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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메기 2021. 8. 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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絶句(절구)

江碧鳥逾白(강벽조유백) 강물 파래서 새 더욱 희고

山靑花欲燃(산청화욕연) 산 푸르니 꽃 더욱 붉게 타네

今春看又過(금춘간우과) 이 봄도 슬그머니 또 지나가는데

何日是歸年(하일시귀년) 언재나 고향에 돌아가려나.

 

絶句 (절구)

遲日江山麗(지일강산려) 긴긴 해에 강산 화려하고

春風花草香(춘풍화초향) 봄바람에 꽃 내음 진동하네

泥融飛燕子(니융비연자) 개흙 풀리고 제비 날아들제

沙暖睡鴛鴦(사난수원앙) 따뚯한 머래밭에 원앙이 조는구나.

 

八陣圖 (팔진도)

功蓋三分國(공개삼분국) 공업(功業)은 세 나라의 으뜸이었고

名成八陣圖(명성팔진도) 명성은 팔진도(八陣圖)에서 이루어졌네

江流石不轉(강류석부전)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구르지 않건만

遺恨失吞吳(유한실탄오) ()나라 삼키려 했던 잘못, ()으로 남아 있네.

 

江南逢李龜年(강남봉이구년)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고

岐王宅裏尋常見(기왕택리심상견) 기왕의 집에서 늘 그대를 만나고

崔九堂前幾度聞(최구당전기도문) 최구의 집 앞에서 그대의 노래를 들은 것이 몇 번인가

正是江南好風景(정시강남호풍경) 지금 강남 일대의 풍경이 좋은데

落花時節又逢君(낙화시절우봉군) 꽃 지는 시절에 또 그대를 만났구려.

 

解悶(해민) 고민을 풀다

陶冶性靈存底物(도야성령존저물) 심성을 도야하는데는 다른것이 없다

新詩改罷自長吟(신시개파자장음) 오직 시를짓고 스스로 읊조려라

熟知二謝將能事(숙지이사장능사) 두사씨가 전력을 기울여 읊었음을 잘알고

頗學陰何苦用心(파학음하고용심) .하씨가 얼마나 고심했는가를 배우리라.

 

題張氏隱居 二首 (제장씨은거 2) 장씨가 은거하는 곳에서 2수를 짓다

其一

春山無伴獨相求 (춘산무반독상구) 봄날에 은자 찾아 홀로 산으로 들어가

伐木丁丁山更幽 (벌목정정산갱유) 나무 찍는 도끼소리 쩡쩡 울리는 산중에서

澗道餘寒歷氷雪 (간도여한역빙설) 시내 따라 나 있는 얼어붙은 길을 지나

石門斜日到林丘 (석문사일도림구) 석문산에 해질 무렵 은자의 집에 이르렀네

不貪夜識金銀氣 (불탐야식금은기) 욕심 없어 밤중에도 땅속 기운 알아보고

遠害朝看麋鹿遊 (원해조간미록유) 아침이면 해칠 맘 없이 노니는 사슴을 바라보다

乘興杳然迷出處 (승흥묘연미출처) 선경에 든 아득함에 떠날지 말지 모르다가

對君疑是泛虛舟 (대군의시범허주) 문득 그대가 장자의 빈 배 같다 생각하네.

 

其二

之子時相見 (지자시상견) 이 사람은 만날 때마다

邀人晩興留 (요인만흥류) 사람을 불러 늦게까지 잡아두고 즐기는데

霽潭鱣發發 (제담전발발) 비 개인 연못에선 잉어들이 팔딱이고

春草鹿呦呦 (춘초록유유) 사슴들은 서로를 부르며 봄풀을 뜯네

杜酒偏勞勸 (두주편노권) 내가 가져간 맛없는 술 어서 마시라 권하고

張梨不外求 (장리불외구) 배는 많이 있으니 가져올 필요 없다 해서

前村山路險 (전촌산로험) 앞마을 가는 길 험하기는 하지만

歸醉每無愁 (귀취매무수) 취해서 오는 길 한 번도 걱정해본 적 없었네.

 

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 七首 中(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 7) 건원 연간에 동곡현에서 지내면서 일곱 편을 지어 부르다

男兒生不成名身已老(남아생부성명신이노) 사나이로 이름 없이 몸만 늙으니

三年飢走荒山道(삼년기주황산도) 삼 년이나 굶주리며 헤맨 험한 산길

長安卿相多少年(장안경상다소년) 장안의 재상들은 대부분이 젊은이들

富貴應須致身早(부귀응수치신조) 부귀는 젊었을 때 잡아야 할 것인가

山中儒生舊相識(산중유생구상식) 산에 사는 선비는 일찍이 알고 있어

但話宿昔傷懷抱(단화숙석상회포) 다만 지난 얘기에도 마음 상해하네

嗚呼七歌兮終曲(오호칠가혜초종곡) 아 일곱 번째 곡조로 노래 마치니

仰視皇天白日速(앙시황천백일속) 우러러 본 하늘에 빠르게도 가는구나.

 

露下天高秋水淸 (노하천고추수청) 가을 하늘 이슬 내려 물빛 점점 맑아지고

空山獨夜旅魂驚 공산독야여혼경) 빈 산을 홀로 가는 나그네 맘 두려운데

疏燈自照孤帆宿 (소등자조고범숙) 드문드문 등불이 배 한 척을 비춰주고

新月猶懸雙杵鳴 (신월유현쌍저명) 초승달 걸린 하늘까지 다듬이 소리 퍼져가네

南菊再逢人臥病 (남국재봉인와병) 남쪽에서 맞는 두 번째 가을 사람은 병들어 누워 있고

北書不至雁無情 (북서부지안무정) 기러기들 무심하여 북쪽 소식도 오지 않아

步蟾倚杖看牛斗 (보섬의장간우두) 처마 밑에서 지팡이 짚고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니

銀漢遙應接鳳城 (은한요응접봉성) 흰 강물이 길게 뻗어 장안성까지 이어져 있네.

 

 

見螢火(견형화) 반딧불을 보면서

巫山秋夜螢火飛(무산추야형화비) 무산(巫山)의 가을밤에 반딧불 날고

簾疏巧入坐人衣(염소교입좌인의) 성긴 발 틈으로 교묘히 들어와 옷에 앉는구나

忽驚屋裏琴書冷(홀경옥리금서랭) 집안의 거문고와 책이 차가움에 놀라고

複亂簷邊星宿稀(복란첨전성수희) 다시 처마 앞에서 어지러이 나니 별빛마저 희미해지네

卻繞井闌添個個(각요정란첨개개) 우물 난간 주위로 하나씩 모여들기도 하고

偶經花蕊弄輝輝(우경화예롱휘휘) 우연히 꽃술을 지나며 광채로 희롱하기도 하네

滄江白發愁看汝(창강백발수간여) 푸른 강가 백발노인 시름겨운 눈으로 너를 보나니

來歲如今歸未歸(내세여금귀미귀) 내년 이맘때쯤이면 고향에 돌아가 있으려나.

 

 

庭草(정초) 뜰가의 풀

楚草經寒碧(초초경한벽) 성도의 풀잎은 겨울을 이겨내고 파릇파릇하고

庭春入眼濃(정춘입안농) 봄을 맞은 뜨락에 초록빛이 짙에 눈에 드는구나

舊低收葉擧(구저수엽거) 지난 날 시들은 밑둥치 잎 걷어 올리려니

新掩卷牙重(신엄권아중) 마른 잎에 가려져 돌돌말린 새싹이 겹쳐있구나

步履宜輕過(보리의경과) 봄이라 나들이 발걸음도 가벼워지리니

開筵得屢供(개연득누공) 누각에선 잔치도 여러 번 열리리라

看花隨節序(간화수절서) 계절에 맞춰 꽃 바라보노니

不敢强爲容(불감강위용) 누가 감히 이런 봄 날을 만들 수 있을까.

