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메기
2024. 8. 10. 22:10
입추가 지나니 그 무덥던 삼복더위도 조금씩 물러가는듯 하고,
한 낮 기온은 아직 찜통이지만 새벽으로는 선선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제 곧 찬바람 불고 낙엽지는 가을이 오고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도 오겠지요.
가을은 누구에게나 쓸쓸한 느낌을 가져오고 감성에 젖게만듭니다.
이로 인해 예로부터 많은 시인 묵객들이
가을에 많은 시들을 남겼던것 같습니다.
입추 3일 지난 오늘 저도 최고운 선생께서 남기신
유명한 가을시 한편을 음미해 봅니다.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 가을바람에 다만 쓸쓸히 읇어보네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세상사람들 나의 소리 알아주는이 거의 없으리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밤깊어 삼경인데 창밖에 비 내리고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등잔불 앞 내 마음 만리길을 달리네
※ 가을바람이 소소히 불어오니 시인은 마음이 쓸쓸해져
다만 혼자 조용히 옛시나 글을 읇조려 봅니다.
하지만 이 가을밤 괴로운 마음으로 쓸쓸히 읊조리는
시인의 마음을 알아주는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고요히 방안에 앉아 읇조리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한밤중 삼경에 이르럿는데 창 밖에
내리는 빗소리에 쓸쓸한 감정이 더해집니다.
깊은 밤 시인은 창 밖 빗소리를 들으며 방 한가운데 가물거리는
등잔불을 조용히 응시하자니 멀리 떠나온 고향과 처 자식 등
가족이 떠오르고 마음은 만리 떨어진 고향, 가족에게로 달려갑니다.
저도 어릴적 등잔불 속에서 자라온 등잔불 세대입니다.
등잔불을 경험하지 못한 이후 세대들은 등잔불이 가져다주는
운치와 적막감을 알지 못하니
마지막 結句의 느낌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바람한점 없는 방안 한 가운데서 조용히 홀로 가물가물
어둠을 밝혀주는 등잔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흘러간 지난날들,
그리고 멀리떨어진 가족 친구들이 떠오르는건 당연지사니
빗소리를 들으며 등잔불을 응시하는 시인의 마음은
만리 고향으로 달려간다는 표현 백번 공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