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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 이야기

취미생활

by 살메기 2006. 12. 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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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제 知天命을 넘긴 중년이 되었습니다.


글자그대로 천명을 아는 나이,

다시 말해 죽음을 아는 나이라는 것인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껏 해봐야 평균수명이 60-70에 불과하던 옛적에 나이 50이 되면

이제는 생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으니 조용히 인생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라는 의미로 지천명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요즘은 70-80은 기본이고 웬만하면 90을 넘기는 세상이니

나이50은 한창 젊은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평소 돈이나 승진 같은 세상사에 큰 욕심이 없는 반면,

이것저것 새로운걸 배우는데 욕심이 많았던 난 색소폰에 도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집에서 머지않은 서울 근교에 색소폰 라이브카페가 있는데,

그곳에 가면 주인 아저씨가 색소폰을 불어줍니다.

 

어찌나 감칠맛 나고 살살 녹이는지 욕심이 동하여

얼마나 배우면 할 수 있는지 슬며시 물어봤습니다.
 
전문 연주인 처럼은 힘들지만 1년만 하면 웬만한 가요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당장 종로의 낙원 악기상가로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무작정 색소폰을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침 왕년 카바레 악단장 출신으로

연세 지긋한 분이 하시는 색소폰 학원이 있어 등록하고는

매일매일 퇴근하자마자 학원으로 달려가  색소폰 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욕심만 앞섰지 그게 맘대로 되는게 아니었습니다.

 

입술 아프지 목아프지, 고수들은 꾀꼬리처럼 예쁜 소리만 잘내는데

나는 걸핏하면 `삑` 하고 삑사리만 내지....

게다가 음악이라고는 워낙 기초가 전혀없어 콩나물대가리 음표 이런거 전혀 모르지,

그러니 맨날 해봐도 손가락이 제대로 따라주질 않으니.....      

 

시작 후 3개월쯤 지났을 때 도저히 자신이 없어 이제 그만 포기할까보다고 말했더니,

학원 색소폰 고참님 왈... "꾹 참고 1년만 버텨보세요, 그러면 재미를 좀 알게될 겁니다" 

하는 말에 다시 주저앉아 배우기를 1년....
 
그렇게 어찌 어찌하여 1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정말 쉬운 가요정도는 불수 있게 되었습니다.

.

.

.

한달 전쯤 마눌과 동네 술친구 부부들 서너명을 데리고

집에서 멀지 않은 라이브카페에 갔습니다.

거기는 반주기가 설치되어 있어 악기연주 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무대에 올라와 연주도 해볼 수 있고 또 노래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말로는 술 한잔하자는 것이었지만

내심으로는 그간 배운 색소폰실력도 뽐내보고

공개적으로 실력검증도 받아보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마침내 무대에 올라 있는 폼 없는 폼 잡아가며

반주기에 맞춰 `충청도 아짐씨`를 비롯하여 `백년의 약속` 등 자신있는 가요 몇 곡을 불었습니다.

말하자면 데뷔연주인 것입니다.

 

솔직히 색소폰을 부는 사람이거나 좀 아는 경우가 아니면

그냥 폼만 보고도 "와! 죽인다" 하고 감탄하기 십상입니다.
 
조금 틀리기도 하였지만 열렬한 박수속에 일행들 모두 무척 부러운 듯한 표정으로,

이제는 직업 바꿔야 되겠다느니, 업소로 뛰어야 될 것 같다느니...

하여튼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때 우리 마눌이 갑자기 그윽한 표정을 지으며 코맹맹이 소리로

"여보~오~ㅇ,   저 반주기 우리 집에도 하나 사놓고 집에서도 해보면 안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쩝니까, 하늘같으신 마눌이 감동하여 그러는데,,,,,,

우리 마눌은 섬마을선상님, 동백아가씨 등

정말 오리지날 뽕짝만을 좋아하는 구닥다리 아줌마입니다.

 

하여튼 마누라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그 다음날 당장 낙원상가로 또다시 직행하여

거금 100만원 가량을 주고 반주기를 하나 사서 아파트 거실에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내 딴에는 이웃집에 혹시 방해될까봐 사∼알∼살

조심해서 분다고 불고 있는데, 갑자기 경비아저씨가 쫒아 올라왔습니다.

 

이웃집에서 시끄럽다고 항의가 들어왔다는 겁니다.

 

위 아래층 이웃들과는 그간 사이도 좋고 친하게 잘 지내왔는데,

오죽하면 직접은 말못하고 경비아저씨 시켜 항의했을까 생각하니

생각이 짧았구나하고 후회가 되었습니다.

 

기왕에 산 거 방 하나에만 방음장치를 하고 불어볼려고 알아봤더니 그 비용도 어마어마하고....

 

그래서 결국은 반품하기로 결정하고 구입처에 연락했더니

출장비니 뭐니 여러 핑계를 대며 20만원을 손해보라는데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손해보고 반품했습니다.

 

이번달에 손재수가 있더니.... 에휴......

 

이제는 학원 연습실에서만 열심히 불기로 했습니다.  

 

대니정만큼 잘불게 되면 집에서 불어도 이웃집에서 이해해 줄려나 원....

 

그래도 마눌한테 점수땄지, 동네 선후배들한테 폼한번 재봤지....

이 정도면 그리 큰 손해는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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