 

 

秋興(추흥) 가을의 흥취

玉露凋傷楓樹林(옥로조상풍수림) 옥 같은 이슬이 단풍나무 숲을 시들게 하고

巫山巫峽氣蕭森(무산무협기소삼) 무산과 무협에 감도는 가을 기운은 쓸쓸하다

江間波浪兼天湧(강간파랑겸천용) 강의 물결은 하늘로 솟구치고

塞上風雲接地陰(새상풍운접지음) 변방의 바람과 구름은 땅을 덮어 어둡다

叢菊兩開他日淚(총국양개타일루) 두 번 핀 국화 보니 눈물겹고

孤舟一繫故園心(고주일계고원심) 외로운 배는 고향 생각나게 한다

寒衣處處催刀尺(한의처처최도척) 겨울옷을 마련하려 사방에서 가위와 자를 준비하고

白帝城高急暮砧(백제성고급모침) 높은 백제성에는 해질녁 다듬이 소리 급히 울린다

 

 

小寒食 舟中作(소한식 주중작) 소 한식날 배위에서 짓다

佳辰強飯食猶寒(가신강반식유한) 좋은 날 억지로 먹은 음식이 아직도 차가운데

隱几蕭條帶鶡冠(은궤소조대할관) 할관(鶡冠) 쓰고 쓸쓸히 안석(案席)에 기대있네.

春水船如天上坐(춘수선여천상좌) 봄 강물 위의 배는 하늘 위에 앉은 듯한데

老年花似霧中看(노년화사무중간) 눈이 침침하여 꽃들은 안개 속에 보이는 듯하다.

娟娟戲蝶過閒幔(연연희접과한만) 나풀거리며 희롱하는 나비 한적한 휘장을 지나가고

片片輕鷗下急湍(편편경구하급단) 가벼이 나는 갈매기 점점이 빠른 여울로 내려가네.

雲白山青萬餘里(운백산청만여리) 흰 구름 푸른 산 만여 리 길

愁看直北是長安(수간직북시장안) 수심 젖어 바라보는 곳은 정북쪽 장안(長安).

 

 

春夜喜雨(춘야희우) 봄날 반가운 비

好雨知時節,當春乃發生(호우지시절,당춘내발생)고마운 비가 때 맞추어 내리니,봄타고 금방 만물 싹트리

隨風潛入夜,潤物細無聲(수풍잠입야,윤물세무성)봄비는 바람따라 밤에 스며들고,소리없이 가늘게 만물 적시

野徑雲俱黑,江船火獨明(야경운구흑,강선화독명)들길은 덮인 구름따라 어둡거늘,강가의 배 호롱불만이밝게 비치네

曉看紅濕處,花重锦官城(효간홍습처,화중금관성)새벽 촉촉히 붉게 물들은 그곳,금관성에는 꽃대궐을 이루었겠지

 

 

曲江 1

曲江蕭條秋氣高(곡강소조추기고) 곡강은 소소하여 가을 기운 높은데

菱荷枯折隨風濤(능하고절수풍도) 마름과 연꽃 시들어 꺾여 바람 따라 물결친다

遊子空嗟垂二毛(유자공차수이모) 나그네 공연히 탄식하며 반 백발 드리우고

白石素沙亦相蕩(백석소사역상탕) 흰 돌과 흰 모래도 서로 요동치는데

哀鴻獨叫求其曹(애홍독규구기조) 애통한 비둘기 홀로 부르짖으며 제 무리를 찾는다

 

曲江 2

朝回日日典春衣 (조회일일전춘의) 조회에서 돌아오면 날마다 봄옷을 저당잡혀

每日江頭盡醉歸 (매일강두진취귀) 날마다 곡강에서 만취하여 돌아온다

酒債尋常行處有 (주채심상항처유) 술빚은 가는 곳마다 늘 있기 마련이지만

人生七十古來稀 (인생칠십고래희) 인생살이 칠십년은 예부터 드문 일이라네

穿花蛺蝶深深見 (천화협접심심견) 꽃 사이를 맴도는 호랑나비는 보이다 말다 하고

點水蜻蜓款款飛 (점수청정관관비) 강물 위를 스치는 물잠자리는 유유히 난다

傳語風光共流轉 (전어풍광공류전) 봄 경치여! 우리 모두 어울려

暫時相賞莫相違 (잠시상상막상위) 잠시나마 서로 어기지 말고 賞春(상춘)의 기쁨 나누자.

 

曲江 3

自斷此生休問天(자단차생휴문천) 이 인생을 그만 두고 하늘에 묻지 않으리니

杜曲幸有桑麻田(두곡행유상마전) 두곡 땅에는 다행히 아직 뽕나무와 삼 밭 있으니

故將移住南山邊(고장이주남산변) 짐짓 남산 곁으로 옮겨 가리라

短衣匹馬隨李廣(단의필마수리광) 짧은 옷과 한 필 말로 이광을 따르며

看射猛虎終殘年(간사맹호종잔년) 사나운 호랑이 쏘는 것 보면서 여생을 마치리라.

 

 

曲江 二首

[]

一片花飛減却春 (일편화비감각춘) 꽃잎 하나 떨어지며 봄날은 가고

風飄萬點正愁人 (풍표만점정수인) 흩날리는 꽃보라에 시름만 깊어

且看欲盡花經眼 (차간욕진화경안) 꽃이야 피었다 금새 또 지는 것

莫厭傷多酒入脣 (막염상다주입순) 몸에 병 많다고 술 마심 주저하랴

江上小堂巢翡翠 (강상소당소비취) 강 위 작은 집에 물총새 깃들고

苑邊高塚臥麒麟 (원변고총와기린) 큰 옛 무덤 앞 기린상 누워 있네

細推物理須行樂 (세추물리수항낙) 누가 뭐라 해도 즐김이 옳은 것

何用浮名絆此身 (하용부명반차신) 어찌 헛된 이름으로 이 몸을 묶어 둘까.

 

 

曲江對酒(곡강대주) 곡강에서 술을 대작하다

苑外江頭坐不歸(원외강두좌불귀) 부용원 밖 곡강 가에 앉아 돌아갈 줄 모르고 앉아있노라니

水精宮殿轉霏微(수정궁전전비미) 수정궁전(水精宮殿)은 점차 흐릿해지네

桃花細逐楊花落(도화세축양화락) 복사꽃은 드물게 버들개지 따라 떨어지고

黃鳥時兼白鳥飛(황조시겸백조비) 꾀꼬리는 때때로 하얀 새들과 함께 날아다닌다

縱飲久判人共棄(종음구판인공기) 제멋대로 마시는 것은 사람들에게 버림받길 원하기 때문이고

懶朝真與世相違(나조진여세상위) 조정의 일에 게으른 것은 진정 세상과 맞지 않아서라네

吏情更覺滄洲遠(이정경각창주원) 벼슬하면서 더욱 창주(滄洲)가 멀어졌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老大徒傷未拂衣(노대도상미불의) 늙어버렸음을 슬퍼하면서도 벼슬을 떨치고 떠나지 못한다네.

 

九日藍田崔氏莊 (9일 람전최씨장) 중양절에 람전의 최씨 장원에서

老去悲秋强自寬 (노거비추강자관) 늙어감에 가을 설워 애써 마음을 열고

興來今日盡君歡 (흥내금일진군환) 그대의 환대 받으니 오늘은 흥이 나네

羞將短髮還吹帽 (수장단발환취모) 머리 짧아 관 날리니 부끄럽긴 하지만

傍人爲正冠 (소천방인위정관) 웃으며 옆 사람께 관을 고쳐 달라하네

藍水遠從千澗落 (남수원종천간낙) 남수는 멀리서 와 계곡마다 폭포 되고

玉山高竝兩峯寒 (옥산고병양봉한) 높이를 다투는 듯 옥산의 두 봉우리들

明年此會知誰健 (명년차회지수건) 내년의 이 모임에 건강할 이 누구일까

醉把茱萸仔細看 (취파수유자세간) 취한 손에 수유 들고 가만히 바라보네

 

城西陂泛舟 (성서피범주) 성 서쪽 저수지에 배를 띄우고

靑蛾皓齒在樓船(청아호치재루선) 고운 눈썹 흰 치아의 미인들 누선 위 앉아서

橫笛短簫悲遠天(횡적단소비원천) 피리와 퉁소부니 소리 먼 하늘까지 슬프네

春風自信牙檣動(춘풍자신아장동) 봄바람에 상아돛대 움직임을 맡겨두고

遲日徐看錦纜牽(지일서간금람견) 길고 긴 날 천천히 닻줄 끌리는 것을 바라보네.

魚吹細浪搖歌扇(어취세랑요가선) 물고기가 일으키는 잔물결 노래부채 흔들고,

燕蹴飛花落舞筵(연축비화락무연) 제비따라 날리는 꽃잎들은 춤판 위 떨어지네.

