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 연하장
난 특별히 잘하는것도 없지만 이것 저것 취미삼아 하는게 많습니다.
옛말에 열가지 재주있는놈 치고 뭐하나 특별히 잘하는것 없다더니 내가 꼭 그짝 아닌가 싶습니다.
당구와 등산, 문인화, 서예, 색소폰, 여행.....
당구는 500점을 치는데, 제 주변에서는 제가 가장 점수가 높은 듯 합니다. 당구 500점 친다고 하면 남들은 우선 색안경부터 쓰고 바라봅니다. 아마 전직이 건달이었거나 뭔가 좀 불량스러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 그런 선입견인 듯 합니다.
하지만 난 건달도 아니고 성인군자는 못되지만 그리 불량스러운 측에도 끼지를 못합니다. 젊은시절 총각때 당구의 매력에 빠져 정말로 열심히 쳣지요. 누가 처음 당구라는 스포츠를 고안해 냈는지 모르지만 그 오묘한 맛과 재미는 어느것에도 견줄 수가 없습니다.
당구나 서예 색소폰... 이런 것들을 배우며 느끼는게 하나 있는데, 옛 어른들 말씀에 "배우는 것도 다 때가 있다" 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와 20여년전 부터 알고 지내는 저보다 15년쯤 연상이신 분이 있는데, 그분도 당구를 무척 즐겨하십니다. 어쩌다 만나면 어김없이 당구한게임 하고 저녁에 간단히 소주나 한잔 하는 정도이지요. 그런데 그분은 15년전이나 지금이나 150점 변함이 없습니다. 더이상 진전이 없는것이지요.
하지만, 이제 막 배우는 고등학생 녀석들... 단돈 5천원 1만원 들고와서는 게임비 안 잃을려고 죽자사자 매달려서 치면 6개월만에 200점 이상을 치는경우도 보았습니다.
서예나 색소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중년 이상들이 주로 하는 취미생활인데 어쩌다 보면 어린 학생들도 있습니다. 본인이 원해서 배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선견지명이 있는 부모의 권유로 시작하는 것이지요.
중고생때 부터 색소폰을 시작한다면 그 아이는 나중에 커서 40-50대에 들면 다른사람보다도 훨신 즐겁고 멋진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그 부모에게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을 배우던 젊은나이에 시작하면 성취도가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 것입니다. 그만큼 감수성도 빠르고 운동신경도 발달되어 있고.... 그릇으로 말하면 이제 빈 그릇이니 무엇을 담아도 쉽게 많이 담을수 있는 그런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시 당구얘기로 돌아가서......"당구" 하면 어딘지 모르게 불건전한 이미지부터 떠 오르지만 당구도 스포츠이고 나름대로 걷기운동도 되기는 하는데(당뇨병 환자가 당구 1-2게임 치고나면 혈당치가 뚝 떨어진다고 합니다) 한두가지 단점이라면 첫째 공기가 너무 안좋다는 것입니다.
난 담배끊은지 20년이나 되지만 당구장에 가면 간접흡연의 효과를 맘껏 경험해볼 수 있을 정도로 심한데 아마도 게임에 집중하다보니 그런듯 합니다.
또 하나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예의범절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제 아버지뻘 쯤되는 어른들이 옆에서 당구치는데 마주보고 담배피우는것 쯤은 보통이고 고성으로 소리지르며 온갖 쌍스럽고 저질스런 욕들은 다합니다. 정말 생각같아서는 당구 큐대로 엉덩이라도 좀 때려주고 싶지만 남의 영업집에서 그럴수도 없고 그런놈들은 어른이 뭐라고 하면 "잘못했습니다" 하는게 아니고 "한판 붙자며"며 덤빌놈들입니다. 가끔 테레비에서 보면 양아치들이나 범죄자, 건달같은놈들이 노는장소가 당구장으로 자주 나오기도 하는데, 정말 제가 당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세상의 못된 싸가지 없는 인간들이 모이는 곳이 당구장인듯 합니다.
당구얘기는 그만하고, 이제부터 문인화 그림소개를 하렵니다
어설프게나마 문인화(사군자)와 서예를 약 10년즘 공부했고 나름대로 이름있는 상도 타보았습니다. 도정 권상호 선생님과 춘강 김영선 선생님께 배웠는데 겨우 흉내나 내보는 실력에 선생님들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을가 염려됩니다.
