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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에 대한 추억

옛날 이야기

by 살메기 2008. 12. 1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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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내가 국민학교 5학년때...

78세를 일기로 돌아가셨다.

 

날 그리도 귀여워 해주셨던 기억이 아렴풋이 남아있다.

 

한창 더위가 시작되려는 늦봄날....

 

방과 후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이랑 한참을

놀다 오리길을 집으로 걸어오는데...

 

동네 아저씨 한분이 자전거 타고 동네로 돌아가다가

날 발견하고는 자전거 뒤에 빨리 타란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단다.

믿기지 않았다.

 

그리도 건강하시고 나랑 잘 놀아주시던

할아버지셨는데 돌아가시다니...

 

평소 고혈압 증세가 있으셨던 할아버지는,

그날도 광시에 나가 큰댁에서 약주를 거나하게 드시고 들어오셔서는

집 앞에 있는 죽은 밤나무를 잘라버려야 겠다며 톱질하시다가

그만 뇌출혈로 쓰러지셨던 것이다.

 

돌아가시는 그날 그 시간까지 당신이 하고싶은 것

모두 하시면서 즐기시다가...

유유자적 그렇게 사시다가 세상 뜨셨다.

78세까지 사셨으니 당시로 봐서는 평균수명 이상을 사신 것이다.

 

할아버지는 이웃 아이들이나 누구 나무라실때 하신다는 욕이...

항상 "에이 부자가 될놈!" 이라고 하셨다.

 

지금도 고향에 가서 동네 어른들이나 형들하고 만나

옛날 할아버지 얘기를 나눌라치면

 

어김없이... "그려 완기 할아버지는 욕하신다는게

꼭 에이 부자가 될늠덜 하곤 말하셨어..."

 

하며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얼마나 유머러스 하면서도 듣기 좋은 욕인지....

 

어려서....

난 그물이나 얼게미 같은걸로 집앞 냇가에 나가

물고기 잡는걸 그리도 좋아했다.

 

그런데 물고기 잡다보면 옷 다 버리지 공부 안하지

그러니 어머니로서는 반가울리가 없어 나무라시기 일쑤였다.

 

하지만,

옷이 모두다 물에빠진 생쥐꼴로 흠뻑 젖은채

조리통에 물고기 잡아서 들어오면...

 

할아버지께서는 이내 곤경에 처한 내 입장을 간파하시고는,

어머니께 "메눌아 그거 고추장풀고 지지먼 맛나겄다" 하셨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곤 했었다.

 

어느 겨울날...

할아버지께 방패연좀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자

할아버지께서는 양지편 작은 할아버지댁에 가서

마른 시누대 하나만 달래서 가져오라셨다.

 

한달음에 달려가 마른시누대 하나만 달랬더니

어디에 쓸거냐고 물었다...

방패연 만드는데 쓸거라고 할아버지께서

하나 가져오라셨다고 하자

반듯하게 곧은놈으로 골라서 처마밑에

올려두었던 시누대를 두세개 내주셨다.

 

할아버지께 갖다드리자 할아버지는 동네 할아버지들과

사랑방에서 방패연을 접어 만들어주셨다.

먹으로 색깔도 넣고...동네서 제일 멋진 방패연을 갖게 된 것이었다.

 

오늘따라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날 그렇게도 예뻐해 주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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