不有小舟能蕩槳(불유소주능탕장) 작은배 곁에서 술과 음료 나르지 않으면

百壺那送酒如泉(백호나송주여천) 많은 단지에 샘처럼 많은 술 어찌 보내왔으리.

 

詠懷古跡 (영회고적) 옛 자취를 회상하며

支離東北風塵際(지리동북풍진제) 동북의 전란으로 흐터진 신세

漂泊西南天地間(표박서남천지간) 서남땅 떠돌며 지내고 있네

三峽樓臺淹日月(삼협루대엄일월) 삼협의 누대에서 한동안 머믈면서

五溪衣服共雲山(오계의복공운산) 오계의 옷입고 운산에서 함께 지냈다

羯胡事主終無賴(갈호사주종무뢰) 반군(안록산)의 폭정이 심하여 끝내 싫었고

詞客哀時且未還(사객애시차미환) 나같은 시인 신세를 한탄할뿐 돌아가지 못하네

庾信平生最蕭悲(유신평생최소슬) 옛 유신의 신세도 타향 유랑으로 서글펐으나

暮年詩賦動江關(모년시부동강관) 만년에는 시로서 강남 관중을 움직였도다.

 

閣夜 (각야) 누각에서의 밤

歲暮陰陽催短景(세모음양최단경) 세모의 시간은 짧은 해를 재촉하고

天涯霜雪霽寒霄(천애상설제한소) 하늘 끝 차가운 밤 서리도 눈도 그쳤네

五更鼓角聲悲壯(오경고각성비장) 오경의 북과 호각 소리 비장(悲壯)하고

三峽星河影動搖(삼협성하영동요) 삼협(三峽)의 강물에 별 그림자 흔들린다

野哭幾家聞戰伐(야곡기가문전벌) 들녘의 곡소리 집집마다 전란소식 들어서일까?

夷歌數處起漁樵(이가수처기어초) 오랑캐 노래 여기저기서 어부와 나무꾼들이 부르네

臥龍躍馬終黃土(와룡약마종황토) 제갈량도 공손술도 한 줌 흙으로 되었나니

人事依依漫寂寥(인사의의만적요) 세상사 어렴풋해 적막하고 고요함이 가득하네.

 

宿府 (숙부) 숙직하면서

清秋幕府井梧寒(청추막부정오한) 맑은 가을 막부에는 우물가의 오동나무 찬데

獨宿江城蠟炬殘(독숙강성납거잔) 성도에서 홀로 지내는 밤 촛불 가물거린다

永夜角聲悲自語(영야각성비자어) 긴 밤 뿔피리 소리 슬피 울려 혼자 말하는 듯하고

中天月色好誰看(중천월색호수간) 중천에 뜬 달 아름답건만 볼 사람 누가 있을까

風塵荏苒音書絕(풍진임염음서절) 풍진 속에 흘러간 세월 편지도 끊어지고

關塞蕭條行陸難(관새소조행륙난) 변방은 쓸쓸하니 세상길 험한 것이로다

已忍伶俜十年事(이인령빙십년사) 정처 없이 십 년 떠돌며 여러 일 겪고 나서

強移棲息一枝安(강이서식일지안) 애써 나뭇가지 하나에 옮겨와 사니 편안하구나.

 

貧交行 (빈교행) 가벼운 사귐

翻手作雲覆手雨(번수작운복수우) 손바닥을 위로 펴면 구름, 엎으면 비가 되나니

紛紛輕薄何須數(분분경박하수수) 이런 경박한 사람 어찌 이루 다 세리

君不見管鮑貧時交(군불견관포빈시교) 그대는 못보았는가, 관중과 포숙의 가난할 때의 사귐을

此道今人棄如土(차도금인기여토) 그런 도리를 지금 사람은 흙처럼 버리네

 

登樓 (등루) 누각에 올라

花近高樓傷客心(화근고루상객심) 고루(高樓)에 가까이 핀 꽃 나그네 마음 아프게 하니

萬方多難此登臨(만방다난차등림) 온 세상이 어지러운 때 이곳에 오른다

錦江春色來天地(금강춘색래천지) 금강(錦江) 봄빛은 천지에 가 득찼고

玉壘浮雲變古今(옥루부운변고금) 옥루(玉壘)의 뜬구름처럼 고금이 변하누나

北極朝庭終不改(북극조정종불개) 우리 조정 북극성같이 끝내 바뀌지 않으리니

西山寇盜莫相侵(서산구도막상침) 서산의 도적들은 침범할 수 없으리라

可憐後主還祠廟(가련후주환사묘) 딱하구나, 후주(後主)가 아직도 사당에 있으니

日暮聊為梁父吟(일모료위양보음) 해 저물녘 오로지 梁父吟(양보음)을 읊는다.

 

日暮 (일모) 해 저물녁에

牛羊下來久(우양하래구) 소와 양이 내려 온지 한참 되었고

各已閉紫門(각이폐시문) 집집마다 이미 사립문을 닫았네

風月自淸夜(풍월자청야) 바람과 달은 그대로 맑은 밤인데

江山非故園(강산비고원) 강산은 고향풍경이 아니구나

石泉流暗壁(석천류암벽) 바위샘은 석벽(石壁)으로 흐르고

草露滴秋根(초로적추근) 풀잎에 맺힌 이슬 가을 풀뿌리에 떨어지네

頭白燈明裏(두백등명리) 밝은 등불 아래 흰머리 드러나는데

何須花燼繁(하수화신번) 심지에 맺히어 터지는 불꽃 무슨 소용 있는가.

 

房兵曹胡馬 (방병조호마) 병조방씨의 호마

胡馬大宛名(호마대완명) 호마(胡馬)는 대완국(大宛國)의 명마

鋒棱瘦骨成(봉릉수골성) 칼끝 같은 갈기에 날씬한 골격이네

竹批雙耳峻(죽비쌍이준) 대나무 깎아 세운 듯 뾰족한 두 귀

風入四蹄輕(풍입사제경) 바람타고 네 발굽 경쾌하구나

所向無空闊(소향무공활) 어디를 달려도 넓게 트인 곳도 좁아

真堪托死生(진감탁사생) 진실로 생사를 맡길 만 하구나

驍騰有如此(효등유여차) 나는 듯이 내달림이 이와 같으니

萬里可橫行(만리가횡행) 가히 만 리라도 마음대로 달릴 듯 하구나.

 

秦州雜詩 (진주잡시) 진주에서 지은 잡다한 시들

鼓角緣邊郡(고각연변군) 북 피리소리 울리는 변경땅에

川原欲夜時(천원욕야시) 강과 들에 어둠이 찾아든다,

秋聽殷地發(추청은지발) 스산한 가을에 대지를 뒤 흔들고

風散入雲悲(풍산입운비) 바람타고 구름엉켜 더욱 슬피 울린다.

抱葉寒蟬靜(포엽한선정) 나무잎에 묻힌 매미소리 조용하고

歸山獨鳥遲(귀산독조지) 새들도 산으로 서둘러 돌아오네.

萬方聲一槪(만방성일개) 사방에 온통 싸움소리 뿐이니

吾道竟何之(오도경하지) 나의 갈길은 어디메 있느뇨.

 

落日 (낙일) 지는해

落日在簾鉤(낙일재렴구) 지는 해는 주렴 갈고리에 걸리었고

溪邊春事幽(계변춘사유) 시냇가 봄 정경이 그윽하구나

芳菲緣岸圃(방비연안포) 향초(香草)는 강 언덕 채소밭을 둘러 있고

樵爨倚灘舟(초찬의탄주) 여울에 정박한 배는 밥을 짓고 있구나

啅雀爭枝墜(조작쟁지추) 시끄러운 참새는 나뭇가지를 다투다 떨어지고

飛蟲滿院遊(비충만원유) 날벌레들 뜰 안 가득 노니네

濁醪誰造汝(탁료수조여) 탁주여, 누가 너를 만들었는가

一酌散千憂(일작산천우) 한 잔이면 온갖 근심 날아간다네.

