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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기잡이의 추억

옛날 이야기

by 살메기 2006. 12. 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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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에 다니던 어릴적,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40년전쯤의 기억입니다.

 

그때는 몇 발짝만 나가면 집 앞 냇가에 물고기가 지천이었습니다.

말반도는 그만두고 삼태미 그물 하나만 있어도 조리로 한통 잡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예당저수지에서부터 물고기들이 거슬러 올라오기 때문에

개울 풀 섶에 삼태미 그물을 대고 한쪽발로 첨벙첨벙 몰아대면

그물 안에는 어김없이 붕어, 미꾸리 지름챙이 등 갖가지 고기들이 들어있었습니다.

 

어쩌다 재수가 좋으면 배암장어나 메기도 들곤 했습니다.

 

벼가 패기 전쯤이던 한참 더운 어느 날,

그 해도 한동안 비가 안와 논 물꼬에만 물이 조금 남아있던 때였습니다. 

 

친구랑 학교 갔다 오는데 양지편 앞쯤 왔을 때,

우연히 물꼬 아래를 보니 희번득 거리는게 물고기들이 

삼태미 그물 크기만한 그 좁은 웅덩이로 모여들어 팔딱거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정말로 그 좁은 공간에 어찌나 고기가 많던지 물보다 고기가 더 많았습니다.

 

친구랑 나는 등에 걸러멘 책보를 풀어 논뚝에 집어 팽개치고 물고기 잡이에 나섰습니다.

 

우선 가느다란 버들가지를 하나씩 꺾어 껍질을 벗기고 꿰미를 만들어서는 붕어만 골라 아가미를 꿰었습니다.

금새 길이가 30센티 가량되는 꿰미에는 붕어가 빈틈없이 꿰어지고,

또 다시 꿰미를 만들려고 할때 저만큼 동네 할아버지가 지나다 서서는 빙긋이 웃으며 우리를 보고 계셨습니다.

 

"느이덜 괴기잡냐?"

"네"

 

"아따 그거 갖다가 고추장 풀어 지지먼 맛있겄다.  근디 많이 잡으먼 맛읍으니께 쬐끔만 잡거라"

"???"

 

저랑 친구는 거기있는 고기를 모두 잡으면 꿰미로 너댓개는 족히 되리라 생각하며

기분이 좋아 한창 열심히 고기를 꿰고 있는 판인데,

할아버지가 많이 잡으면 맛없다고 조금만 잡으라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할아버지 말씀을 압니다.

무엇이던지 욕심내지 말고 적당히 취하라는 뜻임을,

그리고 하늘이 내려준 음식이고 살아있는 생명이니

너무 과하게 탐하지 말라는 뜻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고기가 많으면 별로 맛이 없습니다. 

 

이제는 그 고기가 지천이던 개울물도 깨끗하기가 예전 같지 않고

여기저기 물샐틈없이 보를 막아 물고기가 더 이상 올라오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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