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낚시와 아들 이야기
예전에는 시골에 개구리가 지천이었습니다.
논둑을 걷노라면 "후두둑! 퐁당 퐁당! ....
논둑 풀속에 숨어있던 개구리들이 놀라 여기저기서 논으로 뛰어들곤 했습니다.
개구리가 어찌나 흔하던지 논두렁을 한두시간 돌며 개구리를 잡고나면
한발쯤 되는 철사줄에는 꿰어진 개구리가 가득하였습니다.
가축사료라는게 아예 없던 시절,
그렇게 개구리를 잡아 바깥마당에 돌 몇개 쌓아 임시화덕을 만들고
못쓰는 양은냄비를 걸어 얹고는 개구리를 삶아 닭 모이로 주곤 했습니다.
개구리 잡는 도구래봐야 가느다란 회초리 하나면 그만입니다.
논둑길이나 개울가 풀숲을 거닐다가 동작이 굼떠 재빨리 달아나지 못하고
멍청하게 앉아있는 개구리가 보이면
살금살금 다가가서는 회초리로 사정없이 내리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회초리 세례를 당한 개구리는 허연배를 드러내고
다리를 뒤로 쪽 뻗은채 파르르 떨며 절명하거나 거의 반죽음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어떤때는 개구리를 산채로 생포하여 보릿잎이나 풀잎을 하나 꺾어 빨대처럼 만들어서는
개구리 항문에 집어넣고 "후" 하고 바람을 불어 넣습니다.
그러면 개구리 배가 풍선마냥 부풀어 오르게 되고,
배가 남산만해진 개구리는 그냥 바닦에 놓아두어도 바람빠질 때까지는 도망가지도 못합니다.
어릴적 추억이지만 개구리도 생명인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개구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좀 잔인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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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해 전 어린 아들놈과 함께 시골에 갔을 때 문득 어릴적 생각에 아들놈과 개구리 사냥을 나갔습니다.
"종혁아! 아빠랑 같이 개구리낚시 갈래?" 하자
애비 닮아서 좀 짖궂은데가 있던 아들놈은 눈속 가득 호기심을 담은채
"알았어, 빨리가자! 근데 낚시로 개구리를 잡아? 그리고 낚시는 어딧어?" 하고 묻습니다.
나는 "가보면 알아" 하면서 아늘놈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집앞 논가에 나가 "아빠가 개구리 낚시대 만들어 줄게.” 하고는,
피 하나를 긴것으로 골라 길게 끊어낸 다음 피이삭 끝을 조금만 남겨 놓고
훑어내어 아들놈에게 하나주고 나도 하나 만들어 가졌습니다.
"아빠 이게 뭐야?".
"뭐긴 개구리 낚시대지"
예전에는 그렇게 만든 피 이삭을 벼포기 사이로 집어넣고 살랑살랑 흐들면
논속 어딘가 숨어있던 개구리가 슬며시 얼굴을 내밀고는 다가와
살랑거리는 피 이삭을 먹이로 알고 폴짝 뛰어 올라 덥석 물곤 했습니다.
그때 피 이삭을 들어올리면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개구리들은
열에 일곱 여덟은 물었던 피이삭을 뱉어내고는 뚝 떨어져 달아나지만,
먹이 욕심이 많은 놈들은 끝끝내 미끼를 놓지 않고 매달려 있습니다.
그러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개구리를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옛적 추억을 더듬어 부자가 함께 논둑에 앉아
피 이삭을 한참이나 살랑거리며 흔들고 있어도 개구리가 물지를 않습니다.
개구리도 이제는 영악해졌는지, 아니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게 벌써 10년쯤의 일이고 그 어리던 아들놈이 대학생이 되어 다음달 14일 군에 입대합니다.
나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날 입대하였었는데 아들놈도 한겨울에 군에 갑니다.
요즘 국회의원이나 이른바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은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는게 유행이라는데
나는 추호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고,
아들놈도 당연히 군에 갔다와야 되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아들놈,
부디 2년동안 군 생활 잘 마치고 돌아오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욱 성장한 아들이 되어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