 

春宿左省(춘숙좌성) 봄날 좌성에서 숙직하며

花隱掖垣暮(화은액원모) 궁궐 담에 어둠이 내리자 꽃이 숨고

啾啾棲鳥過(추추서조과) 포르르 울며 새도 잘 곳으로 가버렸다

星臨萬戶動(성림만호동) 별은 대궐문 위로 떠 반짝이고

月傍九霄多(월방구소다) 달은 궁전 곁에서 밝게 빛난다

不寢聽金鑰(불침청금약) 잠들지 못하고 자물쇠 여는 소리 듣는데

因風想玉珂(인풍상옥가) 바람결에 말방울 소리 들리는 듯

明朝有封事(명조유봉사) 아침에 봉사(封事)가 있어

數問夜如何(수문야여하) 자주 물어보네, 밤이 몇 시나 되었는지

 

夜宴左氏莊(야연좌씨장) 좌씨 장원에서의 밤 연회

風林纖月落(풍림섬월낙) 바람부는 숲에 조각달 지고

衣露淨琴張(의로정금장) 이슬맺힌 옷자락에 거문고 소리맑다.

暗水流花徑(암수유화경) 어둠속 강물이 꽃사이로 흐르고

春星帶草堂(춘성대초당) 봄밤의 총총한 별에 초당이 달려 있는듯

檢書燒觸短(검서소촉단) 장서를 뒤적이니 촛불이 다 탔구나.

看劍引杯長(간검인배장) 보검을 앞에보니 술잔들고 심각하다.

詩罷聞吳詠(시파문오영) 시를 다 읊고 오노래(吳歌)를 들으니

扁舟意不忘(편주의불망) 옛날 선유하던일 잊을수 없네.

 

春日憶李白 (춘일억이백) 봄날 이백을 생각하며

白也詩無敵(백야시무적) 이백의 시는 적수가 없고

飄然思不群(표연사불군) 표연하여 생각이 뭇사람들과는 다르네.

清新庾開府(청신유개부) 맑고 새로움은 유개부(庾開府)와 같고

俊逸鮑參軍(준일포참군) 재능이 뛰어남은 포참군(鮑參軍)과 같네.

渭北春天樹(위북춘천수) 위수 북쪽은 봄날 나무가 무성하고

江東日暮雲(강동일모운 )강동은 해 저물녘 구름 떠 있네.

何時一尊酒(하시일준주) 어느 때에 한 동이 술로

重與細論文(중여세논문) 다시 그대와 문장을 논할까.

 

登 兖州城樓 (등연주성루) 연주성루에 올라

東郡趨庭日 (동군추정일) 동군에서 아버님께 가르침을 받을 때

南樓縱目初 (남루종목초) 남루에서 눈 닿는 데까지 둘러보았네

浮雲連海岱 (부운연해대) 구름은 동해와 태산까지 이어져 있고

平野入靑徐 (평야입청서) 들녘은 청주와 서주까지 뻗어 있는데

孤嶂秦碑在 (고장진비재) 진시황 때 비석 하나 산처럼 서 있고

荒城魯殿餘 (황성노전여) 무너진 성에 전각은 흔적만이 남아서

從來多古意 종래다고의) 회고의 감상 많았던 지난날과 똑같이

臨眺獨躊躇 임조독주저) 옛 풍경을 바라보다 홀로 서성거렸네

 

月夜(월야) 달밤에

今夜鄜州月(금야부주월) 오늘밤 부주의 달을

閨中只獨看(규중지독간) 규방에서 홀로 보겠구나.

遙憐小兒女(요련소아녀) 멀리서 어린애들을 가련히 여기나니

未解憶長安(미해억장안) 장안 그리는 마음 이해하지 못하겠지.

香霧雲阮濕(향무운환습) 향기로운 안개에 아름다운 머리 젖고

淸輝玉臂寒(청휘옥비한) 맑은 달빛에 고운 팔이 차가우리.

何時倚虛幌(하시의허황) 어느 때나 얇은 휘장에 기대어

雙照淚痕乾(쌍조루흔간) 둘이서 달빛 받아 눈물자국 말리리.

 

旅夜書懷 (여야서회) 나그네의 슬픔

細草微風岸(세초미풍안) 언덕 위의 잔풀이 미풍에 나부기고

危檣獨夜舟(위장독야주) 돛단배에 홀로 이 밤을 지새운다

星垂平野闊(성수평야활) 별이 드리워진 들판은 더없이 광활하고

月湧大江流(월용대강류) 흐르는 큰강물 달빛이 출렁인다

名豈文章着(명개문장저) 어찌 글로 이름을 낼가마는

官應老病休(관응노병휴) 늙어 병들어 벼슬도 노았으니

飄飄何所似(표표하소사) 떠도는 이내몸 무엇을 닮았을가

天地一沙鷗(천지일사구) 세상 떠돌다 모래밭에 앉은 갈매기와 같구나.

 

月夜憶舍弟(월야억사제) 달밤에 아우를 생각하며

戍鼓斷人行 (수고단인행) 밤길 통행을 금지하는 북소리가 울린 뒤에

邊秋一雁聲 (변추일안성)외진 곳 가을밤에 길 잃은 기러기 울음소리

露從今夜白 (노종금야백) 이슬이 내린다는 오늘 같은 백롯날 밤

月是故鄕明 (월시고향명)고향집도 밝은 달빛 비쳐지고 있을 텐데

有弟皆分散 (유제개분산) 형제들이 있어도 모두가 흩어져서

無家問死生 (무가문사생) 생사에 관한 소식조차 물을 수가 없구나

寄書長不達 (기서장부달) 글 한 줄 전하려 해도 보낼 곳을 모르겠고

况乃未收兵 (황내미수병) 반군들과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

 

春歸(춘귀) 봄에 돌아오다

苔徑臨江竹 태경임강죽 이끼 낀 작은 길은 강가의 대숲으로 이어지고

茅檐覆地花 (모첨복지화) 초가집 마당은 여전히 꽃과 나무로 덮여 있네

別來頻甲子 (별래빈갑자) 이 집을 떠난 지도 어느새 삼 년

倏忽又春華 )숙홀우춘화) 돌아와 보니 봄꽃들이 흐드러졌네

倚杖看孤石 (의장간고석) 옛 사람은 지팡이 짚고 돌기둥을 봤다지만

傾壺就殘沙 (경호취잔사) 나는 물가의 모래밭에서 술을 마시네

遠鷗浮水靜 (원구부수정) 갈매기는 멀리서 잔잔한 물 위를 날고

輕燕受風斜 (경연수풍사) 몸 가벼운 제비는 바람 타고 비스듬히 나네

世路雖多梗 (세로수다경) 세상살이 어디서나 가시밭길 많았지만

吾生亦有涯 (오생역유애) 내 인생도 어차피 끝날 날이 있을 테고

此身醒復醉 (차신성부취) 깨어날 때 또다시 술 마시고 취하면

乘興卽爲家 (승흥즉위가) 흥이 올라 어디든 내 집 아닌 곳 없겠지

 

王閬州筵奉酬十一舅惜別之作 (왕랑주연봉수십일구석별지작)

왕 낭주자사의 송별연에서 열한 번째 외삼촌의 석별시에 화답하다

萬壑樹聲滿(만학수성만) 골짜기마다 낙엽 지는 소리 가득하고

千崖秋氣高(천애추기고) 높이 솟은 벼랑마다 가을 기운 감돈다.

浮舟出郡郭(부주출군곽) 물위에 배띄워 군곽을 떠나니

別酒寄江濤(별주기강도) 송별연을 배위에서 열었네

良會不復久(양회불복구) 이렇게 좋은 만남도 꼳 끝나게 되려니

此生何太勞(차생하태노) 인생이란 정말로 괴로움이 끝없는 것이라

窮愁但有骨(궁수단유골) 나 오랜고생으로 피골이 상접하나

群盜尚如毛(군도상여모) 많은 침입자 반역자 아직도 헤일수 없이 많네

吾舅惜分手(오구석분수) 외삼촌도 이별 서러워 석별의 시를 지어주었고

使君寒贈袍(사군한증포) 군께서도 추위에 대비토록 솜옷을 전별로 주셨네

沙頭暮黃鵠(사두모황곡) 해저물녁 모래언덕에 황학이 서있고

失侶自哀號(실려자애호) 마치 짝 잃은 내 신세같이 홀로 슬피 우네

 

 

夢 李白 (몽 이백) 이태백을 꿈꾸다

死別已呑聲(사별이탄성)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生別常惻惻(생별상측측) 살아 이별은 언제나 슬프기만 하다.

