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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이 군대에 갔습니다

이런생각 저런생각

by 살메기 2006. 12. 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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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이 군대에 갔습니다.

 

언젠가는 가족끼리 떨어져 살아야 되겠지만, 

아들놈이나 부모인 내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이별입니다.

 

갓난애기 때에는 유난히도 포동포동하여 품에 안으면 포근하던 아들....

아랫도리에 한아름이나 되는 기저귀를 차고 기우뚱기우뚱 걸음마 하던 그 모습...
초등학교 때 제 생일잔치 한다고 남자여자 또래아이들 20명 가량을

집으로 몰고 와서는 법석을 피우던 모습...

이 모든 장면들이 마치 파노라마 영상처럼 지나갑니다.

 

하루 휴가를 내어 집사람과 함께 아들놈 입영부대까지 동행해 주기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입영부대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아들놈과 점심을 같이 먹고,

부대에 들어가니 아들놈은 벌서부터 긴장이 되는가 봅니다. 

 

군대를 제대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나도 어쩐지 어색하고 긴장되는데

당사자인 아늘놈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부대에는 벌써부터 입영장병과 가족이 강당을 가득메우고, 

부대 대대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입영장병과 가족들에게

훈련생활에 대하여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아마도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안전하고 시설이 좋으니 안심하십시오" 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인 듯 하였습니다.

 

옆에 있던 아들놈이 귓속말로 내게

"아빠. 지금 말은 그래도 이따가 부대 안으로 들어가면, 살벌할걸?" 하는 말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면서 속으로

"저놈도 뭔가 짐작하기는 하네, 그렇지 군대가 편해봐야 군대지 별 수 있겠어"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약 1시간 가량의 설명회가 모두 끝나고...

"입영장병은 앞으로 나오고, 가족은 뒤편으로 물러나십시오" 하는 소리에, 

마침내 가족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온 것임을 알고 아들놈과 포옹을 했습니다.

 

아무 말 없이 10여 초간 아들놈을 부둥켜 안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사랑한다. 그리고 2년동안 부디 건강하게 몸 아프지 말고 잘 견디고 돌아오거라.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말이야...." 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집사람은 옆에서 흐르는 눈물을 계속 훔치고 있었고....

 

이어서 아들놈은 입영장병들 속에 섞여 내게 웃음을 보내며

손을 흔들면서 부대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엄마아빠 걱정마세요. 잘하고 올게요"라는 눈빛으로 말입니다.
.

.

.


다행이 날씨가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한겨울인 12월에 알토란 같은 자식놈을 군대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

허전하고 가슴한쪽이 텅 빈 듯 하여 집사람과 저는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들놈이 쓰던 방에 들어서니 아직 아들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 하여

군대에 보냈다는 느낌이 들지를 않습니다.

 

이제 우리집에는 우리 내외와 딸 하나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 부모와 자식간의 인연으로 만났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서로 헤어질 날이 있을 텐데,

이제 그 훈련이 시작되는 거야. 이게 첫 번째 시험인 거야.

나도 지금껏 50여 평생 살아오면서 슬픈 일 기쁜 일 수없이 겪었지만

너도 꼭 겪어야만 하는 인생의 한 페이지를 향해 들어가고 있는 거야" 하고 독백해 봅니다.

 

주방에서 말없이 저녁 준비하는 집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제 딸마저 시집가고 나면 우리에게는 집사람과 나 둘만이 남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집사람이 "여보 식사해요. 이제 우리끼리만 남았으니까

나한테 잘해야돼?" 다짐하듯 한마디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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