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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 따먹던 이야기

옛날 이야기

by 살메기 2007. 8. 2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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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요일 산에 올랐다가

"지금 버찌 따먹을 때 안되었나?" 하고 물었더니

같이갔던 일행 들 왈 "버찌 다 떨어진지가 언젠데" 한다.

 

버찌하면 어릴적 고향 살목산 생각이 많이난다.

살목산에는 없는게 없었다. 마치 보물동산처럼...

봄이면 고사리를 시작으로 여름이면 버찌, 개금, 가을이면 으름, 머루, 싸리버섯...

 

중학생이던 유년시절...

초여름이면 보광골 사는 친구 응식이랑 버찌 따먹으려 산에 오르는걸 좋아했다.

 

응식이는 같은 종씨로 한동네 살았는데,

사실은 내게 할아버지 학렬이 되니 대부님이라고 불러야 옳다.

 

하지만,

그때는 대부님이니 뭐니 하는건 어른들이나 하는 말이고 우리는 그냥 친구일 뿐이었다.

 

응식이는 살목산 깊숙히 들어간 보광골에 살아

살목산에 대해서는 손바닥 들여다 보듯 꿰고 있었다.

 

특히, 그 넓은 산중에 있는 수많은 버찌나무들 가운데

이 나무는 맛이 달고 저 나무는 시고...그 정도로 정확하게 알고 있었으니...

 

중학생 때는 여름교복이 데트론인가 하는 천으로 만든 푸른색 반팔에 회색바지였는데...

하숙하던 예산에서 토요일날 집에 오면 부모님께 인사하는둥 마는둥 하고는

주전자 하나들고 교복을 입은채 그대로 보광골로 직행했었다.         

 

30분쯤 걸어서 보광골 응식이네집에 도착하면 같이 버찌를 따러 산에 올랐다. 

 

응식이는 그 넓고도 험한 살목산 여기저기를 다니며

"야! 그 나무는 셔, 이리와봐 이쪽 나무가 달아" 하고는 일일이 골라준다. 

참말로 지금 생각해도 어쩌면 그렇게 손바닥 보듯 꿰고 있었는지...

 

그렇게 한창을 이나무 저나무 옮겨다니며 버찌를 따 먹기도 해가며 주전자에 담노라면

손은 물론이고 입 주변도 온통 뭐 잡아먹은것 모양으로 버찌물로 붉은색칠을 하고 있어

서로가 쳐다보며 웃고...

 

파란색 교복상의와 회색 바지에는 붉으죽죽한 버찌 물이 여기저기 들곤했다.

한번 버찌물이 든 교복은 아무리 빨아도 잘 지지않아

집에와서는 엄마에게 혼나기 일쑤였는데...

 

버찌를 따 먹다가 재미 없으면 산속 계곡에서 가재를 잡기도 했다.

가재도 어찌나 많았던지 돌 하나만 제키면 까만

알을 수북히 실은 가재가 한두마리는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 가재도 잡아 주전자에 담아 그렇게 산에서 놀다 집으로 내려와서는

가재는 빨갛게 삶아먹고 버찌는 그대로 먹고...

 

어릴적 아련한 추억인데,

보광골에는 저수지가 생기고 다섯집 되던 집들은 없어진지 오래다.

 

그 때 응식이는 지금 천안에 사는데 어쩌다 명절때 고향에서 만나면

예전 버찌 따먹던 얘기를 하면서 웃곤 한다.          

  

언제 하루 날잡아서 응식이랑 술이나 한잔하러 천안에 한번 다녀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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