江南瘴癘地(강남장려지) 강남은 열병이 많은 곳이라는데,

逐客無消息(축객무소식) 귀양 간 그대는 소식이 없구나.

故人入我夢(고인입아몽) 그대가 내 꿈에 보이니,

明我長相憶(명아장상억) 우리가 오래 서로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恐非平生魂(공비평생혼) 평상시의 그대 혼이 아닌 것 같으나,

路遠不可測(로원불가측) 길이 멀어 어찌된 건지 헤아릴 수 없구나.

魂來楓林靑(혼래풍림청) 혼이 올 적엔 단풍나무숲이 푸르렀는데,

今君在羅網(금군재라망) 지금 그대는 그물에 걸려있는 몸,

魂返關塞黑(혼반관새흑) 혼이 돌아갈 적엔 국경 관문이 꺼멓게 솟아 있었으리.

何以有羽翼(하이유우익) 나래가 있을 수 있으리?

落月滿屋梁(락월만옥량) 지는 달이 지붕 마루턱을 환히 비추고 있으니,

猶疑見顔色(유의견안색) 그대의 밝은 얼굴빛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水深波浪闊(수심파랑활) 물은 깊고 물결은 널리 일고 있으니,

無使蛟龍得(무사교룡득) 이무기나 용에게 잡혀 먹히지 말기를.

 

贈 衛八處士(증 위팔처사) 위팔 처사에게 드리다

人生不相見(인생부상견) 사람살이 서로 만나지 못함은

動如參與商(동여삼여상) 아침저녁에 따로 떠오르는 참성과 상성 같구나

今夕復何夕(금석복하석) 오늘 밤은 다시 어떤 밤인가

共此燈燭光(공차등촉광) 이 등잔 이 촛불을 함께 하였구나

少壯能几時(소장능궤시) 젊고 장성하였을 때는 공부도 같이 하였는데

鬢發各已蒼(빈발각이창) 벌써 귀밑머리 허옇게 되었구료

訪舊半爲鬼(방구반위귀) 옛 친구 찾으면 반이나 죽었고

驚呼熱中腸(경호열중장) 놀라서 이름 불러보니 간장이 다 찢어지네.

焉知二十載(언지이십재) 어찌 알았으랴, 이십 년 만에

重上君子堂(중상군자당) 다시 그대의 집을 찾을 줄을

昔別君未婚(석별군미혼) 옛날 이별할 때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兒女忽成行(아녀홀성항) 어느새 자식들이 줄을 이었구나.

怡然敬父執(이연경부집) 반가워 친구의 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고

問我來何方(문아내하방)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신다.

問答乃未已(문답내미이) 주고받는 인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驅兒羅酒漿(구아나주장) 아이 시켜 술과 안주 차려오게 하는구나.

夜雨剪春韭(야우전춘구) 밤비가 내리는데도 봄 부추 베어오고

新炊間黃粱(신취간황량) 새로 지은 밥에는 누른 조를 섞었구나

主稱會面難(주칭회면난) 주인은 나에게 얼굴 보기 어렵다 하며

一擧累十觴(일거누십상) 한번 술잔에 수십 잔을 마신다.

十觴亦不醉(십상역부취) 열 잔을 마셔도 취하 않으니

感子故意長(감자고의장) 그대 내 생각이 깊은 줄을 알았도다.

明日隔山岳(명일격산악) 내일이면 산 넘어 서로 멀리 떨어지리니

世事兩茫茫(세사량망망) 인간사 우리 두 사람에게는 정말 막막하여라

 

 

玉華宮(옥화궁) 옥화궁을 보며

溪廻松風長 (계회송풍장) 계류가 흘러 돌고 솔바람 길게 부니

蒼鼠竄古瓦 (창서찬고와) 털빠진 늙은쥐 기와틈에 숨는다.

不知何王殿 (부지하왕전) 어느 임금 궁인지 알수 없으나

遺構絶璧下 (유구절벽하) 페허의 기둥이 절벽아래 남아있네.

陰房鬼(음방귀화청) 음산한 방에는 도개비불 푸르구나

壞道哀湍瀉 (괴도애단사) 헐어진 돌길에 슬픈듯 물이 흘러

萬籟眞笙竽 (만뢰진생우) 참다운 생황소리 자연의 바람소리

秋色正蕭灑 (추색정소쇄) 가을빛은 더없이 산듯하게 맑구나

美人爲黃土 (미인위황토) 천하의 미인도 흙으로 변했거늘

況乃紛黛假 (황내분대가) 분가루 눈섭먹을 어찌 볼수 있으랴

當時侍金輿 (당시시금여) 그옛날 황금수레 시중하던 물건없고

故物獨石馬 (고물독석마) 고물이 된 수호석마 홀로 남았네

憂來藉草坐 (우래자초좌) 시름에 겨워하며 풀을 깔고 앉아서

浩歌淚盈把 (호가누영파) 소리내여 노래하니 눈물이 한줌일세.

冉冉征途問 (염염정도간) 가도 또 묻고 가는 나그네 인생길

誰是長年者 (수시장년자) 그 누가 끝없이 살수있단 말인가?

 

高都護驄馬行(고도호총마행)

安西都護胡靑驄 (안서도호호청총 )안서대도호 고선지 장군의 애마인 대완산의 푸르스름한 총이말이

聲價忽然來向東 (성가홀연내향동 )높아진 명성과 가치를 싣고 갑자기 동쪽으로 장안을 향해 오도다

此馬臨陣久無敵 (차마림진구무적)이 말이 싸움터에 이르러 오랫동안 대적할 것이 없으니

與人一心成大功 (여인일심성대공)이 고선지와 더불어 한 마음이 되어 큰 공을 이루었도다

功成惠養隨所致 (공성혜양수소치)공을 이루고 은혜로운 사랑을 입어 주인이 입조하는데 따라오니

飄飄遠自流沙至 (표표원자류사지 )세차고 재빠르게 멀리 유사로부터 오도다.

雄姿未受伏櫪恩 (웅자미수복력은 )웅장한 모습은 마구간에 그냥 엎드려서 은혜를 받지 아니하리니,

猛氣猶思戰場利 (맹기유사전장리)용맹한 기운은 오히려 싸움터에서 날카로이 달림을 생각하고 있도다.

腕促蹄高如踣鐵 (완촉제고여북철)발목이 짧고 발굽이 높아 쇠를 밟는 듯하니

交河幾蹴層氷裂 (교하기축층빙렬)교하에서 몇 번이나 층층으로 겹쳐진 얼음을 밟아 깨어버렸느냐?

五花散作雲滿身 (오화산작운만신)다섯 가지 빛이 흩어져 구름을 만들어 몸에 가득하니

萬里方看汗流血 (만리방간한류혈)만리를 뛰어가매, 바야흐로 땀을 피 흘리듯 함을 보리로다.

長安壯兒不敢騎 (,장안장아부감기)장안의 크고 힘센 젊은 사내들도 구태여 감히 타지 못하니

走過掣電傾城知 (주과체전경성지)후려치는 번개를 지나 달림을 성중에 사는 이들이 다 알고 있다.

靑絲絡頭爲君老 (청사락두위군노)푸른 실로 머리를 동여매어 그대(주인)를 위해 늙고 있으니

何由却出橫門道 (하유각출횡문도)어느 인연으로 도로 광문의 옛 싸움터로 나가리오?

 

佳人(가인) 미인

絶代有佳人(절대유가인) 절세의 미인이 있었다네

幽居在空谷(유거재공곡) 조용한 골짜기에 조용히 살고 있었다지

自云良家子(자운량가자) 자기는 양갓집 딸이었는데,

零落依草木(령락의초목) 지금은 몰락하여 초목 속에 몸을 맡기고 있다네.

關中昔喪敗(관중석상패) 관중 땅이 옛날 전쟁 통에 짓밟힐 때,

兄弟遭殺戮(형제조살륙) 형제들이 모두 죽음을 당했다

官高何足論(관고하족논) 벼슬 높은 것 들추어 무엇하리?

不得收骨肉(부득수골육) 골육도 거두지 못하는 것을.

世情惡衰歇(세정오쇠헐) 세상 인정은 집안 망하는 것을 싫어하나,

萬事隨轉燭(만사수전촉) 만사가 촛불 꺼지듯 변해 버렸다네.