1년전 쯤 부터는 색소폰 배운다고 붓을 놓았지만 언젠가는 다시 해보렵니다.
여기에 사진으로 남겨둔 작품들을 하나하나 올려보겠습니다. 혹시 맘에 안들더라도 그냥 애교로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몇년전에 그려둔 묵란도 입니다. 화제글은 幽香淸遠이라고 썼습니다. 그윽하고 맑은 향기가 멀리까지 풍긴다는 말입니다.
장난삼아 색을 넣어 그려본 란 그림입니다, 화제글은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격식에 매이지 않고 편한대로 쓰는게 좋은것 같습니다
부채그림 매화도인데, 몇년전 무척 덥던 초여름날 초등학교 동창회에 갔다가 여자 동창애가 달라고해서 줘버렸습니다. 어쩌다 만나면 그 부채 고맙다는 말을 잊지않습니다.
매년 여름이면 인사동에 가서 한개에 3천원쯤 하는 부채 20-30개쯤 사와서는 그립니다. 그리고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하나씩 선물하지요. 큰돈 들이지 않고도 내 정성을 담아 남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으니 선물을 주는 나도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화사한 꽃 그림이 그려진 부채로 부치면 마치 향긋한 꽃향기가 솔솔 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기분을 느껴볼 수도 있으니 옛날 선인들의 지혜와 멋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淸孤月露底 天地秀拔中 이라고 화제글을 붙였습니다. 아직 배우는 중이라 남에게 그려서 주기는 모자란 실력이고, 사무실 벽에 스카치 테잎으로 네 귀퉁이를 붙여 두었는데 이리저리 다 찢겨서 버리고 사진만 남았습니다
墨竹인데, 대나무 그림도 어려운것 같습니다. 잎이 너무 많으면 지저분해 보여 담백한 맛이없고 너무 적으면 썰렁하고.... 대가들의 그림을 보면 어찌그리 적당히 멋스럽게 그렸는지 부럽기만 합니다
요즘은 색소폰 공부한다고 붓 잡은지 오래지만 지난해 가을에 모처럼만에 한번 그려본 난초입니다. 역시 한글화제도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더욱 멋스러워 보입니다
지난해 그렸던 연하장인데 비슷한 모양으로 수십장 그려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주었습니다
홍매화 그림입니다. 저 그림도 사진만 남아있고 어디로 가버렸는지 없습니다.
화제글은 중국 임포의 싯귀에 있는 것으로 많이 쓰이는 글입니다.
疎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 ... 매화가지의 성긴 그림자는 맑은 물에 드리워지고, 달빛 비치는 저녁 황혼에 은은한 향기가 풍겨온다 라는 의미입니다.
제가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듬성듬성한 매화가지가 물에 그림자를 보이려면 물이 흐르지 않는 샘이나 연못가에 있는 매화나무일테고, 또 밝은달이 있어야만 되는 음력 보름쯤일 것입니다. 暗香은 어두운 향이라는 것인데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을 말하는것입니다. 향은 냄새만 있을 뿐 보이지 않지만 작자는 공기중에 떠서 움직인다고 마치 보이는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은은하면서도 강렬함을 강조했고, 달이 있는 황혼이라고 표현함으로서 앞의 성긴 그림자는 달빛에 비추이는 그림자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매화부채그림인데, 매화인지 진달래인지 모르게 그렸습니다
채색 국화그림인데 좀 조잡스러워 보입니다.
한글화제를 자연스럽게 올려보았습니다.
연습삼아 그려본 산수화입니다. 달력에서 보고 표절해서 그렷습니다
淸香滿乾坤-맑은향기가 천지에 가득하다는 화제글을 올렸습니다. 인사동에서 회원전 할때 전시했던건데 잘되었다는 평을 들었던 작품입니다. 큰사촌형님이 가져가 버렸는데, 집에 걸어두지도 않고 어디에 보관중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여러해전 그렸던 건데 누구에게 준것 같습니다
국화그림입니다. 대부분이 사진만 남아있고 그림은 누가 가져갔는지 주었는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