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을 배운지 정확히 1년하고도 10개월...
아직 채 2년이 안된 햇병아리 초보다.
나이먹어서 배우자니 속도도 더디고....
끈기도 부족하다보니 기초도 건너뛰고 연주실만 들락날락....
한마디로 선무당 굿하듯 왕초보에 엉터리다.
내 스스로 생각해봐도 그렇다.
그래도 그림이나 음악...
이런 예능쪽에는 좀 남다른 재능이 있는지
색폰 선생님이 가끔 날보고 하시는 말씀이 "윤선생은 참말로 메사끼가 있어요" 하는데...
뭔말인지 모르지만 좌우간 나쁜말은 아닌듯 하고...
지난번 학원 연주실에서 연주하다 말고 장난삼아
시골에 있는 초등학교 여자동창에게 핸드폰으로 연주소리 들려줬더니
8. 15일날 동창회에 꼭 가지고 오란다.
아직 어디에 나설 실력은 못된다고 꼬리를 사렸더니....
얼마나 사정해 대는지... 마지못해 `그럼 알았어` 하고 대답해 버렸다.
가서 연주하려면 모든 장비가 다 있어야 하는데,
반주기는 있지만 앰프와 스피커가 없으니
이참에 그것도 하나 사버릴까 하다가...
`에이 1년에 몇번이나 쓴다고... 빌리지 뭐` 하고는 낙원상가에 가서 빌렸다.
스피커 용량 200W, 리버브 에코 기능이 들어있는 앰프랑 마이크 2개...
2일 빌리는데 몇만원 안되는 저렴한 가격이다.
악기 두대(테너, 알토), 받침대 포함 반주기,
커다란 스피커, 앰프, 마이크..... 등등 싣고나니 한차 가득...
동창회 장소는 친구가 운영하는 가든인데...
서둘러 정해진 시간보다 좀 일찍 고향 동창회장소에 도착해서는
앰프 스피커 반주기 마이크 세팅하고 시험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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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20여명이 모여 동창회가 시작되었다.
색소폰을 꺼내들고는,
"솔직히 내가 나팔 배운지 이제 1년반 좀 넘었는데...
어디에 나서서 불어댈 실력은 아직 안된다.
하지만 동창들 몇이서 못불어도 좋으니 꼭 가져와 불어달라고 해서
용기를 내어 준비해 왔으니 못불어도 이해 해달라" 고 운을 떼고는 연주를 시작했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열열한 박수와 앵콜에....
반주기가 노래방 역할까지 하니 이놈저놈 나와서 노래하고....
하기야 색소폰에 대해서 잘 아는 놈들이 하나도 없으니
못 불어도 지들이 못 부는지 잘 부는지 알 택이 없으니 무조건 잘한다고 할 밖에...
첨에는 좀 긴장하기도 했지만, 잘한다고 계속 박수 쳐주고 하니
간이 좀 커져가지고 있는폼 없는폼 잡아가며 하다보니
정말 내가생각해도 평소실력의 120-30%는 나온것 같았다.
너도나도 신기한듯....`야 너 정말 얼마나 배웠냐? 나도 배워보고 싶다... 등등" 관심도 받고...
특히 여자 동창애들 5-6명은 초등학생들 마냥 앞에 쪼로록 앉아
턱을괴고 감상하며 "야. 너 너무 멋지다" 하며 앵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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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 때마다 점심먹고 나서는 차 막히기 전에 올라가야 한다면서 서둘러 헤어지기 바빳는데,
오늘은 저녁때까지 거의가 남아서 노래하고 흥있게 놀았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하는말이 `오늘 완기 때문에 너무 즐거웠다. 완기한테 박수...` 등 등
수차례에 걸쳐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돌아오면서 생각되는게
`아,, 가수들이 이런맛에 가수 하는구나, 내가 할줄 아는것으로 남들한테 즐거움을 주는게
이런 재미도 있구나` 하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갔다.
색소폰 배워서 오늘 가장크게 써먹은것 같다.
앞으로는 더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 이맘때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실력으로 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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