夫婿輕薄兒(부서경박아) 남편은 경박한 사람이어서,

新人美如玉(신인미여옥) 아름답기 구슬 같은 새사람을 얻었는데,

合昏尙知時(합혼상지시) 합혼초는 풀이지만 때를 알고,

鴛鴦不獨宿(원앙부독숙) 원앙새는 새이지만 홀로 자지 않는다네.

但見新人笑(단견신인소) 새사람의 웃음만 보고

那聞舊人哭(나문구인곡) 이 옛 처의 울음은 들은 체도 않더라네!

在山泉水淸(재산천수청) 산에서는 샘물이 맑지만,

出山泉水濁(출산천수탁) 산을 나서면 샘물이 흐려지는 법.

侍婢賣珠廻(시비매주회) 하녀가 구슬을 팔고 돌아와서는

牽蘿補茅屋(견나보모옥) 대댕이 덩굴 거두며 초가지붕을 매만지네.

摘花不揷發(적화부삽발) 꽃을 따되 머리에는 꽂지 않고,

采柏動盈掬(채백동영국) 측백 잎을 뜯다 보니 어느덧 한줌이 차네.

天寒翠袖薄(천한취수박) 날은 찬데 푸른 옷소매 얇고,

日暮倚脩竹(일모의수죽) 해가 지자 긴 대나무를 의지하네.

 

前出塞4(전출새4) 전장에 나서며 4

送徒有長 (송도기유장) 비록 지휘관에 딸린 병사라도

遠戍亦有身 (원수역유인) 멀리 변경싸움엔 오직 내몸 있을뿐

生死何前去 (생사하전거) 죽으나 사나 앞으로 나갈 뿐이니

不勞吏怒瞋 (불노이노진) 높은사람 성내고 부릅뜰 필요 없노라

路逢相議人 (노봉상의인) 길에서 아는 사람 만났기에

附書與六親(부서여육친)편지를 가족에게 부탁 하면서

哀哉兩決絶(애재양결절)슬프다! 피차 떨어진 채로

不復同苦辛(불부동고신)고생조차 함께 못하는구나

 

前出塞9(전출새9) 전장에 나서며 9

從軍十年餘(종군십년여)종군한지 십년을 넘었으니

能無分寸功(능무분촌공)터럭만한 공훈이야 없으오랴만

衆人貴苟得(중인귀구득)모두들 제 이득만 취하려 하니

欲語羞雷同(욕어수뇌동)덩달아 나서기 부끄럽도다.

中原有鬪爭(중원유투쟁)중원에도 투쟁은 노상 있거늘

況在狄與戎(황재적여융)변경에야 의당 싸움 있으리

丈夫四方志(장부사방지)장부는 천하에 큰뜻 품어야 하거늘

安可辭困窮(안가사곤궁)싸움의 괴로움 어찌 피할수 있는가.

 

江村(강촌) 강마을

淸江一曲抱村流(청강일곡포촌류) 맑은 강 한 굽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데

長夏江村事事幽(장하강촌사사유) 기나긴 여름 강촌은 만사가 한가롭다

自去自來梁上燕(자거자래양상연) 제비는 마음대로 처마를 들고나고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수중의 갈매기는 가까이 가도 날아갈 줄 모른다

老妻畵紙爲棋局(노처화지위기국) 늙은 아내는 종이에 바둑판을 그리고

稚子敲針作釣鉤(치자고침작조구)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낚싯바늘을 만드는구나

多病所須唯藥物(다병소수유약물) 다병한 몸에 필요한 것이란 오직 약물뿐

微軀此外更何求(미구차외갱하구) 미천한 이내 몸이 달리 또 무엇을 바라리오

 

登高 (등고) 높은 곳에 올라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바람은 빠르고 하늘은 높아 원숭이 휘파람 소리 애닲아

渚淸沙白鳥飛蛔.(저청사백조비회). 물가는 맑고 모래는 깨끗한데 새는 날아 돌아돈다

無邊落木蕭蕭下,(무변낙목소소하), 끝없이 펼쳐진 낙목에선 나뭇잎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내). 다함이 없이 흐르는 장강은 도도히 흘러간다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만 리 먼 곳 서글픈 가을에 항상 나그네 되어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태). 한평생 병 많은 몸, 홀로 누대에 오른다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어려움과 고통에 귀밑머리 다 희어지고

潦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 늙고 쇠약한 몸이라 새로이 탁주마저 끊어야한다네

聞官軍收河南河北(문관군수하남하북) 관군이 하남하북을 수복했다는 소문을 듣고-

劍外忽傳收薊北,(검외홀전수계북), 검문이남 지방에서 문득 계북이 회복된 소식 전해 듣고

初聞涕淚滿衣裳.(초문체누만의상). 처음에는 눈물이 옷을 적시네

卻看妻子愁何在,(각간처자수하재), 돌아보니, 아내와 자식들은 어디 있는지 걱정

漫卷詩書喜欲狂.(만권시서희욕광). 시서를 대강 추려 싸니 기뻐서 미칠 듯 하다

白日放歌須縱酒,(백일방가수종주), 한낮에는 마음껏 노래 부르고 술도 마시며

靑春作伴好還鄕!(청춘작반호환향)! 청춘을 짝하여 고향으로 돌아감 얼마나 좋은가

卽從巴峽穿巫峽,(즉종파협천무협), 서둘러 파협에서 무협을 지나

便下襄陽向洛陽.(변하양양향낙양). 바로 양양으로 내려와 낙양을 향하세

 

野望 (야망) 들에서 바라보다

西山白雪三城戍,(서산백설삼성수), 서산 흰 눈 덮인 곳, 삼성의 수자리

南浦淸江萬里橋.(남포청강만리교). 남포 맑은 강물에는 만리교 놓여있다

海內風塵諸弟隔,(해내풍진제제격), 온 나라 전쟁 중리라 형제들 떨어져

天涯涕淚一身遙.(천애체누일신요). 하늘 끝에서 눈물지며 이 한 몸 멀리있소

唯將遲暮供多病,(유장지모공다병), 오직 노년에 많은 병마저 생기니

未有涓埃答聖朝.(미유연애답성조). 나라에 한 방울의 물, 한 줌의 흙만큼도 갚지 못했네

跨馬出郊時極目,(과마출교시극목), 말 타고 교외로 나가 때때로 눈 치뜨고 바라보니

不堪人事日蕭條!(부감인사일소조)! 사람의 일 나날이 쓸쓸해짐을 견질 수가 없다

 

客至(객지) 손님 오시다

舍南舍北皆春水,(사남사배개춘수), 집의 남북, 온 천지가 다 봄물인데

但見群鷗日日來.(단견군구일일내). 날마다 떼 지어 날아오는 갈매기만 봅니다

花徑不曾緣客掃,(화경부증연객소), 꽃길은 지금껏 손님 오신다고 쓸어보지 않았고

蓬門今始爲君開.(봉문금시위군개). 사립문도 오늘 처음 열어둔다오

盤飧市遠無兼味,(반손시원무겸미), 반찬은 시장이 멀어 맛있는 것 전혀 없고요

樽酒家貧只舊醅.(준주가빈지구배). 독에 가득한 술도 막걸리지요

肯與鄰翁相對飮,(긍여린옹상대음), 그래도 이웃 노인과 같이 마시고 싶으시면

隔籬呼取盡餘杯!(격리호취진여배)! 울타리 너머 불러오셔서 남은 술잔 다 비우시지요

 

蜀相(촉상) 촉나라 승상

丞相祠堂何處尋?(승상사당하처심) 승상의 사당, 어느 곳에서 찾아야 하나

錦官城外柏森森.(금관성외백삼삼) 금관성 밖, 잣나무 우거진 곳이라네

映階碧草自春色,(영계벽초자춘색) 계단에 환히 비치는 푸른 풀은 저로 봄빛이고

隔葉黃鸝空好音.(격섭황리공호음) 나뭇잎 건너 꾀꼬리, 공연히 고운 노랫소리로고

三顧頻煩天下計,(삼고빈번천하계) 황제는 번거로이 세 번을 찾아 천하를 도모하고

兩朝開濟老臣心.(량조개제노신심) 조정을 열고 섬긴 늙은 신하, 그의 마음 남아있네

出師未捷身先死,(출사미첩신선사) 출사하여 이기지 못하고 몸이 먼저 죽으니

長使英雄淚滿襟!(장사영웅누만금) 길이 영웅들 눈물이 옷깃에 가득하게 한다

 

