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물씬 묻어나는 경칩날 아침 앞산 공원에 올라봤다.
추동공원 효자봉....
경기2청사 주차장 뒤로 오르는 길...
철이 경칩인만큼 그다지 춥다는 느낌이 안든다.
오르다 보면 중간쯤과 정상 등 두세군데 정자아래에 무인독서대 도서 보관함이 마련되어 있다.
산행하다 쉬면서 맑은 공기속에서 책도 읽어보고 하라는 의미로 만들어 놓은것 같은데....
사람들이 책을 자꾸만 가져간다...
아마도 마저 못 읽은것을 집에 가져가 보려고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가져다 제자리에 놓아두면 좋을것을 내맘같지 않나보다.
오늘 가방에 한가득 모아가지고 와서 다시 채워놓았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 아파트 분리수거 하는날인데...
버려지는 책들 가운데 사람들이 읽어볼만한 책들이 제법 있다.
난 그걸 또 수집해서 배낭에 넣어두었다가 산에 올라 채워놓는다.
천상병 시인이 의정부에서 한동안 살았었단다....
시인의 대표적인 시 歸天에....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한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여기에서 따서 추동공원 산책로 이름을 "소풍길"이라고 지었다.
산책로 곳곳에 이처럼 천상병 시인의 시들을 소개해준다.
산책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전나무숲...
산주인이 조성했는지 인공조림인듯 싶다.
너무 밀집되어 있어 한낮에도 컴컴할 정도라서 간벌을 좀 해주었으면 싶지만...
그 속에 들어가 있으면 소나무향인지 전나무향인지 온몸을 감싸는것 같아 너무 좋다.
날이 아직은 쌀쌀해서 인지 이른시간이어서인지 운동하는 사람들이 안보이네....
천 시인도 술을 참 좋아했었는가보다....
오죽하면 솔이란 주제로 시를 지었으니....
효자봉 정상 바로아래 배드민턴장....
이른아침부터 얏얏 하는 기합소리가 우렁차다...
효자봉 오르는 마지막 깔딱고개....
세어봤더니 60몇개던가?...
땅이 아직 얼어있어 신발이 더럽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 낮이되면 질퍽질퍽...신발 더럽혀지고 미끄럽고....
그래서 요즘 무렵 산행이 가장 신발 더럽히기 좋은때이지....
개나리 나무들이 한달후를 기다리며 한창 준비중이다....
이제 노란 꽃망울을 터트릴날이 얼마 남지않았네...
효자봉이란 이름의 유래가 소개되어 있다.
예전 국민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던 정문부 장군과 관련이 있네...
여기가 정상 효자봉..... 집에서 20-30분 정도면 오를수 있다.
여기에도 도서 비치함이 있다.
누군가가 다 가져가고 썰렁해져 있었는데...
이렇게 채워놓았다.
누군가가 또 가져가면 내가 또 채워놔야지....
효자봉에서 바라보는 수락산....미세먼지 때문에 희미하게 보인다.
정자 기둥에 누군가가 써놓은글....
오래되어서인지 글시가 거의 퇴색되어 알아보기 힘들다.
勸君凡事莫怨天, 天意於人無厚薄이라고 썼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범사에 있어 하늘을 원망치 말라,
하늘의 뜻은 사람에게 있어 후하지도 박하지도 않는법이다"라는....
말하자면 모든일들이 다 내 할 탓이고
나로 인해 비롯되었으니 누굴 탓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렇게 땅이얼어있지만 낮에는 질퍽질퍽....
계단을 참 많이도 만들어놓았네.... 궂이 이런거 안해놔도 될텐데....
약수터도 있다....물이 졸졸졸 흐르는데.... 검사결과 식용수로 적합하단다
근데 유심히 보면 나무들에 이처럼 푸른색 표시가되어있는데 뭔 의미인지 알수가 없다.
나중에 간벌하려고 표기해둔것일까?
여기는 나무마다 모두 다 노란색 천에 번호를 써 붙여놓았다.... 왜 그랬을까?
저만치 숲속엔 큼지막한 오동나무 한그루도 보인다.
예전에 딸을 낳으면 집 근처에 오동나무 한그루를 심었다지...
오동나무는 다른나무들에 비해 빨리 성장하는데
20년 정도 자라면 장농 하나를 만들만큼 자란다니....
장성하여 시집갈때쯤이면 오동나무를 베어 장농을 만들어 혼수로 보냈단다.
또한 가볍고 울림이 좋아 가야금 같은 악기를 만드는데도 썼고...
桐千年老恒藏曲이란 말도 있지않은가. 알고보면 매우 귀한 나무인데...
뭔 공원을 더 좋게 할려는지 여기저기 파 제켜놓고 새로 길을 크게내고....
그냥 놔두면 좋을것을....
문득 종이조각이 눈에띄어 가까이서 보니 삐라다.
문구 내용으로 보아 떨어진지 얼마안된 것으로 보인다.
예전 어릴때는 저거 주워서 지서에 갖다 드리면 연필이나 공책 같은거 줬는데...
산을 다 내려오니 숲속에 울긋불긋한게 보여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이들이 해놓았나보다.
앙증맞게도 새집을 만들어 놓았네....ㅋ... 내 입가에도 웃음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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