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똥독에 빠진얘기

살메기 2007. 3. 21. 16:56

국민학교 다니던 어릴적,

학교 똥독에 빠진애가 있었으니 그게바로 나였다.

 

동네 가까운 이웃에는 나보다 2학년 위인 형들이 둘(홍00, 강00)이나 있어

학교도 같이 다니고 또 학교에 가서도 쉬는 시간이면 자주 만날 수가 있었다. 

 

초여름 쯤 되던 어느날, 

쉬는시간에 소변보려고 화장실에 갔는데 마침 개울건너 사는 00형을 만났다.

 

그런데 그 형이 화장실 안에 있는 소변보는데(길게 일렬로 서서 소변보는곳)로 안가고

화장실 뒷쪽으로 가는게 아닌가? 

 

 

호기심과 장난끼가 많았던 나도 형을 따라 뒤로 가봤더니

그곳은 대소변이 모아지는 곳으로,

길이 약 7-8m, 폭이 약2-3m 되는 대형 저수조 똥독이었고 

학교에서는 그 똥독 위를 판자같은 것으로 덮어놓았는데

판자가 모자랐는지 절반쯤만 겨우 덮어놓았었다.

 

쉬는시간에 학생들이 일시에 소변대에 몰려들어 자리가 부족하게 되면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몇몇 학생들은 그 판자위에 올라가 소변을 보는 것이었다.

 

00 형을 따라서 나도 화장실 뒤 똥독을 덮은 판자위에 서서 쉬를 하고 있는데,

그 형이 쉬를 먼저 끝내고는 갑자기 판자위에서 내려가 버리자 

판자가 기우뚱 하면서 기울게 되고 판자위에 혼자 남아있던 내가 그만 중심을 잃고 

그 커다란 똥독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었다.

 

다행히도 똥독이 깊지를 않아서 가슴께밖에 안차 나는 걸어서 밖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그 모양새가 마치 물에 빠진 생쥐꼴로 가관도 아니었다.

 

애들 가운데에서는 "누가 똥독에 빠졌댜" 하면서 소란이 일기 시작하고,

그 소식을 전해들은 선생님들이 급히 뛰어나오셔서

똥독에서 빠져나온 나를 학교 뒷쪽에 있는 우물가로 데려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들도 적잖이 놀라셨을 것이다.

 

당시 신00이라는 여자 선생님이 계셨는데 우리반 담임은 아니지만,

그 여선생님이 오셔서 내 옷을 홀랑 벗겨내고는 우물을 퍼서 온몸을 정성스레 씻어주셨다.  

       

그러고 보니 그 신00선생님이 우리 부모님 말고 

내 거시기를 제일먼저 가까이 감상한 최초의 여자였던가 보다.

 

한편,

학교아이들은 남자 여자 할 것없이 무슨 구경거리 생겼다고

모두 우물가로 몰려들어 똥냄새 난다며 코를 막고서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선생님께서 "너희들 모두 저리안가!"하고 고함쳐도 가지않고 저만치 서서 키득거리며 쳐다보고.....

 

여자선생님이 나의 중요한 거시기 까지 손으로 씻어주는것도 창피한데,

친구들에게 본의 아니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누드를

감상시켜줘야만 했던 난 어린마음에 얼마나 창피했던지....

 

하여튼 몸은 닦았다지만 옷은 모두 똥에 묻어 입을 수 없어 버리고,

우리 담임이던 남자선생님이 웃도리 양복을 가져와서 입혀주어

그걸 오버코트처럼 알몸위에 걸쳐 입고는 조퇴를 해주어서 집에 겨우 갈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사건전말을 들은 어머님께서는 크게 놀라시는 한편, 천만 다행이라며 안도하시고 .....

 

 

한편 그 사건 이후,

친구들은 나를보고 "똥독에 빠진애"라고 놀리기 시작했고 그게 아예 별명이 되다시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순전히 내 잘못만도 아니고 그렇게 위험하게 학교시설물을 관리한 학교측에 잘못이 큰건데,  

하도 동네 친구들이나 학교 동무들로 부터 "똥독에 빠진애"라고 놀림을 당하다 보니 

정말로 그때는 죽고싶을 정도로 창피하고 학교에 가고싶지가 않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친구들하고 쌈박질도 많이하고...

그때 자칫 학교를 중퇴했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었으니

내딴에는 무척 심각한 상황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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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서울에서 국민학교 동창회 모임이 있어 나간적이 있었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친구들은 거의가 다들 먼저와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

 "야 너 오랫만이다. 반갑다" 여기까지만 하면 좀 좋으련만, 

 

여자 동창애 하나는 아직까지도 그때 그 사건을 안 잊어버리고 한다는 소리가

"너 그때 똥독에 빠졌었지? 너 우물가에서 니꺼 거시기도 그때 다 봤다"  이러는데,

그 소리를 듣고보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이상야릇했으니..... 

 

그때 날보고 놀린놈들,

모두 어디 길 가다가 똥이나 왕창 밟았거나 아니면 똥위에 엎어졌을 것이다.  그랬기를 바란다.   

 

하여튼 똥독에 까지 빠졌다가 살아나왔으니 내가 오래는 살려나 원...

 

그리고 똥묻은 나를 맨손으로 정성스레 씻어주신 신00선생님, 

그때 30세쯤이셨으니까 지금쯤은 칠순이 넘으셨을텐데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지.....

 

선생님! 

그때 내 중요한 거시기 까지 씻어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건강하세요.......   

 

 

 

 

 

옛날에는 저 학교건물 자리에 시꺼멓거나 회색빛의 목조건물이 있었고

그 뒤로 화장실과 내가 빠졌던 똥독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