登岳陽樓(등 악양루) 악양루에 올라

昔聞洞庭水,(석문동정수), 지난 날 동정호에 대해 듣다가

今上岳陽樓.(금상악양누). 오늘에야 악양루에 올랐다

吳楚東南坼,(오초동남탁), 오나라와 촉나라가 동남으로 나눠 있고

乾坤日夜浮.(건곤일야부).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동정호수에 떠있구나

親朋無一字,(친붕무일자), 친한 친구로부터는 한 글자 소식도 없고

老病有孤舟.(노병유고주). 늙고 병들은 나는 외로운 배에 남아있네

戎馬關山北,(융마관산북), 관산의 북쪽 중원 땅에는 아직도 전쟁이라

憑軒涕泗流.(빙헌체사류). 난간에 기대서니 눈물이 흘러내린다

 

別房太尉墓 (별 방태위 묘) 방태위의 무덤을 떠나며-

他鄕復行役,(타향복항역),타향에 다시 떠돌며

駐馬別孤墳.(주마별고분).말 세우고 외로운 무덤에 이별을 고하네

近淚無干土,(근누무간토),눈에 가까이 흐르는 눈물 막을 흙이 없고

低空有斷雲.(저공유단운).낮은 하늘엔 조각구름만 떠있다

對棋陪謝傅,(대기배사부),바둑을 두면은 사안을 짝하고

把劍覓徐君.(파검멱서군).칼을 잡으면 서군을 찾는다

唯見林花落,(유견림화낙),오작 보이는 것은 숲 속에 꽃 지는 것이요

鶯啼送客聞.(앵제송객문).꾀꼬리 울음소리, 보내는 손이 듣는다

 

奉濟驛重送嚴公四韻 (봉제역중송엄공4) 봉제역에서 엄공을 다시 보내며-

遠送從此別,(원송종차별), 먼 길 보내려 여기서 이별하려니

靑山空復情.(청산공복정). 청산은 부질없이 다시 또 정을 준다

幾時杯重把,(기시배중파), 언제나 다시 술을 마시나

昨夜月同行.(작야월동항). 어제 밤 달빛 아래서 함께 걸었는데

列郡謳歌惜,(렬군구가석), 여러 고을 노래 불러 서별을 나누어도

三朝出入榮.(삼조출입영). 삼대의 조정을 섬기며 영화도 누리세요

江村獨歸處,(강촌독귀처), 강촌으로 나 홀로 돌아가는 그 곳

寂寞養殘生.(적막양잔생). 조용하여 여생을 보람되게 가꾸리라

 

奇李十二白二十韻 截句(기이십백이십수 운 절구) 이백에게 20수를 붙이다

昔年有狂客(석년유광객) 옛날에 狂客이 있었는데

號爾謫仙人(호이적선인) 그를 귀양 온 신선이라 불렀네

筆落驚風雨(필락경풍우) 붓을 들면 비바람을 놀라게 하고

詩成泣鬼神(시성읍귀신) 시를 지으면 귀신을 곡하게 하였네

 

贈韋左丞(증위좌승)

紈袴不餓死(환고불아사) 귀족들은 굶어죽는 일 없지만

儒冠多吾身(유관다오신) 선비들은 몸 그르치는 이 많네

丈人試靜聽(장인시정청) 좌승께선 잘 들어 보십시오

賤子請具陳(천자청구진) 천한 제가 모두 말씀드리겠소이다

甫昔少年日(보석소년일) 제가 옛날 젊었던 날에

早充觀國賓(조충관국빈) 일찍이 장안으로 과거를 보러 갔소

讀書破萬卷(독서만파권) 책 만권을 독파하면

下筆如有神(하필여유신) 글쓰기가 신의 경지에 오른다.

 

만흥(漫興)

其 一

眼見客愁愁不醒 (안견객수수부성) 나그네 시름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無賴春色到江亭 (무뢰춘색도강정)봄빛이 제 맘대로 강 가 정자에 이르렀네

即遣花開深造次 (즉견화개심조차)그러니 꽃들이 성급하게 피어나고

便敎鶯語太丁寧 (변교앵어태정녕.)꾀꼬리들 당부하듯 우지짖는 것이겠지

 

其 二

手種桃李非無主 (수종도리비무주)손수 심은 복숭아와 자두에 주인이 없겠는가

野老牆低還是家 (야노장저환시가)담장 낮게 두른 곳이 무명노인 내 집이오

恰似春風相欺得 (흡사춘풍상기득)봄바람 마치도 괴롭힐 뜻 있는 듯

夜來吹折數枝花 (야내취절삭지화)밤중에 몰래 와서 꽃 핀 가지 꺾어놓았네

 

其 三

熟知茅齋絶低小 (숙지모재절저소)알다마다 띠로 엮은 지붕 작고 낮다는 걸

江上燕子故來頻 (강상연자고내빈)그래서 강 위의 제비들 자주 찾아오는 게지

銜泥點汚琴書內 (함니점오금서내) 진흙 물어 나르다 책과 거문고 더럽히고

更接飛蟲打著人 (갱접비충타저인)더러는 벌레 잡다가 사람에게도 부딪치지

 

其 四

二月已破三月來 (이월이파삼월내)이월도 가버리고 어느새 삼월

漸老逢春能幾回 (점노봉춘능기회)나날이 늙어가니 몇 번이나 봄 만날까.

莫思身外無窮事 (막사신외무궁사)몸 바깥의 끝 없는 일 생각지 말고

且盡生前有限杯 (차진생전유한배 )살아서 마시는 술 실컷 마셔보세.

 

其 五

腸斷春江欲盡頭 (장단춘강욕진두)강가의 봄날이 다 가는 게 슬퍼서

杖藜徐步立芳洲 (장려서보립방주)지팡이에 몸 기대 모래섬에 섰네

顚狂柳絮隨風去 (전광류서수풍거)버들개지 바람 따라 미친 듯이 날리고

輕薄桃花逐水流 (경박도화축수류)얇고 가벼운 복사꽃 물 따라 흘러가네

 

其 六

懶慢無堪不出村 (나만무감부출촌)게으르고 맘 둘 곳 없어 집 나선 적 없고

呼兒自在掩柴門 (호아자재엄시문 )아이 불러 마음대로 문 닫아걸라 했네

蒼苔濁酒林中靜 (창태탁주림중정)이끼 위에 앉아 술 마시는 숲 속은 고요하고

碧水春風野外昏 (벽수춘풍야외혼)맑은 물 봄바람 흐르는 들녘에 해가 지네.

 

其 七

糝徑楊花鋪白氈 (삼경양화포백전) 오솔길에 흩뿌려진 버들솜 융단 같고

點溪荷葉疊靑錢 (점계하섭첩청전) 물 위에 돋은 연잎 푸른 동전 쌓아둔 듯

筍根雉子無人見 (순근치자무인견) 죽순 뿌리 드러나도 봐주는 사람 없고

沙上鳧雛傍母眠 (사상부추방모면) 모래 위 새끼오리 어미 곁에서 잠들었네

 

其 八

舍西柔桑葉可拈 (사서유상섭가념)집 서쪽 어린 뽕잎 손 뻗으면 닿겠고

江畔細麥複纖纖 (강반세맥복섬섬.)강가의 가는 보리 겹쳐져서 낭창거리네

人生幾何春已夏 (인생기하춘이하) 봄 가고 여름인데 몇 날이나 살겠다고

不放香醪如蜜甜 (부방향료여밀첨)꿀처럼 맛 좋은 술 어찌 아니 내놓으리

 

其 九

隔戶楊柳弱嫋嫋 (격호양류약뇨뇨)외짝문을 사이한 버들이 보드라와 하늘거리니

恰似十五女兒腰 (흡사십오녀아요.)마치 열다섯 살 난 어린 여자의 허리같도다

誰謂朝來不作意 (수위조내부작의)어떤 사람이 아침에 뜻없이 온다더니

狂風挽斷最長條 (광풍만단최장조)미친바람 긴 가지를 끊어놓았네

 

