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와의 쇼핑
내게는 아들딸 남매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딸래미는 어릴 적에 예쁜 옷을 자주 사주곤 했었습니다.
그것도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에 가서 피에르가르뎅이니 하는
명품으로 예쁜 원피스나 이런 것들을 사 오곤 했습니다.
어떤 때는 꼭 딸래미 옷을 사려고 간 것은 아니지만,
돌아다니다 예쁜 옷이 눈에 띄면 "저거 사다가 우리 딸 입히면
공주처럼 예쁘겠다"는 생각에 선뜻 거금을 주고 옷을 사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 맘이란게 다 그런 건지, 마누라한테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딸래미 옷사오기를 계속했었고 한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 어리던 딸이 이제는 다 커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딸은 옛날의 추억이 생각나는지 가끔 지나가는 말로
"아빠! 나 옷 언제 또 사줄거야?" 하고 물으면
"이젠 네가 알아서 사 입어" 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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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무차 나갔다가 우연히 백화점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무슨 고별전을 한다나 사람들이 말도 못하게 많아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난 문득 예전에 딸 옷 사주던 생각을 떠올리고는
이곳저곳 눈요기 하다가 딸한테 전화했습니다.
"딸!.. 어디야?"
"응 독서실, 근데 아빠 왜?"
"아빠가 옷 사줄까?"
"어딘데? 그리고 갑자기 옷은 왜?"
"응, 여기 00백화점인데 오늘 고별행사로 싸게 판대,
그래서 사람들이 무척 많아, 너 생각 있으면 나올래? 아빠가 옷 하나 사줄게"
딸은 알았다고 하더니 한시간 반쯤 되어 부리나케 백화점에 왔습니다.
딸과 함께 이리저리 돌아보는데 딸의 눈길이 자꾸 가는 옷이 있길래,
"너 저거 맘에 드니?" 했더니,
"응, 그렇긴 한데 좀 비싸보이네" 합니다
"까짓거 아빠가 사줄게 우리딸이 맘에 든다는데..."
그렇게 해서 10여년만에 딸래미 옷을 사주었습니다.
계획에 없는 충동구매에 그것도 과소비를 한 것이지요
새로 산 옷을 딸래미에게 입혀 백화점을 걸어나오는데
이 세상에서 우리딸이 제일 예쁜 것처럼 보였습니다.
딸래미한테 거금을 들였지만 10여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농반 진담반으로 "야 아빠가 이거 다 투자하는거다.
나중에 너가 돈벌면 이보다 훨씬 비싼거 아빠에게 사줘야 한다" 그랬더니,
말로는 "알았어" 그러는데 두고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