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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를 겪은 큰어머님 경험담

살메기 2021. 2. 6. 22:21

큰어머님은 올해 93세되셨다.

 

충청도 시골 아랬동네에 사시다가 윗마을로 20대 초에 결혼해 오셨는데....

당시는 6.25 전쟁통이라 매우 어수선한 시기였다고 한다.

 

어른들이 흔히들 하시는 말로 "인공시절"이었다고 하는데....

인공시절이란 "인민공화국"을 줄인말이다.

 

북한군이 쳐내려와 부산만 빼놓고 남한을 거의 다 점령하여,

북한 공산당 치하가 되었던 시절을 말함이다.

 

시집온지 한달쯤 됐을때 인민재판이 열린다며

한집에서 한명씩 학교 운동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하더란다.

 

안 나오면 반동집안으로 몰릴까봐 나가긴 나가야 되는데,

남자가 나가면 위험할 수 있고 여자는 해치지 않을 것이라며

네가 갔다오라는 하늘같은 시어머님의 명에 따라 

시집온지 한달된 큰 어머님이 인민재판이 열리는 학교 운동장에 나가셨단다. 

 

인민재판이 열리는데 두손을 뒤로 묶이고 수건으로 눈을 가리워진 사람들을

운동장 단상으로 올려놓고는, 한참동안 뭐라뭐라 죄상을 나열한 후

"여러분 이런 악질 반동은 처단해야 마땅합니다."  하고 말하면

단상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옳소! 옳소!" 하고 화답하고 나면

이어서 쇠스랑 같은 도구로 뒷머리를 가격하여 털썩 쓰러지고,

그렇게 여러명을 죽인후 운동장에 주~욱 눞여놓고 시체를 넘어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까지는 전혀 예상못하고 인민재판에 갔다가 온 큰어머니는

너무 놀라고 충격을 받아 한동안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워서 앓았고  

꿈에서도 나타나 주무시다가도 놀라서 깨곤 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동안 인민군이나 좌익에 의해 피해를 당한 사실들은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고

미군이나 국군에 의한 양민학살 얘기들만 있어오던 차에,

진보성향의 한 언론매체에서 좌익에 의한 경찰가족 몰살 뉴스가 보도되어 의외다.

 

이런 뉴스를 읽은 청소년들은 그런일도 있었을까 하고 호기심이 생길것 같다.

 

전쟁이 낳은 비극이긴 하지만, 큰어머님 말씀 말고도 고향에서는 좌우익간

서로 죽이고 죽는 살상이 극심했었다고 하는데...

 

그 뿌리가 어딘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제로 부터 해방된 직후 좌익,우익으로 나뉘어 사회가 혼란스러웠는데,

잘 알려진 것처럼 남로당의 박헌영처럼 공산주의자 좌익들의 활동도 극심하였고,

   

당시는 법절차 같은 것은 당연히 무시되는 시절이었으니 좌익분자라는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영장없이 체포되어 지서의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었는데,

인민군이 남하하기 시작하자 경찰 또는 치안대라는 사람들이

남쪽으로 피난가면서 수감중인 좌익들을 모두 다 총살해버렸고,

 

인민군이 점령하여 인공시절이 된 후에는 살해당한 좌익의 가족이나 인민군들이

치안대나 경찰이었던 사람, 지주등 부르주아 층 사람들, 그들의 가족까지도 죽이고,

 

그 다음에 또 다시 인민군이 물러가고 수복된 다음에는

인공시절에 좌익활동을 한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이렇게 업치락 뒷치락 반복되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참극이 발생했다고 했다.

 

가슴아픈 역사지만 정치적이거나 이념성향에 매이지 않고 지난날에 있었던 사실들이

숨김없이 공평하게 보도 되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