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한여름으로 치닫는 요즘 ...
문득 예전에 즐겨먹던 어죽 생각에 내 어릴적으로 시간여행 한번 해봅니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 안살메기 동네....
예당저수지 상류에 자리잡은 내고향은...
한창 무더위가 시작되는 하지무렵 이때쯤이면 보리밭이 황금벌판을 이루며
보리익는 내음이 물씬 풍겨오기 시작합니다.
앞동산에서는 한낮 소쩍새가 "소쩍 소쩍!" 한가로이 울어대고...
모들이 파랗게 자리잡은 들판 논에서는 뜸부기가 "뜸 뜸!" 하면서 계절을 알립니다.
이때 어머니 아버지 삼촌... 가족 모두는 밭에나가 누렇게 익은 황금빛 보리를 베어냅니다.
이른 봄 녹색 물결로 들판을 수놓던 보리는 6월 하지무렵이 되면 누렇게 익어
주변의 푸른나무 풀과 어울려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으로 전원을 수놓습니다.
보리는 보기보다 까칠까칠하여 살갖에 닿으면 생채기를 내거나 옷속으로 파고들면 쓰리지만,
당시에는 쌀과 함께 우리의 주식가운데 하나였지요.
이맘 때...
더위도 식힐겸, 몸 보신도 할 겸 이웃친구들 몇이 어울려
좽이그물(투망) 하나 둘러메고 마을 앞 냇가로 나갑니다.
아무곳이나 물 흐르는 개울에 좽이그물 한번 내 던지면,
은빛 번쩍 파득거리며 피래미 모래무치 같은 물고기들이 그물가득 걸려 올라옵니다.
예당저수지 상류에 위치한 내 고향은 저수지에서 올라오는 물고기들이 지천인지라
많이도 필요없이 그저 서너번 그물질에 한양동이 가득 물고기를 잡아내곤 했지요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친구들 서넛이 냇가에 둘러앉아 배따고 손질하여 친구네 집으로 가져가 커다란 무쇠솥에 와르르 쏟아붓고는
고추장 듬뿍풀고, 집앞 텃밭에서 대파 몇뿌리 풋고추 여나문개 가져와
뚝뚝 꺽어넣고 국수 집어넣어 푹 끓여내면 우리고향의 별미 어죽이었지요.
한창 더워지는 이때 땀 뻘뻘 흘리며 먹던 어죽맛은 평생 못잊을것 같습니다.
요즘도 고향에 가면 예당저수지 근처 식당에 들러 어죽을 맛보곤 합니다만,
어딘지 예전의 그 맛은 아닌듯 합니다.
오늘은 일찌감치 시장에서 민물고기라도 한사발 사다가 어죽 한솥 끓여서,
옛 추억과 함께 예전처럼 땀흘리며 맛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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