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의 서화 작품

아버님 글씨 병풍

살메기 2024. 1. 22. 19:07

 

아버님 유작 서예작품과 장인어른께서 선물받아 보관하시던 사군자 묵화로

가까운 표구점에 병풍 제작을 의뢰하여 오늘 찾아왔다.

 

해놓고 보니 너무 좋다. 

 

아버님 글씨도 좋지만, 문인화 작품도 너무좋다.

장인어른께서 72세 생신날에

평소 교유하고 지내시던 분으로 부터 선물받아 보관하고 계셨던

유품으로 병풍을 만들었다.

 

 

아버님은 정통으로 예전 명필들의 법첩을 보고 배우거나

유명 서예가로 부터 지도를 받으며 서예를 공부하신게 아니라

그냥 혼자 연습해오며 갈고닦은 실력이시기에 한계가 있어 보이긴 한다. 

 

글자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書如其人이란 말처럼...

아버님 글씨를 보면 아버님 성격이 그대로 보인다.   

 

왼쪽으로 부터......

積財千萬無過讀書(적재천만무과독서) 재물을 천만냥 쌓아놓아도 책 읽는 것만 못하다.

雲峰遊仙(운봉유선)구름쌓인 봉우리에서 노니는 신선

大海不忌淸濁 (대해불기청탁) 큰 바다는 흐린 물, 맑은 물 꺼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家和萬事成 (가화만사성) 집안이 화목해야 만사가 이루어진다.

瑞氣雲集 (서기운집) 상서로은 기운이 구름처럼 모인다.

知足知分德潤身 (지족지분덕윤신) 스스로 족한줄 알고 분수를 알고 베풀줄 알면 몸이 윤택해진다.

對人春風知己秋霜 (대인춘풍지기추상)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내 자신에게는 추상같이 엄격하게.

精金百鍊出紅爐 (정금백련출홍로) 단단한 쇠는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백번의 단련을 거친후에 나온다.

 

烏城樵夫 春谷 姜東元 선생 작품

 

 


수묵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
그림과 화제글 모두 매우 격이 높은 훌륭한 작품이다.

미흡하나마 서화를 접해보고 공무원 미술대전에서 입선,

그리고 내 직장 문화미술대전에서 동상을 받으며 다년간 서화를 접해온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 보아온 그 어떤 수묵화 보다도 수준 높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사실 화려한 채색 수묵화보다도 순수하게 먹으로만 농담을 표현한

이 같은 작품이 품격높고 오랫동안 두고봐도 담백한 맛이 있어 실증나지 않아 좋다.

 

작가는 전남 화순 출신으로 광주와 화순 등 전남지역에서 활동하시며

한학자이던 장인 어른과도 교류를 가져온 春谷 姜東元(춘곡 강동원) 선생이시다.

춘곡 선생께서

장인어른 72세 생신에 기념으로 그려서 드린 작품인데 장인어른 돌아가시고 난 후 장인어른 유품 정리중 발견하여 내가 가져왔다.

 

도서낙관에 烏城樵夫(오성초부)라 썼는데,

전남 화순을 예전에는 烏城이라 불렀던데서 화순에 사는

나무꾼 이라는 소박한 이름을 쓰신 것으로 보인다.    

 

강동원 선생은 철학박사로서 전남향토문화상, 성균관 명륜장,

화순문학상, 화순군민의 상, 전남도전최우수상(사군자)을 수상했으며

전남도전 초대작가, 광주시전 초대작가 겸 심사위원을 역임한 분이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글씨가 아버님 유품이라고 표구점 주인에게 말 했는데,

그 말을 들은 표규점 주인이 글씨를 중요하게 생각해

글씨 8폭을 모두 살려 한쪽을 구성하는 대신

다른 한면은 그림 8장에서 2장을 빼고 6장만으로 구성한게 아쉽다.   

 

그림이 모두 8폭으로 되어있고 맨 마지막장에

우석 이진백 선생 72세 생신을 기념하여

춘곡 강동원이 그려 주다 라는 글자가 씌여 있는데

 

표구점 주인의 안목이 부족한데다 (사전에 정리해주지 못한 나의 불찰도 있지만...)

8폭 병풍의 구조상  한쪽면은 8폭이 아닌 6폭으로 해야만 했기에

나머지 두장은 빼놨는데 그중 한장이 가장 중요한

그 글귀가 있는 그림이어서 너무 아쉽다.   

오른쪽부터 화제글을 해석하면,

明月孤山處士家 湖光寒浸玉橫斜(명월고산처사가 호광한침옥횡사)밝은 달 처사(임보)의 집에 비치고, 호수물빛 시원스레 매화가지 적시네.

生無桃李春風面 名在山林處士家(생무도리춘풍면 명재산림처사가)비록 복사꽃 오얏꽃 같은 삶은 없지만,  그 이름은 선비가 사는 산속에 있다네

無端半夜東風起 吹作江南第一花(무단반야동풍기 취작강남제일화)뜻밖에 지난밤 봄바람 불어와,  강남 제일의 꽃을 피웠네

溪寺曾裁數十叢 紅芳綠葉領春風(계사증재수십총 홍방록엽영춘풍)골짜기 절에 이미 수십떨기 꽃 피어,  붉은꽃 푸른잎 봄바람을 거느렸네

若對黃花傾白酒 九秋何日不重陽(약대황화경백주 구추하일불중양)만약 국화꽃을 마주하고 맑은 술잔 기울인다면, 구월 가을 어느날인들 중양절이 아니리

山牎無數碧珢玶 一經淸風五月寒(산창무수벽은평 일경청풍오월한)산중 집 창에 무수히 푸른옥구슬 어리고, 한줄기 맑은바람 불어와 오월에 한기를 느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