天末懷李白(천말회이백) 하늘 끝에서 이백을 그리워하다

涼風起天末(량풍기천말) 하늘한 바람 하늘 끝에서 이는데

君子意如何(군자의여하) 그대의 마음은 어떠한지

鴻雁幾時到(홍안기시도) 기러기는 어느 때에 오는지

江湖秋水多(강호추수다) 강과 호수엔 가을 물결 출렁인다

文章憎命達(문장증명달) 문장은 출세가 가장 방해가 되고

魑魅喜人過(리매희인과) 귀신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을 기뻐한다

應共冤魂語(응공원혼어) 당연히 원귀 된 영혼과 이야기를 하였거니

投詩贈汨羅(투시증골나) 시 지어 멱라수에 던져 바치리라

 

春宿左省(춘숙좌성) 봄에 좌성에서 묶으며

花隱掖垣暮,(화은액원모), 꽃 숨어드는 대궐담장의 저녁

啾啾棲鳥過.(추추서조과). 잘 새도 찍찍 지저귀며 날아간다

星臨萬戶動,(성림만호동), 별이 떠니 궁궐 문이 보이고

月傍九霄多.(월방구소다). 달 가에는 하늘도 넓어진다

不寢聽金鑰,(부침청금약), 궁궐문의 빗장소리에 잠이 오지 않고

因風想玉珂.(인풍상옥가). 바람소리 풍경소리로 생각했네

明朝有封事,(명조유봉사), 내일 아침이면 아뢸 말씀 있나니

數問夜如何?(삭문야여하)? 밤이 얼마나 되었는지 자주 묻는다

 

春望(춘망) 봄날에 바라다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 조정은 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로요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 성안은 봄이 되어 초목이 무성하네

感時花淺淚(감시화천루) : 시대를 슬퍼하여 꽃도 눈물 흘리고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 한 맺힌 이별에 나는 새도 놀라는구나

烽火連三月(봉화연삼월) : 봉화불은 석 달이나 계속 오르고

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 : 집에서 온 편지 너무나 소중하여라

白頭搔更短(백두소갱단) : 흰 머리를 긁으니 자꾸 짧아져

渾欲不勝簪(혼욕불승잠) : 이제는 아무리 애써도 비녀도 못 꼽겠네

 

月夜(월야) 달밤에

今夜鄜州月,(금야부주월),오늘 밤 부주 하늘의 달을

閨中只獨看.(규중지독간).아내 홀로 바라보리

遙憐小兒女,(요련소아녀),멀리서 어린 딸을 가여워하나니

未解憶長安.(미해억장안).장안의 나를 그리는 어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을

香霧雲鬟濕,(향무운환습),자욱한 안개구름에 머리카락 젖고

淸輝玉臂寒.(청휘옥비한).맑은 달빛에 옥 같은 팔 차겠소

何時倚虛幌,(하시의허황),그 어느 때라야 엷은 휘장에 기대어

雙照淚痕干?(쌍조누흔간)?서로 얼굴 비춰보며 눈물 자국 막아볼까

 

哀王孫(애왕손)

長安城頭頭白烏,(장안성두두백오), 장안성 머리에 머리 흰 새

夜飛延秋門上呼.(야비연추문상호). 밤에 연추문 위를 날며 소리쳐 운다

又向人家啄大屋,(우향인가탁대옥), 또 인가로 날아가 큰 집을 쪼으니

屋底達官走避胡.(옥저달관주피호). 큰 집안의 고관들 오랑캐를 피하여 달아난다

金鞭斷折九馬死,(금편단절구마사), 황금 채찍 끊어지고 아홉 마리 말도 죽어

骨肉不待同馳驅.(골육부대동치구). 골육들도 기다리지 않고 도두 말달려 달아난다

腰下寶玦靑珊瑚,(요하보결청산호), 허리엔 보석 구슬과 산호초 차고 있는데

可憐王孫泣路隅!(가련왕손읍노우)! 가련하구나! 왕손이 길모퉁이에서 눈물 흘리네

問之不肯道姓名,(문지부긍도성명), 물어도 성명을 말하려 하지 않고

但道困苦乞爲奴.(단도곤고걸위노). 다만 곤고하니 종으로 삼아달라고 한다

已經百日竄荊棘,(이경백일찬형극), 이미 백 날을 가시덩굴에 숨어 다녀

身上無有完肌膚.(신상무유완기부). 몸에는 성한 살이라곤 하나도 없다

高帝子孫盡隆准,(고제자손진륭준), 고종 황제 자손들 모두 코가 오뚝하여

龍種自與常人殊.(룡종자여상인수). 왕족은 자연스레 평민과는 다르다네

豺狼在邑龍在野,(시낭재읍룡재야), 짐승 같은 도적은 장안 도읍에 있고 황제는 촉나라 시골에 있으니

王孫善保千金軀.(왕손선보천금구). 왕손은 천금같은 귀한 몸을 잘 보존하소서

不敢長語臨交衢,(부감장어림교구), 교차로에 있는지라 길게는 말 못하고

且爲王孫立斯須.(차위왕손립사수). 왕손을 위해 잠시 서 있소

昨夜東風吹血腥,(작야동풍취혈성), 어제 밤 동풍 불어 피비린내 불어와

東來橐駝滿舊都.(동내탁타만구도). 동쪽에서 온 낙차로 엣 도읍에 가득하다

朔方健兒好身手,(삭방건아호신수), 북방의 건아들의 좋은 몸집과 재주

昔何勇銳今何愚!(석하용예금하우)! 엣 날엔 그리도 용감하고 날랬는데 지금은 어찌 그리도 어리석나

竊聞天子已傳位,(절문천자이전위), 가만히 들으니, 천자가 이미 선위하니

聖德北服南單于.(성덕배복남단우). 새 천자의 성덕은 북으로 남단우를 복종시켰네

花門剺面請雪恥,(화문리면청설치), 화문에서도 낯을 베어 우리 위해 설욕을 원하니

愼勿出口他人狙!(신물출구타인저)! 삼가 입 조심하시오, 남의 저격 두려우니

哀哉王孫愼勿疏,(애재왕손신물소), 슬프다! 왕손여 삼가 소홀히 하지마소

五陵佳氣無時無.(오능가기무시무). 오릉의 상서로운 기운 없을 때가 없다오

 

哀江頭 (애강두)강머리에서 슬픔을 느끼다

少陵野老呑聲哭,(소능야노탄성곡), 소릉의 촌로는 울음을 삼키고 통곡하며

春日潛行曲江曲.(춘일잠항곡강곡). 어느 봄날 몰래 곡강으로 나갔다

江頭宮殿鎖千門,(강두궁전쇄천문), 강가 궁궐은 문마다 잠겨있는데

細柳新蒲爲誰綠?(세류신포위수녹)? 가는 버들잎, 새 부들은 누굴 위해 푸른가

憶昔霓旌下南苑,(억석예정하남원), 지난 일을 기억하노니, 무지개 깃발들 남원으로 내려가니

苑中景物生顔色.(원중경물생안색). 남원 속의 경물들 다 생기를 띠었소

昭陽殿里第一人,(소양전리제일인), 소양전 안 양귀비가

同輦隨君侍君側.(동련수군시군측). 임금의 수레를 같이 타고 따르니 측근이 모시었다

輦前才人帶弓箭,(련전재인대궁전), 임금 수레 앞 재인들 활을 차고

白馬嚼嚙黃金勒.(백마작교황금늑). 백마에겐 황금 굴레를 물리었다

翻身向天仰射雲,(번신향천앙사운), 여관이 몸을 제처 하늘 향해 구름으로 쏘아 올리면

一箭正墜雙飛翼.(일전정추쌍비익). 한 활살에 두 마리 비익조가 정확히 떨어졌다

明眸皓齒今何在?(명모호치금하재)? 맑은 눈동자 하얀 이의 양귀비 지금은 어디에 있나

血汚游魂歸不得!(혈오유혼귀부득)! 피 묻어 헤매는 넋 돌아오지 못 하는구나

淸渭東流劍閣深,(청위동류검각심), 맑은 위수는 동으로 흐르고 검각은 깊숙한데

去住彼此無消息.(거주피차무소식).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 서로 소식도 전혀 없다

人生有情淚沾臆,(인생유정누첨억), 인생은 유정하여 눈물은 가슴을 적시는데

江水江花豈終極?(강수강화개종극)? 저 강물, 저 강 꽃은 어찌 다하겠는가

黃昏胡騎塵滿城,(황혼호기진만성), 황혼에 오랑캐 말들이 성안에 먼지 가득 일으키니

欲往城南望城北.(욕왕성남망성배). 성남으로 가고 싶어 성북을 아득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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