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훌쩍 지나고 초가을로 접어들어 아침저녁으로 제법 써늘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요즘 낮은 한 여름보다 더 뜨겁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릴적 시골에서의 여름날 추억이 어제일 처럼 생생하다.
전기가 없으니 선풍기도 없고 고작해야 부채 하나로 여름을 나던 시절....
가장 즐거운게 어두워진 저녘에 바깥마당에 밀방석 깔고 누워 별보기였다.
미리 쑥대 같은 풀들을 바지게로 한짐 베어다 쇠 먹이로 주고..
한아름은 남겨 바깥 마당 한 구석에 준비해 둔다.
그리고는 대 빗자루로 마당을 깨끗이 쓸고 그 위에 밀방석을 깐다.
지금은 그 종자나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호밀이라고 하는 키가큰 밀을 수확하고 남은 밀집을 엮어
멍석처럼 만든게 밀방석(또는 밀대방석이라고 부름)이었다.
주로 붉은고추나 호박꼬치 등을 널어 말리는데 사용하는
농가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농사도구의 하나였지만,
두께가 약 10여센티가량으로 푹신푹신한게 쿠션도 좋고
위에 누우면 시원한 느낌이 드는게 여름철 피서용으로도 그만이었다.
TV도 없고 기껏해야 라디오 하나밖에 없던 시절....
저녁을 먹고나서는 바깥마당으로 나가 보리짚 등을 모아 불을 지폈다.
그리고는 낮에 미리 준비해둔 풀을 그 위에 덮으면 ...
타오르던 불길은 잦아들고 풀위로 하얀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올라 마당을 뒤덮는다.
그러면 달라들던 모기도 연기를 피해 멀찌감치 달아나 버리게 되고.....
마당 한가운데에 밀방석을 깔고 누우면....
하늘에는 초롱초롱한 별들이 쏟아질듯 눈부셨다.
삼촌이랑 동생들이랑 누워....
저건 북두칠성... 저별은 어떤별 하다가...
호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별똥별도 보고....
인공위성인지 눈으로 보아도 속도 빠르게 움직이는 별도 보곤 했었다.
삼베 홋이불 하나 덮고 누워 하늘의 별을 보며...
삼촌으로 부터 전설같은 황팔도 라는 호랑이 얘기...
도깨비에 홀린 동네어른 얘기를 듣다가 그대로 잠이들어
한참을 자다가 서늘한 느낌에 깨어보면
밤하늘에서 이슬이 내려 홋이불이 눅눅해져 있고
그제서야 방으로 들어가 남은잠을 마저 채우곤 했었다.
그렇게 초롱초롱한 별을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요즘에야 조금만 더워도 선풍기는 기본이고 에어컨 까지 틀어대는 세상이지만...
아름다운 어릴적 추억이 새록새록 또다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