러한 일들이 다시 있을 시에도 소홀히 하게되니

벌칙대로 똥을 먹여 모두 내쫓자는 것이다.


묵인 해 주자, 안 된다 의 가부를 결정하기엔 한참이 걸렸다.

심지어 입씨름까지 하다가 결론은 똥 먹이는 것은 인사 ( 人事 )가 아니니 생략하며,

생원 내외는 깊이 근신하고 첩만을 동네에서 쫓아내는 것으로 끝을 맺자고 결론이 지어 졌다.


“ 자 - 조용히 들 하세요. 그럼 여러분들의 의사대로

김 생원의 작은댁만을 동네에서 쫓아내는 것으로 이 일은 끝내겠습니다. ”


“ 그려 - 그려. ”

“ 그렇게 혀 - 똥까지 먹일 건 뭐 있나. ”


“ 젊은이들은 이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남고 어르신들은 피곤하실 텐데 모두 돌아들 가세요. ”

계장의 말을 끝으로 동네 회의는 끝났다.


동민들의 의사에 의해 동네에서 쫓겨나는 생원 후실은 이후에 생원 댁 주위를 얼씬거리거나,

생원과 다시 내통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계장의 경고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해서 소쿠리 장수는 그 밤으로 동네에서 쫓겨났다.

동네 장정 몇 명의 손에 이끌려 칠흑 같은 어둠 속의 개울건너 주막거리 앞에 닿아 버려진 것이다.


여인은 허정이는 다리에 몸을 지탱하고 사방을 둘러본다.

사위는 여인의 마음처럼 어둡고 허망했다.


새물모롱이 쪽, 구렛보( 洑 )에 물소리가 구슬프다.

울음보가 터졌는가, 동네 뒤 진달래 골에서 어둠을 타고 건너오는 소쩍새 울음이 멎을 줄을 모른다.


새물 호수 위 하늘에 별무리들이 무수히 박혀있고 또 한 무리는 유성우 되어

호심 ( 湖心 )으로 쏟아져 내린다. 길을 잃었나보다,

저 강변 물새의 어둠을 째는 외마디 울음소리 -.

< 어떻게 해야하나, 어디로 가야하나. >


아랫배가 꿈틀한다.

다시 부유 ( 浮游 )해야하는 신세, 사물과 사안이 모두, 스치는 바람이라던데 ....

지나보면 저 호수의 수면처럼 파랑이 일은 뒤엔 모두 없어지는 것들이던데,

그런데. < 뱃속의 이 흔적을 어찌 해야하나 - > 풍랑에 몸을 맡겨 보았던 그녀....

흘러 흘러가다 보니 세파에 시달린 그녀의 상처는 너무 크고 깊었다.


주막집 울타리사이로 불빛이 내다본다. 여인이 무거운 몸을 돌려 발자국을 떼 놓는다.

가난 때문에 고향을 떠나 소쿠리를 주렁주렁 이고 지고 걸치고 멀리 구름 따라

타향 땅을 헤매던 소쿠리장수, 풍찬노숙 ( 風餐露宿 )의 갖은 고생 끝에 사랑을 얻고,

사랑을 받으며 잠시 머물렀던 생원 집에서 운명의 장난처럼 배겨내지 못하고

쫓겨난 여인의 눈에선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주막집에서 아카시아 교목의 행렬을 따라 봇둑 길을 한참 따라가다 보면

새물 하구로 조그만 소택이 있고 그 옆에 작은 언덕이 있다.


산천은 푸르러 여름의 가운데로 가고, 구름도 바람도 모두 가고 있고,

산야에 사람들도 부지런히 오가는데 언덕 위에 석상 ( 石像 )처럼 또 푯대처럼 멍하니 서있는 여인이 있다.


물론 여인은 소쿠리장수이다.

잠시 생원과의 얽혀진 인연도 발길을 떼어놓지 못하게 했지만,

뱃속에 남겨진 흔적 때문에 그녀는 그곳을 얼른 떠날 수가 없었다.


동네에서 쫓겨난 그 밤에 그녀는 갈곳이 없었다.

실오리 같은 불빛을 구원의 동아줄 삼아,

그 줄을 잡고 앞에 놓여진 캄캄한 둑길을 간신히 더듬어 주막집 문을 두드렸다.


대충 겪은 얘기를 들은 노부는 사는 게 다 고통이니 참고 용기를 가지라며

가게에 딸린 방을 그의 잠자리로 정해 주었다.


밤새 울었다.

곰보이어서 반반하지 못한 얼굴 때문에 반듯한 길로 가지 못하고,

간난의 길에서 허둥거리는 자신의 신세가 서러워 울었다.


주어진 삶과 가난 속에서도 비둘기처럼 오순도순 살아가는 생원의 두 내외 틈서리에 끼어,

곁붙이로 살아 보고자했던 자신이 잘못이었고,

그 잘못을 늦게 깨달은 그는 깊이 후회하는 것이다.

주막집에 머물 수도 또 떠날 수도 없었던 소쿠리장수는

며칠을 언덕에 나와 먼산바라기를 하다가 정신을 수습하고,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며칠 후이다. 작은 분지의 지평에 맑은 해가 얼굴을 내 밀었다.

하늘은 청명하고, 산천도 물에 씻은 듯 깨끗한데 여름으로 들어선 계절이이서,

한낮의 더위를 피해 미리 일하려는 사람들이 들판에 많이 나와 일손을 서두르고 있다.


소쿠리장수가 다시 들르라는 주막집 노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끝내고 길을 나선다.

며칠을 언덕 위에 석상처럼 서서 생원 댁 쪽만을 바라보던 그녀는

주어진 운명을 어떻게든 극복해야겠다고 했고,

그러려면 언제까지나 주막에 머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생원으로부터 그녀의 죽제품과 얼마간의 여비가 전해져 왔다.

그는 다시 간난의 발걸음을 떼어놓는 것이다.

가파른 인생 길,.....

다시 어깨와 등 짝에 주렁주렁 구차스런 고통을 매달고,

구름을 보면서 바람이 일러주는 대로 정처 없이 떠나는 것이다.


몇 발작 떼 놓으며 한참을 걸어가는데 옷깃을 흔들고 간 게 한줄기 바람이랄까봐,

그의 아랫배에선 생원의 여운이 곤고한 그의 여정을 향해 타악 탁 발길질을 해 대는 것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