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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순아 콩밥이 웬수지???

옛날 이야기

by 살메기 2007. 3. 2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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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대흥산(서울에서는 鳳首山이라고 부름)에는 묘순이 바위 전설이 있습니다.

 

 

대흥산은 약500미터 남짓 그리 높지않은 산이지만 

고향인 광시 인근에서는 그래도 제일 높은 산으로

국민학교때는 가까운 초롱산, 천태산, 백월산과 더불어 단골 소풍장소이기도 했지요.  

 

국민학교 몇학년 때인지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대흥산에 소풍갔을 때였습니다.  

 

정상에 올라 한창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선생님이 우리모두를 이리와보라며 불러 모으고는,

조그만 돌을 하나 주워서 땅에 밖혀있는 바위 하나를 두드리시며,

 

"묘순아~~~~ 종콩밥이 웬수지~~~???" 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그 바위 아래서 "네~~~"하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지요. 

어떤애들은 "야 정말 들린다" 라고 하는 애들도 있기는 했지만

내 귀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선생님은 그 묘순이바위 전설을 말씀해 주셨는데....... 

 

옛날 옛적에....

대흥산 아래 동네에는 길동이와 묘순이라는 남매가 홀어머니와 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 남매는 보통 아이들과 달리 힘이 센 장사로 태어났는데,

그 때는 한 집에 장사가 둘이 있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여 둘 중 하나는 죽어야만 한다고 했단다.

 

딸보다는 아들을 살리려는 욕심이 강했던 엄마는,

꾀를내어 내기를 붙여 내기에서 지는 사람이 죽기로 하고,

딸인 묘순이는 성을 쌓고 아들인 길동이는 쇠 나막신을 신고 한양을 다녀오도록 했습니다.

 

엄마 생각에는 성을 쌓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이므로

쇠 나막신을 신고 한양을 다녀오는 길동이가 이길 것이고 

그리되면 아들은 살리고 딸은 자연스럽게 죽을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여 내기를 붙였답니다. 

 

길동이와 묘순이는 내기에 지는 사람이 죽기로 약속하여,

길동이는 쇠 나막신을 신고 한양으로 출발하고 묘순이는 커다란 바위를 날라 성을 쌓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흘러 묘순이가 쌓고 있는 성은 거의 완성이 되어가고 

이제 마지막 집채만한 바위 하나만 가져다 문을 만들면 완성이 될 상황인데 

한양에간 아들 길동이는 아직 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산에 올라 딸이 성을 쌓는 것을 보며 애가타게 아들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아들을 살릴 궁리를 하다가 꾀를내어 시간을 끌기로 했답니다.

“묘순아, 네가 좋아하는 콩밥 해놓았다. 이제 거의 다 끝나가니 밥이나 먹고 해라.”


어머니는 설익은 콩밥에다 돌까지 섞어놓고 딸을 부른 것이지요. 

 

묘순이는 이제 바위 하나만 올리면 되는 상황이고 배도 고픈지라

아직 길동이가 모습도 안보이니 어머니 말을 따라 밥을 먹고 해도 되겠지 하고 안심했답니다.

 

그러나 덜 익은 콩밥은 씹히지도 않았고 게다가 돌까지 섞여있어

그걸 다 골라내며 먹자니 시간이 많이 걸릴수 밖에 없었고 결국 어머니의 꾀에 넘어간 것이지요 

 

한참을 걸려 콩밥 한 그릇을 겨우 먹고 나서

다시 성 쌓던 곳으로 올라 마지막 돌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한양갔던 길동이가 집에 도착하고 말았답니다. 

 

어머니의 꾐에 넘어가 게임에 진 불쌍한 묘순이는

약속에 따라 하나 남았던 그 바위에 깔려 죽임을 당하고 말았는데......

 

그 후로 사람들이 묘순이가 깔려죽은 그 바위에 올라 돌을 두드리며 

“묘순아, 콩밥이 원수지?” 하고 말하면, 

바위 아래서 묘순이가 흐느끼며 "네~~~"하고 대답한다는 슬픈 전설이지요.

그때 그 바위가 지금 대흥산 성터에 남아 있고

묘순이가 쌓았다는 성이 바로 임존성이라는 것인데...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에 의하면,

임존성은 백제가 멸망한 660년부터 흑치상지 장군이 이끄는

백제 부흥군 3만여 명이 집결하여 3년 동안 나당연합군에게 끝까지 저항하던 성으로 

예전에는 교과서에도 그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성벽 돌틈에 잘 보면 아직도 화살대가 꽃혀있는것을 볼 수가 있다고 하여

순진한 어린마음에 혹시나 하고 몇군데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화살은 하나도 보이지를 않았었다. 

벌써 수백년전의 일이니 설령 화살이 돌틈에 끼어 있었다 해도 이미 다 썩어 없어졌을 것인데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묘순이 바위 같은 전설도 뿌리깊은 남존여비 사상이 남긴 서글픈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어려서는 정말인줄 알았습니다.

 

서울에서 두어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이니

올 봄에는 시간을 내어 대흥산에도 올라보고 묘순이 바위를 찾아 꼭 한번 다시 확인해 보렵니다. 

 

정말로 대답하는지......

 

"묘순아~~~~~ 콩밥이 웬수지~~~???"   하고.....  

 

 

우리고향 마을에서 바라본 대흥산,

오른쪽 봉우리 정상쯤에 묘순이 바위가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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