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에는 정말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이 떴다.
남산위에가 아닌 아파트 위로 떴다
휘영청 밝은달을 보면서 누구나 할 것없이 고향생각을 했을것이다.
여기서 보는달은 고향에서도 보이겠지 하는 생각....
어릴적 친구들, 친척 어르신들.....
예전 중국의 이태백도 둥근달을 보면서 고향생각에 정야사 라는 시를 지었을 것이다.
靜 夜 思(정야사) 고요한 밤에 생각한다 - 李 白 -
牀前看月光(상전간월광) 침상앞에 스며든 달빛을 보니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마치 서리 내린 듯이 하얗다
擧頭望山月(거두망산월) 고개를 들어 산위에 솟은 달을 바라보고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 고개를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
어릴적 시골에서의 추석은 재미가 있었다.
추석이 다가오면...동네 형들은 말머리를 깎기 시작했다.
동네 뒷산에 올라가 쓸만한 놈으로 소나무를 한개 잘라서는
말 머리처럼 깎고 다듬고는 그 위에 먹으로 눈도 그려넣고...
모양이야 좀 우스꽝 스러웠지만....
그리고는 추석날 저녁 둥근달이 뜨면
우리 개구쟁이들은 모두다 모여서 말놀이를 했었다
아이들 서너명이 마치 말뚝박기를 하듯이 엎드리고
그 위에 둥그런 멍석 (일명 맷방석)을 덮는다.
맨 앞에 친구는 말머리를 들고...
뒤에는 새끼줄로 꼬랑지도 달고...
한명은 말몰이꾼으로 말옆에 서고...
이렇게 팀이 구성되면...집집마다 돌기 시작한다.
대문을 두드리면 그집 아주머니나 어른들이 나오신다.
동네 꼬마놈들이 말놀이
하는것을 이미 다 아시는 어른들이시지만,....
마치 전혀 모르는 것처럼 나와서는 "어쩐일이시요?" 하고 묻는다.
그러면 말몰이꾼이 능청스럽게
"이 말로 말씀드리자면 금강산 산천경계 구경을 갔다가 밤이 늦고 아무것도 먹지를 못해서
배가 고파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썩은 구정물이라도 좋으니 먹을 것좀 주십시요 " 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댁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집안에 들어가서 송편이랑 전이랑
추석명절에 준비해 둔 음식들을 꺼내오시고...
말몰이꾼은 이걸 커다란 바가지에 받아담아 인사하고는 또 다른집으로 간다.
때로는 어떤집에서는 장난삼아 정말로 구정물을
한바가지 퍼와서는 끼얹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렇게 동네를 한바퀴 돌고나면 바가지 두세개에는
송편과 전 같은 음식이 가득하여 한집에 둘러앉아 이를 나눠먹곤 했었다.
이 놀이가 언저부터 전해 내려오던 것인지도 알 수 없지만
워낙 먹을것이 궁하던 시절이니 그런 놀이가 생겼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지금이야 이런 놀이들이 모두 살아져 버렸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